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나는 짭새의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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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237 Vote: 41 )


어제 집에서 일이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또 언성을 높여 싸웠다...

전같으면 난 그랬을 거다...
"왜 소리지르면서 싸우고 난리예요?"

그러나 어제는 달랐다...
아버지와 심각하게 말했다...

"아들로 차마 할 말은 아니지만 해야겠네요..."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었다...


당신 아들은 짭새 아버지에 무식한 어머니 아들이라...
삼성전자 대주주의 아들에게 내 여자를 빼앗겼노라고...
내 여자를 지킬 힘도, 기회도, 능력도 없었노라고...

자식은 어떻게든 자력갱생하려 애쓰고 있노라고...
당신 덕분에 내 체중은 10kg 가까이 빠졌노라고...
내 어머니 못지않게 당신 아들 역시 아프고 힘들다고...

하지만 난 치사하게 당신께 투정부리지는 않았노라고...
왜 날 이렇게 낳았느냐고 원망하지 않았노라고...
힘들지만 당신 아들은 열심히 살 거라고...
그러니 당신 아들에게도 시간을 좀 달라고...


당신 아들도 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고...
당신 아들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 거라고...

당신 아들이 힘들지만 힘들다는 말 하지 않는 것을 보시라...

제발 당신 두 분 생각만 하지 말고...
아들이나 다른 형제들도 좀 생각하시라...

당신들께서 갈라지는 건 상관없다...
어차피 당신들 삶이니까...

하지만 갈라서봐야 피보는 건 나 뿐이니까...


지금 생각해봐도 굉장히 잔인한 말임에 틀림없었다...
아버지는 역시나 말씀이 없었다...

난 살면서 지금껏 믿어온 것이 하나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돌아오는 성취의 결과...
그리고 그것은 내 삶에서나...
우리 친구들의 삶에서나...
항상 그렇게 드러나고 있었다...

싫은 것은 보지 않았다...
그냥 신경쓰지 않았다...
내 믿음만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세상은 달랐다...
냉혹하고 지독스럽기는 어디나 같았다...

내 아버지에게 대못을 박는 말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난 그 말을 아니할 수 없었다...
적어도 당신들께서 살아온 세상보다도...
더 더럽고 잔인한 세상 속에서 당신 아들은 살아가고 있노라고...

나도 당신 아들이기에 당신 사랑한다고...
하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도저히 그걸 표현하기엔...
너무나 힘이 부친다고...


아처 말대로...
까짓거, 좆 같으면 같이 죽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죽여봐야 그들은 절대 죽지 않는다...
죽는 것은 오직 나...

그러니 나도 살아야 한다...
살아서 그 친구들의 건전한 자본주의를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내 것을 지켜야 한다...

단 한 푼의 돈이라도...
단 한 평의 땅이라도...


결국 오늘 아침...
집안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조용했다...
당신께서는 당신 내자에게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아버지와의 상처 속의 작은 화해...
그리고 그 속에서 난 결심했다...

적어도 지금의 굴욕을 잊지 않겠노라고...
더 당당하게 살아서...
내 부모의, 그리고 내 응어리를 꼭 풀어낼 거라고...


본문 내용은 8,615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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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