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수(KimChSu ) [성철]안녕하세요
곱사리(ggsarida) 아직도 비방인가요?
김철수(KimChSu ) [성철] 죄송해요..
곱사리(ggsarida) 헉 그런데 왜 또 초대했나요?
김철수(KimChSu ) [성철] 5분이내 아무도 안오면 짤려서 ^^;
김철수(KimChSu ) [성철] 아는 사람이 지금 이시간에 사리님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저랑 이야기 해줄수 있으신가요?
곱사리(ggsarida) 그러지요 뭐..음냐..벌써 20번째이군요..==;
김철수(KimChSu ) [성철]사리님은 마음도 좋으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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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현정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서 미칠지경이었다.
편지를 보낼려고 했으나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답장을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조급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결과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만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질않자 철수는 불안감에 쌓였다.
방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버렸고 비방이라고 만든 제목은 사람들의 항의를 받아서
잠수방으로 바꿔어 버린지 오래전이었다.
쓸쓸히 움직이지 않는 화면은 철수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휴..내가 왜이렇지..."
이미 시간은 흘러 철수가 접속한지 6시간이 흘렀을때였다.
느려진 화면이 빠르다고 느꼈을때 현정이가 들어왔다. 철수는 너무나 기뻤다.
하지만 그것은 곧 불안으로 바뀌어 버렸다.
현정이가 직접 만나자고 하는 것이 않는가?
이현정(99431 ) 성철님 죄송해요 늦어서..
김철수(KimChSu ) [성철]괜찮아요..
이현정(99431 ) 아빠가 일찍오셔서 못들어왔어요 많이 기다렸어요?
김철수(KimChSu ) [성철]아뇨..그동안 다른 사람들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이현정(99431 ) 성철님 내일은 참 좋은 날이에요
김철수(KimChSu ) [성철]뭔데요?
이현정(99431 ) 내일 학과 수업이 휴강이거든요
김철수(KimChSu ) [성철]아...네
이현정(99431 ) 훗 ^^
김철수(KimChSu ) [성철]그런데요
이현정(99431 ) 성철님 제 부탁 한가지만 들어주실레요?
김철수(KimChSu ) [성철]네 말씀하세요
이현정(99431 ) 성철님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보고 싶어요
김철수(KimChSu ) [성철]아....네...
김철수(KimChSu ) [성철]현정님..제친구랑 같이 나가면 안될까요?
이현정(99431 ) 전..혼자 나가는데....
김철수(KimChSu ) [성철]친한 친구이거든요 현정님을 소개시키고 싶군요..
이현정(99431 ) 네?
이현정(99431 ) 저랑 만나기 싫으시면 싫다고 말씀하세요
김철수(KimChSu ) [성철]아..아닙니다. 자랑할려구요 ^^
이현정(99431 ) 훗..정말요?
이현정(99431 ) 그럼..그렇게 하세요
김철수(KimChSu ) [성철]그런데 괜찮겠어요? 실례는 아닌지..
이현정(99431 ) 괜찮아요. 성철님이랑 친한 친구시라면 좋으신 분일꺼에요
김철수(KimChSu ) [성철]그럼요 아주 좋은 친구에요 순진한 녀석이지요.
참 제가 어떻게 현정님을 알아볼 수 있나요?
이현정(99431 ) 하얀 모자와 흰브라우스를 입고 나갈께요
김철수(KimChSu ) [성철]현정님을 볼수 있다니 정말 좋아요
김철수(KimChSu ) [성철] 참! 현정님..
이현정(99431 ) 네..
김철수(KimChSu ) [성철] 장소는 어디인가요?
이현정(99431 ) 마로니에 공원 앞의 칸타타루. 시간은 2시 괜찮겠어요?
김철수(KimChSu ) [성철] 네...
이현정(99431 ) 시간을 임의로 정해서 죄송해요 시간이 그때밖에 없거든요..
김철수(KimChSu ) [성철]알고 있어요..현정님 ...
이현정(99431 ) 미안해요 고집을 부려서..저 못됐죠....
