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삼화빌딩 안철수연구소(www.ahnlab.com) 연구개발실에 들어서
면 여기가 과연 국내 최초·최대의 정보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심장
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깔깔대는 웃음소리.후드티
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저사람들이 CIH바이러스,러브 바이러스와 싸
웠던 그 전사들일까.
> 여름철 연구소 연구원들 공식 지정 옷차림이 반바지에 슬리퍼임 :)
이들은 적어도 심각한 표정의 진지한 전사들은 아니다.하지만 내면을 들여
다 보면 컴퓨터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저마다의 ‘끼’로 똘똘 뭉쳐 있어 만
만찮은 내공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성악 전공 김정훈 유닉스(Unix)팀장(27).
대학시절 교회음악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팀장의 목소리는 성우나 아나운
서 뺨칠 정도로 부드럽다.고등학교 때부터 증권회사 정보프로그램 관련 아르
바이트를 할 정도로 컴퓨터에 미쳤지만 성악에 대한 집착도 강했다.김팀장은
대학졸업을 앞두고 컴퓨터쪽으로 진로를 바꿀지 성악공부를 더하기 위해
이탈리아 유학을 가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성악을 포기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이 평탄하진 못했다.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다보니 수업에
들어갈 짬이 없었다.다행히 타고난 성량덕에 실기 점수는 잘 받았지만 성악
과 프로그래밍 공부를 동시에 마스터할 수는 없었다.
김팀장은 “요즘은 노래방에서 목청을 가다듬으며 한가닥 했던 과거를 추
억할 뿐”이라며 장난스레 웃는다.자동차광인 그는 얼마전 카레이서 자격증
을 땄다.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섹시한 파란색 티뷰론을 몰고 거리를 달리는
그를 보고 누가 컴퓨터 바이러스의 대가라고 알아 볼 수 있을까.
> 파란색에 흰띠 티뷰론을 몰고 있고 그는 연구소 최초의 병역특례자이다.
>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좋아하지 않는것 같지만 생각보다 자상한(?)면이
> 많은 부드러운 남자.
<-------- 이제 부터 나의 얘기 ^^; --------------->
안철수 연구소는 우리가 지킨다.차민석(23),최진영씨(21).훌륭한 업무능력
으로 세상 모든 바이러스의 성분을 눈깜짝할 새에 분석해 내기도 하지만 1년
365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소에서 사는 단짝이다.
차씨와 안철수 사장과의 인연은 중3때인 지난 93년부터 시작됐다.중1 때
컴퓨터 게임도중 ‘바이러스’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차씨는 혼자 바이러스
와 씨름한 끝에 서서히 그 정체를 알게 됐고 마침내 국내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의 선구자인 안철수 사장에게 ‘V3’백신에 결함이 있다는 장문의 종이
편지를 보내게 됐다.
차씨는 “불과 7년전이지만 그때만 해도 전자우편이란게 뭔지 모를 때니까
…”하며 호탕하게 웃는다.안사장은 이 당돌한 중학생에게 친절하게 답장을
해줬고 이들의 인연은 그후에도 계속돼 마침내 차씨와 안사장은 한 직장에서
일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는 하도 바이러스에 몰두하니까 안사장이 “이제
학교공부에도 좀 신경을 쓰라”고 충고했을 정도.정식 입사는 97년이지만 벌
써 8년차 고참인 셈이다.
> 벌써 그렇게 시간이 흘렀나....
96년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안연구소 일을 도왔다.97년 병역
특례로 입사한뒤 차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구소에 가장 오래 머무는 연구원
이 됐다.“출퇴근 시간도 아껴가며 일하고 싶다는건 좀 그렇고…,마땅한 거
처도 없는 터에 침대,샤워시설에 공짜 인터넷까지 할 수 있어 연구소가 훨씬
편하다”며 웃는다.
> 회사는 올 8월쯤에 완전히 들어왔다. 집보다 회사가 편한지라...
차씨는 연구소 엔진팀(바이러스 분석담당)에서 일하면서 딱 두번 아쉬운
적이 있었다고 한다.한번은 미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는데 갑자기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다.
> 다음날 만났음동....
두번째는 정말 귀하게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연구소에서
문자메시지가 온 것.보던 영화를 뿌리치고 곧바로 연구소로 돌아와 바이러
스는 퇴치했지만 이후 지금까지 솔로로 지내야했다.
> 기자가 잘못 적었음. 여자친구가 아니고 여자친구로 만들고 싶었던
> 애 였음동.. 고럼...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1차적으로 엔진팀에서 성분분석에 들어간다.다행히
기존 바이러스의 변종 수준이면 쉽게 분석이 되지만 전혀 새로운 형태의 바
이러스라면 이놈과 몇날 며칠을 함께 지내야 한다.엔진팀의 막내 최진영씨(2
1).차씨와 함께 연구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최고 보안업체의 보안(?)을 담
당하고 있다.
> 빠진건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많이 회사에서 자고 그런다.
> 이 부분이 빠진건 다소 안타깝네...
최씨는 사실 어린시절부터 컴퓨터에 재능을 보인 다른 연구원들과는 조금
다른 케이스다.97년 강동공고 3학년때 여의도 취업박람회장에서 안철수연구
소에 취업원서를 냈다.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던
최씨를 직원으로 채용한 건 “연구소 차원에서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안사
장의 지론 때문이었다.
집안의 강력한 권유로 대학(동서울대 전자계산기과)에 진학했지만 연구소
에 계속 나와 2년여동안 프로그래밍과 뒹군 끝에 어엿한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신세대 에로스타 유리의 모습에 반해 에로배우를 꿈꾸기도 했고 지금
도 방송사 개그맨 공개모집 공고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최씨는 바이러스
와 싸우는 것도 재미있고 친구와 개그맨 시험 준비하는 것도 재미있는 독특
한 연구원이다.개그맨 김영철씨와 같이 면접을 봤다며 흥분하는 최씨다.
> 에로물 얘기 나와서 최군은 지금 친구들한테 뉴스피플 사라고 얘기를
> 못한다고 하는군 -.-;;;
“토요일 새벽에 연구소에 돌아오면 민석이형이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어
요.둘이 라면도 끓여먹고 공부도 하면서 정말 많은걸 배웠죠.”최씨가 밤낮
을 가리지 않고 공부를 하기 때문에 올해를 끝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
는 차씨의 마음이 조금 놓인다.
> 놓이나... -.-;;;
이들 괴짜 연구원은 연구소를 집처럼 생각하고 동료들을 가족처럼 생각한
다.산업화시대의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에서 “우리는 ○○가족”이라고 복창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8년간의 캐나다 유학생활을 접고 지난 8월 연구소에 들어온 김동현씨(27)
는 “한국에 돌아온 뒤 많은 기업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가
장 연봉이 낮은 안철수연구소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캐나다 교민
사회에서도 유명한 안사장의 정직과 성실을 바탕으로 한 기업운영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그는 “비전도 비전이지만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마음껏 일할 수 있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느냐”며 직업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숨막히는 조직
사회에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맨’으로 살아가는많은 샐러리맨들이
부러워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