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성훈을 보내며... 3 작성자 achor ( 1998-10-15 00:22:00 Hit: 211 Vote: 1 ) 지금 Radio에서는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이 흘러나오고 있어.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너 역시 지난 1996년의 겨울을 생각하고 있겠지? 크흐.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기억들... ^^* 난 지난 20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는데 벌써 시간은 다 가버렸다니... 내 퇴소식 날 난 널 만날 거라곤 꿈에도 생각치 못하고 있었어. 소주 10병 앞에서 굳은 너와의 악수... 난 그걸로 내 퇴소식을 행복하게 기록할 수 있었단다. 아직 변화된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예전같이 시간을 낼 수 없어 함께한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어. 새삼 시간이란 흘러가면 되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내 어찌 밤 새워 방황하던 그 영등포, 신촌 거리를 잊을 수가 있겠냐. 얼큰히 술에 취해 가물가물한 정신으로 마음껏 활보하던 그 거리들... 그 도시의 모습들... 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아. 이제 넌 다시 떠나야할 시간이구나. 이미 네겐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 세상을 존속시키는 건 결국 남겨진 자의 몫이란 생각이 들어. 언제나 추억에 빠져 그리움 속에 살아가겠지... 그렇지만 말이지 난 이미 이런저런 이별에 익숙해져버렸다구. 會者定離.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단 말야. 너를 대하는 게 편한 까닭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낌만으로 모든 게 통하기 때문이야. 난 그게 좋아. 흩날리는 수많은 말보다도 깊은 그 느낌. 그거 말이야. 너의 떠남에 굳이 많은 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우리, 느낌만으로도 통하지 않니? 비록 오늘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취해가고 있었어도 Jita는 우리를 연결시켜 주었잖아. 자. 이제 마지막 날이야. 16일. 난 비록 거사가 있지만 너를 위한다면 그 까짓 거 포기할 수 있어. 육체적 고통은 잠시뿐이란 걸 너로부터 배웠으니 말야. 이 뜨거운 정열의 슬픔을 마지막 한 잔에 담아보자구. 파멸을 향한 동행이라도 난 만족할 수 있어. 가자구. 우리 앞에 놓여진 이 돋 같은 구속들로부터 탈피하기 위하여. 모든 책임을 끝마친 후에 가시돋힌 욕설을 마음껏 퍼부어주자구. 너 역시 보고 있는 거지? 그 1996년의 겨울을 말이야... ps. 016-318-1570 15일이 마지막이죠. 98-9220340 건아처 # 1998년 10월 16일 24시 30분 조회수 21 어젯 밤 너와 마지막 만남을 가진 후 통신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야 했는데 요즘 내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통신을 하다가 잠들고 말았었어. 그리곤 오늘이 되어 너는 떠나갔구나... 네 마지막 목소리도 아주 잘 얼려진 냉동식품 같은 음성으로밖에 듣지 못했어. 그렇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너는 떠나갔구나... 그가 세상을 등지고 다시 섬으로 떠나갈 무렵 난 단란주점에서 가식적인 몸동작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결코 웃지 않았다. 내가 웃는다는 건 일종의 배신처럼만 느껴졌기에... 그와의 이별에 난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다. 그건 어떤 의무감에서 비롯되는 자책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에서 느껴지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부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잘 버텨야할텐데... 끝으로 그의 선전을 빌어본다.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63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22477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22477 👍 ❤ ✔ 😊 😢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각 Tag는 , 로 구분하여 주십시오. 28156 1482 348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176 21563 (아처) 문화일기 102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achor 1998/10/17201 21562 ?정모시간? 푸하하하하하! s빈이 1998/10/17225 21561 [롼 ★] 참이상하다. elf3 1998/10/17209 21560 [롼 ★] 어제 버스안에서... elf3 1998/10/17155 21559 [뮤즈?~] 어쨌든말이죠... muses77 1998/10/17157 21558 ?[10월정모]? 10월 정모 장소 입니다.. s빈이 1998/10/17156 21557 [초천재/단세포] 누군 좋겠다.. fstj 1998/10/16209 21556 [GA94] 복장.... 오만객기 1998/10/16188 21555 [롼 ★] 시험끝났당...룰루 elf3 1998/10/16208 21554 [돌삐] 복장 검사 dolpi96 1998/10/16160 21553 [주연] 잠시. kokids 1998/10/15209 21552 [주연] 시험. kokids 1998/10/15171 21551 [필승] 오늘이 마지막 시험 이오십 1998/10/15156 21550 [성훈] 젠장할 어딜가냐. ever75 1998/10/15162 21549 [뮤즈?~] 337337 muses77 1998/10/15151 21548 [svn] .. aram3 1998/10/15156 21547 [뮤즈?~] 표정을 볼 수 없는 말들. muses77 1998/10/15154 21546 (아처) 성훈을 보내며... 3 achor 1998/10/15211 21545 [q]"콘서트 한다네~~ ara777 1998/10/14186 344 345 346 347 348 349 350 351 352 353 제목작성자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