오래간만에 들른 집. 이사 준비로 바쁜 가운데 목욕을 하고
편히 쉬기 위해 들른 집에 국제 우편이 와 있었다.
그는, 지난 8월 17일-묘하게도 인영의 생일날 이었다- 춘천에서
근 3년만에 못올린 결혼식을 치뤘다. 내게 꼭 참석해줄 것을
당부했던 그는, 어느 곳에서 언제 결혼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채, `나중에 전화할께' 라는 말만 남기고, 결혼식을 올렸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듯이.
그런 와중에, 다시 잊혀질 즈음 그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의 결혼식 때 찍은 세 장의 사진과 함께. 신부 화장을 하면
예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가. 살이 쪄서 고민이라는
-사실 산후조리가 미흡했다고 강변했던 그였지만-그가 웨딩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에선 살이 찐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친구에게 부케를 던지는 장면은 내게 더 묘한 감정을
가져왔던게다.
이제 그는, 법적으로나 관습적으로나 완전히 결혼한 상태가 되었다.
그의 딸 세살, 곧 한살이 되는 그의 아들. 나 그만큼 나이 먹은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