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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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yoki ( Hit: 147 Vote: 3 )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리해야할 문제도 있었고...생각해봐야할 문제도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동안 오기로 버텨오던 내자신의 약속을 깨버렸다.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부모님한테는 용돈을 받지 않다가...
어디론가 떠나야한다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여
비굴하게 손을 벌리고 말었다.
혼자 여행다녀온다는 말을 들으신 아버지께서는
아무말씀하지지 않고 돈을 주셨다.
그렇게 해서 그동안의 나의 작은 반항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카세트와 다이어리를 들고 무작정 기차를 탔다.
오랜만의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던 당초의 계획은
두 귀를 울려대는 Pantera의 숨쉴틈을 주지 않고 분출되어 나오는
거대한 분노의 용암덩어리는 간만의 사색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창밖으로 늦은 여름의 풍경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어떤 영화에서 본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작고 아담한 간이역에서 기차는 멈추었다.

난 그냥 내렸다..
이름도 기억하질 않는다.
읍내를 벗어나니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시골길을 걷는건 생각보다 상쾌하고
기분좋은 일이였다.잠시나마 나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다시 기차를 탔다.

늦은밤에 아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나로인해 놀라신
부산 고모댁에서 하루밤을 자고 아침일찍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일찍일어나는 아침이였다.
여행의 피곤함은 어느덧 사라졌고
또다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또 그렇게
나와버렸다.

그냥 부산시내를 돌아다녔다.
아무버스나 타고 한참을 가다가 내리고
또 다른 버스를 타고
20여년을 살아온 서울에서도 길을 잘잊어버리는 나지만
가본적을 손꼽아 볼수 있는 부산에서 그러고 다니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
이미 잊어버린 나를 되찾는것보다 쉽다고 생각해서였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싶었다.
수산물 경매장을 가보고 싶었으나 어디인줄 몰라
못가고 말았다.

그러던중 버스안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모든이들이 열심히 살고 있다.다소 짜증을 내지만
그래도 묵묵히 운전을 하는 버스운전기사 아저씨
아침일찍 장을 보신 것 같은 구수한 사투리의
아주머니들..단어집을 들고 서있는 여학생..
버스안의 모든 이 들이 각자 자기 삶에 충실하고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나 혼자만빼고..
갑자기 외국인이 된느낌이였다.
그들이 구사하는 사투리가 내겐 다소 생소했음에도
이유가 있었겠지만..그런문제가 아니였다.
그들은 뭔가를 향해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를 못하다..
그런것에 대한 이질감같은 것을 느꼈을 꺼다.

사람들은 다만 질질 끌려가고 있을 뿐이다. 남의 얼굴을
바라볼 필요도 없다. 거울을 한 번보라.질질 끌려가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살아 있지도 죽은 것도 아닌 것.
삶은 아름답다. 죽음도 아름답다. 그러나 끌려가는 것은 추하다.

이런말로 스스로를 위로해봤지만.. 그건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의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현재를 열심히 사는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살어보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다시 기차에 올라탔다..부산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답게 그 규모가 컸다.
가고싶은 곳은 많았지만...10시 넘은 시간에 다시
기차로 올라탔다.모두들 피곤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그러나 내 머리속에
여러 가지 잡생각? 은 정리가 되질 않었다.
갑자기 생각하기가 귀찮아 졌고
볼름을 높였다.
그덕에 옆에서 주무시던 아저씨를 깨웠지만.
귀가 아플정도로 들려오는 데스메탈은
머리속을 청소한다는 느낌이 들게하였고
나는 잠이 들었다.....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예상대로 생각이 주를 이루는 여행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할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였다.


ps:글을 보다 보니까 죽음에 관한 글이 있더군.
나도 한자 적어본다.나도 이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는 자신하지
못하지만......

인간의 생애는 순전히 비극적 성질을 띠고 있으며,
인생은 이루지 못할 부질없는 계획 그리고
때늦게야 깨닫게 되는 오류(誤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생존은 죄악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에게 죽음이라는 부채를 지고 있다. 애초부터
인간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잘못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생애를 돌아다보고 비로소
미궁에 빠져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서
자신의 의지를 부정하기도 하고 다른 개체(個體)의
의지에 전적으로 의탁하는 길을 택하기도 하는데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다.
결국 존재 가치는 없는 것이 더 나은 일종의 과실이며,
인식(認識)만이 우리들을 거기에서 벗어나게 한다.

---쇼펜하우어 삶과 죽음의 번뇌에서--



자랑찬 칼사사 무적 부두목
김 성 훈


본문 내용은 10,41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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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2/26/2009 00:56:26
Last Modified: 08/23/2021 11:4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