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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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282 Vote: 24 )


CAN 1집에 있는 노래 중 하난데...
군대 있을 적에 고참들이 그 노랠 참 좋아했다...
다른 것보다 가사가 압권이었고...

요즘 그 사람을 만나면서 좀 많이 놀랐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에 집착하게 된 것도 그렇고...
역시나 나는 아직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이 그렇고...
무엇보다 내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 그렇고...

어제 그녀는 내 상처를 보았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아팠단다...
나도 아마 그녀의 상처를 보면 그렇겠지...


언젠가부터 그 사람은 내 열등의식을 보았던 모양이다...
한 10여 년 되었구나... 내가 그런 걸 갖게 된 게...
가정환경조사서를 쓰면서부터...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전투적으로 살게 된 것도...
그런 영향이 크긴 하다...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을 지울 수 없었기에...
쥐뿔도 없는 사람의 자력갱생을 위한 최후의 수단...
그래서 대학생활이 남들 곱절은 피곤했고...
한 번도 널럴하게 산 적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나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안다... 하지만 잘 안된다...

명륜동 시절, 내 고딩동기 중 한 녀석이 그랬다...
"이따위 쓰레기 학교에 다니는 새끼들은 다 뒈져버려야 돼..."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을 쳤다...
학교 때 싸울 때도 절대 면상만은 안 치던 내가...

더 독해졌다...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도...
그러면서도 명륜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절대 표현하지 못했던 이유도...


처음 그녀에게 접근한 건 또 얼마나 엽기적이었던가...
연환계...
그렇다... 혼인빙자 간음을 위해 접근했다...
(이 쓰레기같은 인간...)

그러나...
그날 밤부터 난 뭔가 달라졌다...
단순히 그런 감정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발견한 거다...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던 게다...
엄청난 키와 별로 아닌 몸매, 얼굴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사람의 카리스마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다...


그녀는 내 컴플렉스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빨간 깃대 과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나를 우선 사랑하라는...

어느새 나는 그 사람에게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과 분리되는 것이 점점 겁이 난다...
상처받기 싫어하는 나의 보호본능...

너무나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때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는 싫으니까...


그녀는 발가락 뼈가 없다...
어릴 적 사고로 으스러졌단다...
아마 그녀의 발을 보면 난 아마 내 어깨를 떠올리겠지...
솔직히 그 말을 들은 그 날에도 난 그 사람 몰래 많이 울었다...
(내가 울었던 건 모르긴 해도 고등학교 이래 처음이다...)

아직 그 사람은 내게 완전히 yes라고 한 적은 없다...
잘 안다...
아직 불안함의 극치라는 것을...

그렇지만 서로 잘 알고 있다...
서로의 감정에 나름대로 충실하려 노력한다는 사실을...


그녀가 내게 옷을 사 주었다...
자기를 가꾸며 살았으면 한다고...

나는 묵주반지를 뺐다...
내 확신이 틀림없다면 내 종교가 문제되지는 않을테니...
(그녀는 내 묵주반지를 보고 내 옛 여인들을 떠올렸단다...
적어도 내가 카사노바도 아니고, 자존심이 있다면...
과거에 연연하면 안되겠지...)

아마 이번 모임에서 날 보면 상당히 당황할런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야누스적 본성...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컴플렉스 덩어리...


솔직히 무지무지 답답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적어도 내가 그 사람의 껍데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사람의 허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사람에게 이기적이기 싫다...
솔직히...

몇 년 만에 저녁을 거르기 시작했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가운데...
오늘 아침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외우다 문득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있다...

내가 우리 가족들에게 해야 할 일과...
혼란해져 버린 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무엇보다 이 사람하고의 관계...

자존심과 사랑의 갈등...

연봉 1300과 월 24만원...
원생과 학부생...
적과의 동침에서 강아지와 조련사로 바뀌다니...


내 안에 숨겨진 또다른 나는 과연 어디까지 갈런지...
솔직히 나도 무척 기대는 된다...

한편으로는 무척 떨린다...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까?

p.s.
결정적으로 냉정해야 할 때 요즘은 냉정할 수 없는 걸 보면...
확실히 군대에서 애가 된 건 틀림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내가 키높이 구두를 신어야 하는 건 정말 비극이다...



본문 내용은 8,71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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