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 보니까 꼭 그 꿈의 할아버지를 나와 다른 것, 이를테면 허영
심 가득한 사람들로 여겨 버린 것 같은데, 사실은 그 할아버지도 나
자신의 어떤 면모일 것 같다. 유치했다는 느낌은 미숙한 부분이라는
연상을 준다.
아직 잘 모르겠다. 전에 지금의 학교에 들어왔을 때, 이제 이 근처
에서는 나도 잘 알려진 사람이겠지 라는 생각을 했고, 그게 '이 동네
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터무니없이 자랑스러워 하던 그 할아버지
에서 연상된다. 또, 마당에서 처음 봤을 때 터무니없이 자랑스러워
하던 것과 양말이 그의 집에 떨어져 있던 걸 갑작스레 알게 되었을 때
그가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은 모습, 내가 그를 충분하 부러워하
지 않았던 탓인지 집 앞에 쪽지를 붙이고 달아난 유치한 모습은 좀 달
랐던 것 같다.
옆집이지만 우리 집과 전혀 왕래가 없었다. 아버지는 항상 바빴고,
엄마도 옆집과 애써 안면을 열만큼 살가운 성품은 아니었다. 옆집은
그러니까 나에게 덜 알려져 있는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