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성훈을 보내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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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 Hit: 211 Vote: 1 )

지금 Radio에서는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이 흘러나오고 있어.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너 역시 지난 1996년의 겨울을 생각하고 있겠지?
크흐.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기억들... ^^*











난 지난 20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는데 벌써 시간은 다 가버렸다니...

내 퇴소식 날 난 널 만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하고 있었어.
소주 10병 앞에서 굳은 너와의 악수...
난 그걸로 내 퇴소식을 행복하게 기록할 수 있었단다.

아직 변화된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예전같이 시간을 낼 수 없어
함께한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어.

새삼 시간이란 흘러가면 되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내 어찌 밤 새워 방황하던
그 영등포, 신촌 거리를 잊을 수가 있겠냐.
얼큰히 술에 취해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마음껏 활보하던 그 거리들... 그 도시의 모습들...

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이제 넌 다시 떠나야할 시간이구나.

이미 네겐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세상을 존속시키는 건
결국 남겨진 자의 몫이란 생각이 들어.

언제나 추억에 빠져 그리움 속에 살아가겠지...

그렇지만 말이지 난 이미 이런저런 이별에 익숙해져버렸다구.
會者定離.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단 말야.











너를 대하는 게 편한 까닭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낌만으로 모든 게 통하기 때문이야.
난 그게 좋아.

흩날리는 수많은 말보다도 깊은 그 느낌.
그거 말이야.

너의 떠남에 굳이 많은 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우리, 느낌만으로도 통하지 않니?





비록 오늘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취해가고 있었어도
Jita는 우리를 연결시켜 주었잖아.

자. 이제 마지막 날이야.
16일. 난 비록 거사가 있지만
너를 위한다면 그 까짓 거 포기할 수 있어.

육체적 고통은 잠시뿐이란 걸 너로부터 배웠으니 말야.

이 뜨거운 정열의 슬픔을
마지막 한 잔에 담아보자구.

파멸을 향한 동행이라도 난 만족할 수 있어.
가자구.
우리 앞에 놓여진 이 돋 같은 구속들로부터 탈피하기 위하여.

모든 책임을 끝마친 후에 가시돋힌 욕설을 마음껏 퍼부어주자구.

너 역시 보고 있는 거지?
그 1996년의 겨울을 말이야...








ps. 016-318-1570
15일이 마지막이죠.










98-9220340 건아처

# 1998년 10월 16일 24시 30분 조회수 21

어젯 밤 너와 마지막 만남을 가진 후
통신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했는데
요즘 내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통신을 하다가 잠들고 말았었어.

그리곤 오늘이 되어 너는 떠나갔구나...

네 마지막 목소리도
아주 잘 얼려진 냉동식품 같은 음성으로밖에 듣지 못했어.

그렇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너는 떠나갔구나...

그가 세상을 등지고 다시 섬으로 떠나갈 무렵
난 단란주점에서 가식적인 몸동작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결코 웃지 않았다.
내가 웃는다는 건 일종의 배신처럼만 느껴졌기에...

그와의 이별에 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그건 어떤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자책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에서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부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잘 버텨야할텐데...

끝으로 그의 선전을 빌어본다.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63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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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