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대구행 기차. 동대구역에서 내렸어야 함. 다소 빠르게 지나
침. 완전히 서면 내리려다 내리지 못함. 벽이 없고 양옆이 뚫린 무슨
짐차 같은 공간에 성모자를 연상시키는 젊은 엄마와 아이가 여러 쌍
앉아 있음. 그 가운데 하나가 조성모. 대구역에서 내렸어야 할 그들은
내리지 못함. 그들은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인 듯 함. 법정까지
감. 법정의 분위기는 왜인지 비인간적이어서 싫음. 피고, 원고(이혼을
요구한 조성모의 부인, 젊고 다소 경박하고 용감하고 솔직한 타입),
그외 세 집단. 부인은 조성모가 자기와 아이에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호소함. 조성모의 사연-죽은 여동생을 이야기 안에 포함하는-을 말함.
그걸 들으면서 나도 눈물이 나올 뻔 했음. 그의 사연은 그의 여동생
이 죽은 병원으로 가는 버스가 발음 속에 백 이 들어가는 거여서 싫
었는데, 하는 일은 잘 안되고 노동량은 많고, 밤 늦게 귀가하는 길에
는 버스 넘버에 백이 발음되는 버스만 잔뜩 들어온다는 것이었음. 다
소 울다가 깼음.
깨었을 때 인상적인 부분은 동대구역에서 내렸어야 했는데-동대구역
에서 내리면 그 생활은 안정적이고 아는 생활이 됨-기차가 완전히 서질
않고 내리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속도-내렸다면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행
여 땅바닥에 구를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의-로 달리길래 플랫폼을 다
지나칠 때까지 내리지 않았던 부분. 대구역 이후의 혼란스러운 분위기.
그곳에 조성모와 젊은 부인의 다툼으로 그 분위기가 표현된 것 같다.
법정에서의 다툼. 다툼은 인간적이고 마지막 장면처럼 조성모의 사연을
듣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었는데 법정은 다툼을 과장하는 게임을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