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나왔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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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am3 ( Hit: 249 Vote: 24 )

같은 서울이면서 강을 하나 사이에 두고 이렇듯 문명의
혜택은 고르지 않다. 처음으로 그 나루를 이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시간
을 예측할 수 없어 허겁지겁 강변에 다다르면 한걸음 앞서
배가 떠나고 있거나 저쪽 기슭에 매달린 채 부동자세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조금 늦
을 때마다 너무 일찍 나왔군 하고 스스로 달래는 것이다.
다음 배편이 내 차례인데 미리 나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시간을 빼앗긴 데다 마음까지 빼
앗긴다면 손해가 너무 많을 것 같아서다.

똑같은 조건 아래서라도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감도(感度)
가 저마다 다른 걸 보면, 우리들이 겪는 어떤 종류의 고(苦)
와 낙(樂)은 객관적인 대상에보다도 주관적인 인식 여하에
달린 모양이다. 아름다운 장미꽃에 하필이면 가시가 돋쳤
을가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장미꽃이 피어났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것이다.

(東亞日報, 1969.8.7)


- 법정 스님의 '너무 일찍 나왔군' 중에서 -


본문 내용은 10,87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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