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어딘지 모르게 더 부쩍 외로워지고 불안해졌다-낮의
꿈이 보여주듯 아직도 스스로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으므로 앞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데 대한 걱정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친구들
한테 한결 더 보채기도 하고, 반대로 억지로 더 누르기도 하고 종잡
을 수가 없다. 내게 부담을 주는 사람은 별로 더 만나고 싶어지지 않
고, 우연히 길 가다 동창이라도 만나면 얘가 뭐하고 살았을까 하는
궁금함-이건 내가 마음이 편할 때 나의 사정을 들려주고 싶듯 그의
사정을 들을 준비가 될 때 생긴다-보다 어서 자리를 파했으면 조급증
이 괜히 생긴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찾고 있는 것일까? 연달아 꾼
꿈에서는 언제나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다. 가스를 부르지 못했고,
영선 누나를 만나지 못했고, 그 이전 꿈도 목적지에 이르지 못했다.
도대체 내가 찾는 목적지가 어딜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내게는 삶이 이렇듯 견디기 힘겨운 것이 되
어 있다. 그렇다고 남들과 말하는 것도, 내가 먼저 참지 않으면 서
로의 자기 입장 표현이 되기가 쉽다. 그리고, 내가 참을만큼 나는
지금 지지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있다. 지금도 전화해서 술 한 잔
하자고 하거나, 동네 도서관이라도 가서 반갑게 웃고 저녁을 같이
보낼 친구는 많지만, 나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전에는 그렇게
좋아 보였던 친구들도 요즘은 관심 밖이다.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특별히 잘못 하고 있는 건 없는데. 나는
이대로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만큼은 되는 건데.
요즘의 인간 관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는 정말 그렇게까지 잘
못 하지 않았는데, 그게 저쪽에는 커다란 잘못으로 비추어진다는 것
이다. 전에도 술 마시고 들어와 달게 자던 새벽에 전화가 와서 대충
받았다가 말하는 사람-그것도 꽤 가까운 친구가-이 뜸하게 농담 하길
래 그냥 끊고 자버린 적이 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더랬다. 그러고
나면 나는 그냥 오해받았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그의 입장을 잘 이
해 못한 부분도 있을테지만, 내가 이토록 죄 지은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가 나를 이해해 줘도 될만한 부분이 있을 건데 나는 일방
적으로 그에게 비난만 받았었다-최근엔 그래도 이해 보다는 그가 참
는듯한 인상을 준다. 어쨌건 한 번 그러고 나면 외로움만 부쩍 부추
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