김철수(KimChSu ) [성철] 미안해 하실것 없어요..
김철수(KimChSu ) [성철] 현정님은 제게 아주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현정(99431 ) 네..꾸벅~
## 이현정(99431)님이 퇴장했습니다.##
김철수(KimChSu ) [성철]전 현정님을...헉~
/fi 99431
## 이현정(99431)님은 지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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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이가 갑자기 나간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들어와서 현정이가 컴퓨터 스위치를
꺼버렸기 때문이었다.
현정이의 아버지는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단지 컴퓨터에 붙어있는
현정이가 보기 좋았지만 차츰 이상한 낌새를 채고 있었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올때마다 현정이는 무엇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며
켜져 있으리라고 생각했는 컴퓨터는 꺼져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현정이의 아버지는 걱정을 하였다.
신문상에 오르내리는 컴퓨터를 이용한 음란물을 현정이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게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석연찮은 의심은 벗어버릴수 없었다.
"현정이 힘 안드니?"
"아니에요, 아빠 지금 잘거에요"
현정이는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아버지가 상냥하게 대할때는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던 것이었다.
철수는 그런 현정이의 사정을 잘알고 있었다.
"아.."
철수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마치 잘못을 저지르다가 발각된 아이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고백을 못한것이 무척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내일 현정이를 만난다는 걱정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휴....어떻게 하지...성철이에게 부탁해야 겠어..
그런데 성철이 이 녀석은 왜 아직 안들어오는거야..."
철수는 속이 무척 상했다.
괜히 성철이에게 채팅을 보여줘가지고 이런 일을 당하는 것 같아서
후회가 막심하였지만 곧 체념해 버렸다.
"그래 이렇게 채팅만으로 이야기 하는것도 호강이지..."
철수는 성철이를 기다리다가 그만 자버렸다.
다음날 수업중에 성철이를 만나자 철수는 어제의 이야기를 하였다.
성철이는 예외였다는 얼굴로 철수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흥미있는 표정으로
철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기꺼히 도와드리지.."
철수와 성철이는 칸타타로 향했다.
"성철아..알지?"
"응 그래 알았어..내가 철수의 애인을 뺐어간다면 그건 친구도 아냐...
훗 그런데 어떻게 해야되지? 그리고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되니?"
"응....그냥 만나기만 하면 돼.. 난 채팅만으로 족해..."
철수가 부끄러운듯이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하하...여기 숭고한 사랑의 전사가 있군... 그런데 정말 그애를 좋아하니"
"응...."
철수는 조그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칸타타루에 도착할동안 철수는 현정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현정이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와 집안에 대한 이야기만 해주었고
현정이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하기 싫었다.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보물이기에 성철이에겐 알려주기 싫었던 것이었다.
칸타타루에 들어가니 향긋한 커피내음이 철수의 마음을 더욱 부채질 하였다.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철수를 성철이가 말렸다.
"야..철수..이런..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수 없잖아. 한번 만나보자.."
철수는 두리번거렸다.
한쪽 구석에 하얀 모자를 쓰고 앉아 있는 여학생의 뒷모습이 보였다.
철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성철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성철이도 그애를 본것 같았다.
"성철아..저애인것 같애.."
"응...내가 어떻게 여자애들이랑 이야기 하는지 잘봐"
성철이는 아주 익숙한 듯이 그애한테로 걸어갔고 철수는 성철이 뒤로
졸졸따라 갔다.
"혹시 현정님아니세요?"
"네..그럼...성철님?"
그때 그 여학생이 뒤를 돌아보았다. 철수는 현정이를 보자 가슴이 뛰었다.
그애는 무척 귀여운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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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이도 현정이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기색이었다.
철수는 순간 성철이가 미워졌다.
자신이 성철이라고 한것이 이렇게 후회스러운 적이 없었다.
철수는 후회를 하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처음뵙겠습니다.현정님"
"네"
성철이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현정이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채 조그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정이의 목소리는 약간 상기된듯 떨렸으며 철수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이앤 저의 친구 철수이고 제가 사용하는 아이디의 주인입니다."
