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줄을 서야할 때가 있다. 어떤 줄을 잡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게 될꺼다. 아마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취직하면 겪게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작년 말쯤 부서를 옮겼다. 사장님 선에서 결정된 신규부서이고 회사도 그
부서에 많은 힘을 실어주는 듯 하다.
비밀리에 생긴 부서라 하루 전에 메일로 부서이동을 통보 받았다. 간단하
게는 연구소에서 사업부로 옮기는거다. 하는 일은 코딩만 제외된 다른 모든
건 그대로 가져간다.
일방적인 통보이긴했지만 한편으로 직장 상사와 다소 마찰 ( 지금 생각
하면 의견 충돌, 관점의 차이 )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난 적극적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성격이 아니라 하나의 도피처라는 생각도 했다.
일단 이쪽 부서에서는 일은 모든게 내 마음대로다. 그 이전 부서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다른 방향이었다면(하기 싫은 코딩을 한다든지) 이
부서는 내가 원하는데로 어떤 연구든 할 수 있다. 덕분에 최근엔 비교적
많이 남는 시간을 바탕으로 시스템 프로그래밍과 보안에 대해 더 공부할
기회는 쌓고 있다.
다만 불행한 점은 연구소에서 사업부로 옮기게 되니 아침 출근 시간 8시
30분, 격주 토요휴무 ( 연구소는 주 5일 근무 ), 당직, 복장 제한 ( 아마
여름에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은 안될 듯 싶다.) 등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겪는 당연한 일을 겪는다.
개발자 우선의 회사에서 5년동안 느슨하게( 일이 느슨한게 아니라 여러
제도면에서 ) 직장 생활하면서 갑자기 딱쪼는 문화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주어진 일반적인 업무보다 연구쪽이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 일하고
하기 싫을때 안하는 모습이 필요한데 부서 자체가 이러니 주말 근무는 특히
싫다. 연구소에 있을때도 여전히 토요일에 회사에서 일하곤 했지만 강제로
1시까지 일해라고 앉혀 놓으니 일이 되겠는가 ?
그보다 연구소와 떨어져있고 혼자 일하다보니 부서에서 요구하는 질적인
측면에서 자신이 너무 모자라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디 혼자서 모
든걸 할 수 있는가 ? 정보 공유할 것도 많은데 사업부에서 혼자 연구를 하
고 있으니...
하지만, 지금와서 다시 부서를 옮긴다고하면 나를 믿고 데려온 실장님께
인간적인 배신을 하는게 아닐까 ?
이쪽 일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긴 하지만 프로그램 소스 없이
일을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아직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코딩에서
손을 떼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지금은 V3를 다시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다시 끓어 오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하지만 꽉 조는 제도와
자기가 하기 싫은 일도하며 여러 특권들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뭐... 어떻게 보면 행복한 고민이긴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최대 고민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