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집안에서도 혹한 바람의 추위를 느꼈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심한 추위라고 단단히 엄포해왔다.
추위는 싫다. 온몸이 얼어버리고 감히 추위를 이겨보고자
여기저기 팔다리를 움직이려는 내 자유의지조차 저지되는 추위.
장렬한 여름의 태양앞에 헐떡이는 초라한 모습보다
어제의 추위는 더 싫었다. 그래서 오늘은 단단히 무장한다.
오늘은 춥지 않고싶다. 목도리를 둘둘 껴 말아야지.
기대의 끝은 좋지않다.
한껏 부풀려진 여론의 거품뒤로 밀려드는건 허무한 입김뿐이다.
그러나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추울거란 예상을 뒤엎는
의외의 따뜻한 날씨다. 바람도 그리 매섭지 않다.
오랜만에 찾은 종과의 배경은 참 평화로웠다.
아들을 낳게 해주는 미션스쿨의 아이러니한 산속 오솔길도
이미 색이 바랜 잔디위에 포근히 내려앉았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다.
24세의 콤팩트 안에는 이미 20살의 풋풋한 아이는 없다.
어느새 나도모르는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 나는 이제 여인이다.
아무리 더듬어 거스르려해도. 내 액면가에서 길게 땋아내린
양갈래의 머리모양으로도 거부할수없는 내가 보인다.
나는 더이상 상상속의 내 미래를 저편에 던져주고
그저 핑크빛으로 만족할순 없다. 나는 너에게도 나에게도 한여인이다.
한달후엔 더욱 바빠질 교정을 그렇게 걸었다.
4년을 마감하는 5년차 학부생. 변할것없이 너무 많이 변해만가는
세월속의 겨울. 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