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TV 드라마, 베스트극장. 그럼에도 참 오랜
만에 본 베스트극장이었다. 금요일 저녁 10시,는 나와 잘 맞
는 시간은 아니다.
비가 내리는 배경 속에 두 남자가 서 있다.
"내 아내를 유혹해 주게. 그럼 자네에게 1억원을 주겠네."
삶을 생각하게 하거나 쓸데없는 철학을 늘어놓는 게 아니
라 단지 당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며 삶
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괜히 무게만
잡곤 아무 얘기도 하지 못한 채 끝맺는 많은 드라마들이 존
재하지 않던가.
다만 아쉬웠던 점은 지수원보다는 보다 섹시하면서도 성숙
미를 풍기는 여주인공을 썼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것과 조
금 논리적으로 헛점이 보이는 듯 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난 드라마에서조차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어 비꼬아대고 싶지
는 않다. 그런 사람은 아마도 하나하나 조건을 맞춰가며 자
신의 이상형을 찾는 사람일 게다.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니.
가슴으로 느껴야하는 건 그냥 가슴에 맡겨둔 채 머리는 푹
쉬게 하는 편이 나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이 작품을 구상해 내기 위해 조금 고
생을 한 듯 하다. 작품 속 인물을 통해서도, "당신 이 일 계
획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고생했었잖아요."라고 말하고 있듯
이 범상한 일상의 산물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독특한 이야기꺼리를 발견해 내기 위해선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 내야할 것 같고, 또 그것만으로도 적당한 재미를 느
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될 때는 느슨하게, 또 급박한 순간에는
시청자가 충분히 예상할 만큼의 공백으로 빠르게, 적절한 템
포를 맞춰가며 편집된 것도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어쨌든 통신중독자인 내가 1시간의 통신시간을 포기하며
선택한 이 유혹,은 아무래도 현명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