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삐] 베트남 병원 짓기에 성금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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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lpi96 ( Hit: 298 Vote: 44 )


한겨레 21에서 베트남에 병원을 짓겠다고 성금을 모으고 있다. 상당히 오랫
동안 도와야지 도와야지 하면서 최근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면서 가진자에겐
얼마 안되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보냈다.

금액이 이체되는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 ( 돈 아까워서.... )
"잘할거야."

이런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베트남전 하면 여전히 우리는 빨갱이 잡는데 우리가 도와주러 간 것이라고
밖에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시절 아마 당시 문교부 장관이 베트남
전 참전은 미국의 용병이라고 말했고 그에 한 선생님이 격분했던 기억이 난
다. 어린 생각에도 베트남전은 결국 한국군인들이 용병이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선생님이 무서워 아무말도 못했다.
- 폭력에 순응했던 그 시절...
여전히 지금도 폭력 앞에 자연 순응하는 인간이 되어 있다.

그후 대학생이 되면서 ( 개인적으로 대학생이 되길 잘했다는 생각은 세상으
진실에 대해 조금씩 눈뜨게 된거다. ) 베트남전에 대한 진실을 알면서 내가
저지른 죄는 아니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한국전쟁을 통해 아시아의 스위스 같은 조용한 나라(?)를 만들려는
맥아더 장군의 노력은 사라지고 다시 일어섰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베트남
전 참전을 통해 70년대 이 나라의 근대화 기틀이 마련되었다.
물론 민간인 학살과 그곳에 라이 따이한이란 혼혈을 남기고 왔지...
- 그런데 웃긴건 베트남이 개방 바람을 타면서 또 다른 라이 따이한을 베트
남에 남기고 온다는거다. 역사는 반복되는건지....

당시 참전한 사람들은 나의 아버지뻘이 되었고 격동의 세월을 겪은 다른
50,60대 처럼 ( 60년대는 배고픔에, 70년대는 산업화에, 80,90 년대는 어
느 정도 먹고 살 만해졌는데 21세기 들어 정보화시대가 되니 어떻게 격동
이란 말을 하지 않겠는가... ) 나와 같은 시대를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보는 박정희와 내가 보는 박정희는 다르듯이 그들이 보는 베트남전
과 내가 보는 베트남전은 분명히 다르다.

어쩌면 그들도 마음 한편으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
내가 풍요로운 80년대를 어린 시절로 보낸건 어찌보면 남의 나라에서 피를
흘린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잘한거는 잘한거고 잘못한건 잘못한거니...

돈 몇푼 던져주며 상대적으로 가난한 베트남 사람에게 과거를 잊어라 이렇
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죄책감이 아주 조
금은 지워졌다. 하지만, 지금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울분을 토하는 것 처럼
베트남 사람들이 원하는건 몇푼의 돈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한국 사람의
진정한 사과가 아닐까 ?

그러고보면 일본도 그렇지 않을까 ?
이제 일본 제국주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은 대부분 사라졌다.
지금의 일본 사람들에게 과거를 얘기하면 도대체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 가지고 한국사람들은 왜 우리보고 그러는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

마지막으로 그 돈은 어쩌면 80년대의 풍요로움 속에 자란 어린 시절 그
기반이 된 피린내나는 전쟁터가 된 베트남에 대한 알량한 보답인지도 모르
겠다




------------------- Jacky Ch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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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내용은 8,56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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