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01 Norwegian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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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152 Vote: 1 )

+ Norwegian Wood, むらかみ はるき, 成正出版社, 1989

<PROLOG>

1998년 10월 2일.
난 뜨거운 뙤양볕 아래서 지루한 퇴소식의 연설을 듣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이마에서는 아까부터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세워 총' 자세로 곁에 있던 M16A1 소총이 귀찮게 느껴지고 있던 중이었다.

10월. 가을.
올해는 유달리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가 내겐 없었다.
여름이 흘러가고 있을 무렵 무방비 상태로 훈련소에 들어와
1달을 버티고 다시 나갈 때, 그 때는 이미 가을이었다.

입고 들어온 반팔 티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
은은한 Jazz처럼 끈적끈적한 무언가로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어야할 것이
내게는 단절, 그것으로 기록된 것이다. 1998년에는...

가을임을 알리려는지 어디선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한줄기 바람을 느끼며 '이제 가을이로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그 때였다.

갑자기 난 村上春樹의 Norwegian Wood를 읽고 보고 싶다는
아주 강렬한 열망에 시달리게 된 것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Norwegian Wood를 보았던 때도 가을이었다.
단지 분위기가 있다는 것에 마음껏 좋아할 수 있었던 그런 가을 말이다.

<감상>

세상에 다시 나오면 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세상에 다시 나온 지 96시간.
지금까지 난 자유롭지 못했다.

결과가 정해져있다는 기대로 버텨온 시간인데,
세상은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

퇴소 직후 난 죽고 말았다. 과다한 음주라는 사인으로.
오랜만에 마시는 데에다가 둘이서 소주 10병이라는 무시 못할 양으로
다음 날은 하루종일 누워 구토만을 하였을 뿐이다.
숙취의 고통으로는 사상 최악임을 말한다면 그 날의 내 몸 상태를 알리라.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난 추석맞이 세일품목으로 시골에 갈 수밖에 없었다.

참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는데
무엇 하나 특별히 해보지 못한 채 황금같은 나날들을 소비해버린 것이었다.

그런 내 상황에 난 참을 수없이 분노가 흘렀다.

난 단지 조용히 내가 하고픈 것들을 하고 싶다구!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겠어.
그러니 제발 나를 그냥 내버려 둬달란 말이야!

그 때 하루키는 なかざわ의 입을 통하여 내게 조언을 해주었다.

필요한 것은 이상이 아니라 행동규범이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신사이지.

이미 여름을 흘러보낸 나로서는 행동의 자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만 했다.
그게 가을을 맞이하는 자세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지금보다도 더욱 강해질 거구. 그리고 성숙해질 테지.
어른이 된단 말야.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
나는 지금까지 가능하다면 열 일곱 살이나 열 여덟 살인 채로
남아 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아.
나는 이제 10대 소년이 아니란 말야. 나는 책임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
이봐 기즈키, 나는 이제 자네와 함께 있던 무렵의 내가 아니야.
나는 벌써 스무 살이 되었다구.
그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한 대가를 확실하게 지불해야 된단 말야.

가을을 맞이한다는 것,
그것은 어른이 되어야한다는 또다른 말이란 걸 난 알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난 길을 걸어왔다.
되돌아갈 수 없으니... 그냥 나아가는 수밖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는 게다. 그렇게 말이다.



<EPILOG>

981005 01:00 2번째 완독. 1년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것이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음이 슬프다.
젊음이 가고 있다. 나의 여름날이 가고 있다.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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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