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내가 수술했던 그 이유, 다소 마른 남자들이 잘 걸
린다는 그 기흉에 정아가 걸렸던 거였어. 분명 정아는 남자
가 아닌데 말야. --;
인형을 하나 사들곤 이대목동병원에서 정아를 2달 남짓만
에 처음 보았는데 전혀 환자 같지 않은, 희색이 만연한 얼굴
에 다소 안심이 됐어. 다들 그런대. 너 얼굴, 많이 좋아졌구
나. --+
옆구리에 호스를 단 정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내 병원
에서의 기억들이 찾아들어 창밖에 여름이 더욱 소중하게 느
껴졌어.
병실 침대 위에 인형이 하나 있기에, 아, 누가 나보다 먼
저 인형 사올 생각을 했나 보구나 하곤 다소 씁쓸했었는데,
그 인형은 아주 예전에 내가 사줬던 인형이었던 거야. --+
그 인형을 사줬을 시절이 생각났었어.
친구들이 많이 왔기에 어색해지지 않고자 장난을 좀 쳤던
게 지금 정아한테 미안하게 느껴지고, 또 정아의 어머님을
뵈었는데, 아, 난 어른이 싫어. --+ 멀찌감치 떨어져서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어. 혹시 날 알아보시면 어쩔까 걱정
많이 했지만, 못 알아보신 듯 해서 다행이야. 히죽. --;
종로에 갔었어.
이등병 시절 근무지 이탈하여 점심 먹던 롯데리아 시청점,
아주 오래 전 덕수궁의 전설을 이야기하며 걸었던 덕수궁 돌
담길, 비오는 날 밤새도록 응원하다 유리병에 찔려 죽을 뻔
했던 광화문 사거리, 종이 울리던 그 한밤의 보신각.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향수였어.
입에서 여자의 향기나 느껴졌어.
난 키스한 적이 없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입에서 여
자의 화장품 맛이 느껴졌던 거야.
아무리 닦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