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친구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줄기차게 성욕을 느껴오다 결국 폭발해 버린
거라거나 아님 남자로서의 내 매력을 찾아보고자 했던 건 아
니었다. 다만 문득 얜 내가 같이 자자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 아이의 반응은 의외로 간단했다. 화를 내거나 무시해
버릴 것도 같았는데, 그래, 라고 단순히 대답해 버리는 것이
었다.
대답을 듣고 나서 오히려 내가 황당해 졌지만 그 애라면
그럴 수 있을 거라 고쳐 생각했다. 이미 우리의 대화는 가끔
상식의 틀을 벗어나기도 했었고, 그런 식으로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를 꽤 나눠봤으니 말이다. 그 아이의
간단한 대답 역시 나처럼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 게다.
프로필을 고쳐놓지 못한 채 며칠 동안 내 프로필은 그렇게
나랑 자고 싶지 않니?, 로 방치되었었는데, 그런데 하루는
오히려 한 여자아이가 내게 물어오는 것이었다.
나랑 자고 싶지 않니?
막상 내가 그런 질문을 받고 나니 내가 물었던 그 아이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갑자기 날아온 황당한 쪽
지에 난 오히려 그 아이보다 잘 대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 다소 놀라 주춤거린 후에야 그래, 라고 대답했으니 말
이다.
이후 난 세상에 총각과 처녀 중 누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지에 관하여 조사하게 되었는데 언젠가 다시 정리하여야겠지
만 지금까지 얻은 결론은 이렇다.
이는 상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만약 조사대상이
조금 노는 물에서 조금 논 남성이라면 총각, 처녀 동일한 비
율일 거라는 대답이 주류였고, 조금 노는 물에서 조금 안 논
남성이라면 총각이 많을 거라 답변했다. 그리고 조금 안 노
는 물에서는 조금 놀았든 안 놀았든 처녀가 많을 거란 답변
이 우세했다.
우리가 보통 야한 얘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화제 중에 하
나가 너 총각이니, 혹은 너 처녀니 하는 건데 난 여기에 답
변을 하지 않아 왔었다. 그건 이상하게도 내게 있어서 鷄肋
과 같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한 여자아이는 당당하게 자기는 섹스를 좋아한다고
말해오는 것이었다. 그런 여자는 지금까지 처음이었다.
난 부끄러운 느낌을 받았다. 대개의 남성들은 모여있을 때
면 여성의 내숭을 뒷다마 까곤 하는데, 그럴 때 역시 빠지지
않는 테마가 그년 처녀도 아닌 게 좇나 처녀 행세하지 않냐,
식의 이야기였다. 그런 남성인 내가 과연 여성들의 내숭을
뒷다마 깔 위치가 되는지 의심스러워졌었던 게다. 그 여자아
이처럼 당당하게 말하지도 못하는 내가.
어쩌면 그게 더 자연스러운 세상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온갖 내숭과 겉치레로 휘감아두른 껍질을 벗어 던지고
나랑 자고 싶지 않니, 정직하게 상대방의 의사를 물은 후에
섹스 하는 것. 어쩌면 00년대 후반을 살아가는 동년배들의
세상이 그럴 지도 모른단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렇다고 성
폭행이 사라질 거란 결론은 의심스럽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