"안녕하세요 철수님"
철수는 대답을 하지못했다.
현정이의 얼굴을 바라본다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현정이는 고개를 들어 철수를 바라 보았다.
현정이의 눈과 마주치자 철수는 얼굴이 빨개졌다.
'현정님..사실은 제가 현정님이랑 채팅을 하던 사람이에요'
철수는 순간적으로 말을 할뻔하였다. 당황한 철수는 물잔을 들고 물을 마셨으나
물컵이 탁자위로 엎질러졌다..
"이런...앤 조심성이 없어서...미안해요 현정님 "
성철이가 손수건으로 테이블을 딱으면서 현정이에게 말하였다.
"괜찮아요.."
현정이는 목소리도 좋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성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것일까?
철수는 안절부절하여 컵을 만지작거렸다.
성철이도 현정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성철이는 재미있게 이야기 하였고 현정이는 가만히 듣고 있었지만 즐거운듯
미소를 계속 띄우며 성철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철수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대화에 끼어들수 없었다.
그저 속무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러웠고 부끄러웠다.
현정이는 성철이가 무척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지만 그의 친구를 데리고
온것을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다.
성철이와 철수는 어울리지 않은 친구라고 여겼다.
생김새와 행동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친구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이렇게 만나는데 철수가 마치 방해꾼처럼 느껴졌다.
"현정님..현정님이 이야기좀 해보세요"
"아...전 듣는것을 좋아해요..."
성철이는 철수가 안중에 없는것 같았다.
철수가 계속 성철이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성철이는 무시를 하고 이야기를
자신에게 맞추어 이끌어갔다.
"밖으로 나갈까요? "
"네 좋아요"
성철이가 이말을 꺼내자 현정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났다.
철수는 재빨리 카운터로 가서 계산했다.
이것만은 성철이에게 빼앗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철이와 현정이는 서로 이야기 한다고 밖으로 먼저나갔으며
철수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밖은 화창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철수는 혼자 고립되어 있는 것 같았다.
정적만이 그를 감쌓았으며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지경이었다.
"현정님 노래 좋아하시나요?"
"네..."
마로니에광장의 스텐드엔 아마추어들이 나와서 노래자랑을 하고 있었다.
사회자가 관객중에서 한명을 지목하면 그 사람이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하하하...정말 재미있게 부르는군요..저사람"
"네...전 가끔 이곳에 와요.....하지만.."
현정이는 성철이랑 이야기하다가 문뜩 철수를 바라보았다.
철수의 눈동자가 너무 슬프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왜 슬픈눈을 할까? '
현정이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만났던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철수님 어디 언짢은 데라도...."
"아....아닙니다..."
철수는 얼굴이 빨개졌다.
"현정님 잠시 마실것좀 사올께요...야..철수야..같이 가자.."
"..응...."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으면서 성철이가 심각한 얼굴로 철수를 바라보았다.
"철수야....인상이 왜그래?"
"으응?"
"음...어떻게 하지..이젠? 현정이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되는 것 아냐?"
"아..아냐...그냥 이대로 하자.."
철수는 지금 이 상태에서 사실을 현정이에게 이야기 하면 앞으로
못 만날것 같았다.
현정이를 속이고 채팅을 하였다는 것은 그녀를 가지고 놀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훗...그런데 말이야.....나...현정이 마음에 들었어.."
철수는 순간 들고 있던 캔커피를 떨어뜨릴뻔 하였다.
"음...그래서 말인데...솔직하게 이야기 할께 현정이는 너한데 어울리지 않아....
내가 너한테 어울리는 애 소개해줄께...싫니?
"..........."
"그럼 현정이에게 말할까?"
"..........아니..."
"좋아 그럼 그렇게 한다"
"하지만..현정이에게 더이상의 감정은 가지지마...이건 부탁이야.."
