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가을. 마음. 그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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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kids ( Hit: 209 Vote: 1 )

비가 내린다.

아.. 지겨워. 이런 삶은 이제 그만 내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

혼자 살기로 한지 삼일째가 되었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생각나는 것도 없고. 머리는 텅빈 것 같다. 일이 손에 안 잡히는
건 전과 마찬가지이다.

그냥 멍하게 지내는 것은 그다지 즐길만한 건 아닌 듯 싶다.
지속적으로 우울해지고, 몸도 피곤하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무언가에 골몰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일종의 무기력감이랄까.

다음달까지 기다리고 싶은 마음이 점차 사라진다. 아니, 무뎌진다.
그냥 이대로에 푹 젖어있다는 것으로 현재는 꽤나 만족한다.

현재, 미래. 사실, 그만큼의 공백은 우리에게 서로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쉴 수 있는 여유보다는, 정리할 수
있는, 그래서 서로에게 충격이 덜할 수 있도록 무뎌짐의 기간을
더 줄 뿐이다.

나쁘진 않다. 그런 기간. 그런 후, 내게 남는 건 사실 외로움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기간을 갖는 이유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내 마음을 충분히 정리하고픔 때문이다.

편하다.

아무 감정없이 모든 것이 정리되길 바란다.

모든 것이.

......

--
Chu-yeon


본문 내용은 9,63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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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