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불효자는 웁니다... 작성자 오만객기 ( 2001-04-16 07:27:00 Hit: 282 Vote: 24 ) CAN 1집에 있는 노래 중 하난데... 군대 있을 적에 고참들이 그 노랠 참 좋아했다... 다른 것보다 가사가 압권이었고... 요즘 그 사람을 만나면서 좀 많이 놀랐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집착하게 된 것도 그렇고... 역시나 나는 아직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이 그렇고... 무엇보다 내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 그렇고... 어제 그녀는 내 상처를 보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단다... 나도 아마 그녀의 상처를 보면 그렇겠지... 언젠가부터 그 사람은 내 열등의식을 보았던 모양이다... 한 10여 년 되었구나... 내가 그런 걸 갖게 된 게... 가정환경조사서를 쓰면서부터...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전투적으로 살게 된 것도... 그런 영향이 크긴 하다...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을 지울 수 없었기에... 쥐뿔도 없는 사람의 자력갱생을 위한 최후의 수단... 그래서 대학생활이 남들 곱절은 피곤했고... 한 번도 널럴하게 산 적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나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안다... 하지만 잘 안된다... 명륜동 시절, 내 고딩동기 중 한 녀석이 그랬다... "이따위 쓰레기 학교에 다니는 새끼들은 다 뒈져버려야 돼..."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을 쳤다... 학교 때 싸울 때도 절대 면상만은 안 치던 내가... 더 독해졌다...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도... 그러면서도 명륜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절대 표현하지 못했던 이유도... 처음 그녀에게 접근한 건 또 얼마나 엽기적이었던가... 연환계... 그렇다... 혼인빙자 간음을 위해 접근했다... (이 쓰레기같은 인간...) 그러나... 그날 밤부터 난 뭔가 달라졌다... 단순히 그런 감정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발견한 거다...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던 게다... 엄청난 키와 별로 아닌 몸매, 얼굴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사람의 카리스마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다... 그녀는 내 컴플렉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빨간 깃대 과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를 우선 사랑하라는... 어느새 나는 그 사람에게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과 분리되는 것이 점점 겁이 난다... 상처받기 싫어하는 나의 보호본능... 너무나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때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는 싫으니까... 그녀는 발가락 뼈가 없다... 어릴 적 사고로 으스러졌단다... 아마 그녀의 발을 보면 난 아마 내 어깨를 떠올리겠지... 솔직히 그 말을 들은 그 날에도 난 그 사람 몰래 많이 울었다... (내가 울었던 건 모르긴 해도 고등학교 이래 처음이다...) 아직 그 사람은 내게 완전히 yes라고 한 적은 없다... 잘 안다... 아직 불안함의 극치라는 것을... 그렇지만 서로 잘 알고 있다... 서로의 감정에 나름대로 충실하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그녀가 내게 옷을 사 주었다... 자기를 가꾸며 살았으면 한다고... 나는 묵주반지를 뺐다... 내 확신이 틀림없다면 내 종교가 문제되지는 않을테니... (그녀는 내 묵주반지를 보고 내 옛 여인들을 떠올렸단다... 적어도 내가 카사노바도 아니고, 자존심이 있다면... 과거에 연연하면 안되겠지...) 아마 이번 모임에서 날 보면 상당히 당황할런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야누스적 본성...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컴플렉스 덩어리... 솔직히 무지무지 답답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적어도 내가 그 사람의 껍데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의 허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사람에게 이기적이기 싫다... 솔직히... 몇 년 만에 저녁을 거르기 시작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가운데... 오늘 아침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외우다 문득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있다... 내가 우리 가족들에게 해야 할 일과... 혼란해져 버린 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무엇보다 이 사람하고의 관계... 자존심과 사랑의 갈등... 연봉 1300과 월 24만원... 원생과 학부생... 적과의 동침에서 강아지와 조련사로 바뀌다니... 내 안에 숨겨진 또다른 나는 과연 어디까지 갈런지... 솔직히 나도 무척 기대는 된다... 한편으로는 무척 떨린다...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까? p.s. 결정적으로 냉정해야 할 때 요즘은 냉정할 수 없는 걸 보면... 확실히 군대에서 애가 된 건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키높이 구두를 신어야 하는 건 정말 비극이다... 본문 내용은 8,72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c44_free/28662 Trackback: https://achor.net/tb/c44_free/28662 👍 ❤ ✔ 😊 😢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각 Tag는 , 로 구분하여 주십시오. 28156 1482 65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 댓글들에 오류가 있습니다 [6] achor 2007/12/0856364 15787 [두목] 변명이랄까... 오만객기 2001/06/14229 15786 [두목] 병역비리... 오만객기 2001/05/03292 15785 [두목] 불효자는 웁니다... 오만객기 2001/04/16282 15784 [두목] 불효자는 웁니다... 오만객기 2002/02/14344 15783 [두목] 사건 개관... 오만객기 2001/03/21212 15782 [두목] 새해 복 많이 받아... 오만객기 2002/02/11413 15781 [두목] 서울 뒷골목 이야기(3) - 연세, 그리고 이화... 오만객기 2001/08/21293 15780 [두목] 소풍 정모 오실 분들께... 오만객기 2001/10/23294 15779 [두목] 소풍 정모에 대해... 오만객기 2001/10/21296 15778 [두목] 속고 속이기... 오만객기 2001/06/01218 15777 [두목] 송년모임 회비에 관해서... 오만객기 2001/12/25514 15776 [두목] 송년회 합시다... 오만객기 2001/12/03412 15775 [두목] 수강철회, 그리고... 오만객기 2001/04/21284 15774 [두목] 술, 담배, 도박, 여자, 커피... 오만객기 2001/03/31221 15773 [두목] 스물 다섯번째 생일을 맞으며... 오만객기 2001/07/29231 15772 [두목] 슬슬 엠티갈때가 된거 같은데... elf3 2001/02/06207 15771 [두목] 시간표와 돈... 오만객기 2001/03/07280 15770 [두목] 신뢰의 상실에 관하여... 오만객기 2001/06/03222 15769 [두목] 아가씨... 오만객기 2001/11/29321 648 649 650 651 652 653 654 655 656 657 제목작성자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