"음..좋아..사랑한다는 말은 안할께..하하"
철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부정을 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대로 사실이 밝혀져서 헤어진다면 영영 채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스텐드로 왔을땐 현정이가 사회자에게 지목이 되어서 쩔쩔매고 있었다.
현정이보고 노래를 시켰는데 현정이가 나가질못해서 사람들이 야유와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현정이는 노래를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앞에서 부른적이 한번도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성철이와 철수가 오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도 못하였다.
"하하..여러분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줍시다. 에잉 왜그래에~~~내숭 떨고있어엉~
사회자의 짖궂은 질문에 현정이는 어쩔줄 몰라했다.
"제가 대신 부르께요"
"아..저 아가씨와 어떻게 되는 관계인가요? 애인이 아니면 안되는데..."
"전 애인이에요"
현정이가 놀라서 고개를 들자 무대에는 성철이가 서있었다. 철수는 경악하였다.
'아니..이녀석이..정말....으.노래를 부르면 ....난..이제 끝장이닷'
성철이는 성악을 전공하기때문에 그의 노래솜씨는 정말 끝내주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르는 일은 없었지만 단 성철이가 정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을 때 가끔씩 그애를 위하여 부르곤 하였다.
"노래 제목은?"
"이상우의 비창...그녀에게 바칩니다."
성철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시장바닥같이 떠들썩한 마로니에 광장은 순간 정적에 감쌓이고 그의 목소리는
멀리 메아리쳤다.
현정이는 완전히 넋이 빠져있었으며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철수는 그런 현정이의 모습을 보자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철수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뛰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서 미칠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든것이 멈추어져 있었다. 철수는 빈 공간속을 한없이 뛰어갔다.
뒤에선 노래가 끝났는지 환호와 앵콜소리가 철수의 뒷머리를 휘어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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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가 자취방으로 도착했을땐 해가 져서 어둑한 기운이 도시전체를
감싸는 때였다.
조금전에 있었던 일은 마치 꿈속에서 겪은 것처럼 기억이 가물하였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런 것 같았다.
침대위에 쓰러질 듯이 누워버린 철수는 그만 잠이들어버렸다.
얼마큼 잠이 들었을까?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되었다.
'휴...악몽같았어..'
철수가 잠에서 깨어나 세수를 하러갔을때 아직 성철이가 자취방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철수는 순간 걱정이 되었다.
'성철이...설마..' 철수는 재빨리 컴퓨터를 앞에 앉아서 통신망에 접속하였다.
'제발...'대화방에 들어간 철수는 현정이를 찾았다.
하지만 현정이는 지금 사용을 안하고 있었다. 철수는 불안하였다.
'지금까지 안들어왔다면...아냐..그럴리가 없어...하지만...맞아...
메일이 왔을지도 몰라..'
철수는 메일함으로 갔다. 다행히 현정이에게 메일이 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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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신 인 : 이현정 (99431 )
수신/참조: 수신
제 목 : 오늘 무척 즐거웠어요
성철님... 안녕하셨죠?
지금쯤 성철님 뭐하고 계실까요..
성철님.지금 아빠에게 온갖 눈총 받아가면서 이러고 있답니다.
아빠는 마치 제가 하이텔에 접속해서 채팅하는 게 남부끄러운 일인 줄 알아요.
이것도 세대차이인지...
성철님..오늘 성철님 만나뵈어서 기분 좋았어요.
왜냐구요?
그냥요....^^
하지만....
아쉬운 건 당분간 채팅을 못 한다는 거지만.
그래도 성철님, 아빠눈 피해서 메일은 올릴께요.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성철님을 또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뻐요.
그날은 성철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잘 하지 않는 화장을 하고 나가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남들이 하도 어려보인다기에 하는 말이죠.
전 그냥 순수한게 좋아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말예요.
오늘 창밖으로 하늘을 보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갑자기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뭐냐면요...
'그대 발길이 멈추는 곳에 숨결이 느껴지는 곳에 내마음 머물게 하여 주오..
그대 긴 밤을 지낸 별처럼 사랑의 그림자되어 그 곁에 살리라..'
