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든 모기든 파리든 산란기 중에 죽임을 당하면 죽기 전에
낳을 예정이었던 알을 모두 몸밖으로 밀어내고 죽는다.
정말 강한 모성애가 아닌지. 본능적 행동이긴 하지만 참 대단한
일이다.
샤워를 끝내고 들어와서 방충망이 쳐 있길래 창문을 열었는데 그 틈을
타서 모기 한 마리가 들어온 모양이다. 타이핑하는데 몸이 슬슬 가렵기
시작해서 봤더니 그새 네 군데를 물렸던 게다.이 근질그러움을 참기
힘들어서 간지러운 부분을 보니 모기가 나의 피를 빠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모기같이 생기진 않았다. 꼬리는 언뜻 보기에 초록빛이었던 것 같고
흔히 보는 모기와는 좀 달라보였다. 어쨌든 발각된 모기는, 나의 무자비한
손가락 튕기기에 의해 내 살에서 튕겨져 나갔다.
......
내일 입을 옷을 내놓고 잠들 준비를 하던 찰나, 내가 튕긴 모기는 내 옷에서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게다. 내가 옷을 움직이니 움찔하며 정신을 차린다.
날지도 못하는 모기. 아마도 내가 더듬이를 쳤던 모양이다.
이번엔 정확히 중간을 튕겨, 마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겨서 아프게
하듯 모기의 정중앙을 튕겼다.
아뿔사. 그는 이미 내 피를 잔뜩 먹은 후였다. 산란기가 되다보니
이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너무 그득하게 피를 빨아서 날지 못했던
걸까.
난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손톱 하나를 가득 메운, 모기가 먹어치운 내 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로 물든 방바닥을.
그는 참 오래도록 살아있었다. 그렇게 몸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3초동안은 다리를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운명을 달리했다.
앗. 그가 아니군. 그녀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모기도 먹고 살기 위해 피를 빨아야 했을 거고,
충만한 배를 두드리며(?) 알을 낳을 준비를 모두 끝낸 모기가 아니던가.
그는, 자신의 자식을 배출한다는 데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난 그의 배를 터뜨려 배에 가득한 내 피를 보며 휴지로
닦고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