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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처) 그냥 걸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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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achor
| ( Hit: 202 Vote: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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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걸고 싶었다.
지금쯤 누가 안 자고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수요일 새벽 4시 30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잔다.
물론 조금 전까지
성추행 당했다던가 뭐래던가 술 취해 이야기했던 성훈은
자고 있지 않았을 게다.
그렇지만 깊은 밤, 혹은 동이 터오르는 새벽엔
이성과 전화통화하는 게 제격이다.
그런데 모두들 자고 있으니... 쩝.
그래서 계속 걸었다.
꽤나 피곤해서 다리에 힘이 쭉 빠졌지만
이상스레 기분이 좋았다.
새벽공기를 마시며 인적이 드믄 거리를
홀로 걸어가는 그 기분, 정말 상쾌했다.
그래서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고 있지 않다.
요즘은 완전히 머리 속에서 이성에 대한 생각들이 사라졌다.
가을, 생각해 보면 외롭고 쓸쓸하긴 하지만
뭐 그런대로 좋은 것도 같다.
은희경이 말했다고 내가 말했다.
사랑이 싹튼 후에 섹스가 바른 것이겠지만
그 반대라도 특별히 나쁠 건 없다고.
난 이해한다. 영화 One Night Stand를.
그렇지만 요즘
피곤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희망에 쌓여있다.
이것저것 관심 있던 것들의 합일점을 드디어 찾아낸 듯한 느낌.
그래서 그냥 걸었다.
집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그래서 그냥 걸었다.
소설, 복선을 이야기한다.
소나기,에서 꽃다발이 꺾이는 거나 소녀가 갈림길을 보는 건
뒤에 나올 비극을 암시해 주는 복선이야.
통신장애로 튕겨나간다.
사랑한다 말하고 나면 튕겨버릴 것 같은 슬픔.
아, 유치하다, 사랑.
복선이야, 이건 복선.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 독서실에서 라면을 먹으며 들었던
그냥 걸었어,란 노래를 생각하며
지난 밤, 아니 지난 새벽, 집에 들어갔다.
시각 29:00.
98-9220340 권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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