성철님...비록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성철님곁에 있을 거예요..
성철님이 늘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말이죠..오늘도 성철님이랑 채팅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하는 수 없죠.아빠가 난리시니까 말예요. 그리고..
제가 안 들어온다고 너무 섭섭해하지 마세요.
전 또다른 만남을 기대하고 있거든요.
그 동안 행복하시길 바라구요..항상 건강하세요.
잠도 좀 주무시고..끼니는 꼭 제 때에 챙기시구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제가 성철님 무지 좋아한다는 거요.
그럼 다음에 또 쓰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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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몇번이고 읽었다. 하지만 어느 구석에도 철수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다.
'끝까지 남아있어야하는데...아..난 왜이렇지..정말 바보가 아닐까?'
철수는 머리를 쥐어 뜯었다.그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철수가 뒤를
돌아보자 성철이가 방금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철수는 재빨리 컴퓨터를 꺼버렸다.
"야아...정말 기분좋은 하루다....훗...철수야...
이 형님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날은 없었어..."
"성철이...너...."
철수는 성철이를 째려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행동도 별로 잘한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철수... 갑자기 없어지면 어떻게하니...."
" ........ "
"그건그렇고..현정이 정말 끝내주더라.."
"뭐.....라고?"
철수는 키보드를 들고 성철이에게 달려들었다.
"야..뭐야..농담이야...농담.."
"헉~헉~ "
"으아.철수야 컴퓨터 떨어진다"
철수가 컴퓨터를 잡을려고 돌아서자 성철이가 도망쳤다.
"철수야..내일보자...자식 무서워서 같이 못있겠네...하하..내일 이야기 할께 "
성철이가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철수는 멍하니 서있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내가 왜이렇지..' 철수는 정말 자신이 싫어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냥 죽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럴 자신도 없는 자기를 발견하곤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그냥 그대로 살아야겠어...괜히 여자를 사귀는 생각을 가지다니..'
철수는 푸념하였다. 아니 포기를 하였다는 생각이 더 어울릴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철수는 학과에서 성철이를 기다렸다.
어젯밤 꿈에 성철이가 한말이 계속 철수의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기에
성철이와 단합을 벌이려고 했던것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현정이 정말 끝내주더라....'
성철이의 이 한마디는 계속 철수의 마음을 파고들어 심장을 갉아 먹고 있었다.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농담이라고 말했지만 농담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야..철수..미안해"
성철이가 철수를 보자 어제밤에 있었던 사건이 심각한것을 표정에서 읽었는지
계면쩍은 얼굴로 인사를 하였다.
"성철이..그애랑 만나지마.."
"왜?"
"넌..다른 애를 구할수 있잖아...현정이는 내꺼야"
"훗...넌 사람을 그렇게 보니? 여자가 물건이냐?"
"너야말로 여자를 물건취급했잖아.웃기는 녀석...친구의 애인을 뺏으려고 하다니"
"뭐라고?"
성철이는 기가 막힌듯 철수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뭘 봐"
"보긴...너 얼굴본다...왜? 철수...넌 말이야 왜 뒷북치고 난리야...
어제 있을때 왜 말 못했어?
지금와서 이렇게 한다고 현정이가 너에게 관심을 두는줄 알아?
처음에 내가 아니였으면 현정이랑 만났을 것 같애?
철수 너는 정말 한심한 녀석이야. 혼자서 궁상이나 떨고.."
"뭐야?"
성철이의 말들은 비수처럼 철수의 가슴을 찔렀으며 철수는 더이상 듣기싫어서
고함을 질렀다.
철수가 큰목소리로 화를 내자 주위의 친구들이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깨닫고
주위로 몰려들었다.
"왜그래 둘이..."
"말로하지말고 붙어"
"아니..철수가 화를 낼때도 있네..정말 신기하다.."
"아니 이자식이 제 애인을 뺏었다고 나한테 투정부리잖아...나 원 참.."
"철수야 정말이니?"
"..........."
"빙신같은게...통신에서 만난앤데..
애인도 아니면서 내가 그애랑 만났다고 저렇게 화를 내고 그래...
같이 있었을땐 가만히 있고 헤어지니까 지랄하고 있잖아"
철수는 음악을 틀었다. 음악소리를 들으면 잊을 수 있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컸다.
성철이는 유일한 친한 친구인데...
성철이가 짐을 챙기고 나간 작업실은 너무 커보였다. 철수는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의 어머니가 혼자 외롭게 있는 철수에게 사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철수는 무척 기뻐했으며 아주 소중히 여겼다.
철수는 컴퓨터를 치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수가 있었고 그렇기에
현정이에게 그런 감정을 가진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철수는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모뎀을 빼기로 결심했다.
모뎀이 있으면 접속을 할것이고 접속을 하면 그녀를 잊을 수 없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안녕..현정님..미안해요..하지만..즐거웠어요..'
모뎀을 뺀후 그것을 곱게 싸서 어머니의 유품이 들어있는 가방에다 고히 넣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쓰러져서 한없이 울었다. 자신이 한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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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이는 철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전화기를 들었다.
하지만 곧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철수의 성격상 쉽게 풀어지지 않는 사건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차츰 풀리겠지라는 생각을 가진 성철이는 현정이 생각에 곧 잊어버렸다.
성철이는 현정와 차츰 만나는 날이 많아졌다. 현정이는 시간이 내기 힘들기
때문에 성철이는 학교 근처에서 기다리다 잠시 만나는 일밖에 할수 없었다.
"아..현정씨 여기에요"
성철이가 손을 들어 현정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현정이는 웃음으로 성철이에게 대답했다.
성철이는 현정이와 같이 거리를 거닐었다.
성철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현정이는
단지 듣기만 하였다. 성철이는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현정이의 표정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성철님..저 한가지 물어봐도 되나요?"
그냥 말없이 거닐다가 말문을 먼저 꺼낸 현정이의 말이었다.
"네?"
"요즘 접속을 안하시는가요?"
"무슨 접속요?"
현정이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성철이를 바라보았다.
"통신말이에요"
"아....채팅이군요...하핫.."
성철이는 가슴이 뜨끔하였다.
현정이와 이야기할때에는 통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려했으며 통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곳으로 화제를 돌리기에 바빴다.
"아...사정이 있어서....고장이 났거든요.."
"뭐가요?"
"아..통신에 들어가는것..."
"모뎀을 말씀하시는 가요?"
"네...맞아요...모뎀..고장났어요..그런데..현정씨 오늘은 어땠어요?
무척 날씨가 덥지요? "
현정이는 다시 시선을 바닥에다 두고 걷기 시작했다.
당황한 성철이는 계속 말을 하였다.
"그런데..현정씨....성철님이라고 하니까...어색하잖아요..하핫..
성철씨가 듣기 좋은데..."
"네? 전 님이라고 붙이는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요...
처음에 만났을땐 성철님도 님이라고 붙였잖아요..
통신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습관이 되어서 고치기 힘들어요..."
"아핫...그래요...하하.."
성철이는 겸면쩍은 듯이 웃었다.철수가 한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현정이를 만나기 전에 철수가 지적을 하던 사항이었다.
"친구분은 요즘 안만나시는가요?"
"아..철수 말이에요?"
"네.."
"왜요?"
성철이가 곤혹스러운듯이 물었다. 가슴이 찔리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분.....철수님의 눈이 너무 슬프게 보였거든요...아주 인상이 깊었어요..
이상해요..아주 오랜친구처럼 저를 걱정하는 눈빛이었어요.."
현정이가 성철이를 바라보자 성철이는 얼굴이 붉혀진채
가만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훗 미안해요..성철님..제가 괜한 소리를 했지요?
이렇게 성철님이랑 같이 거닐고 있는데...죄송해요."
"아니에요..철수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것 같아요..훗 아마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런 눈을 가지고
있었던것 같아요..성철님은 좋은 친구를 두셨군요."
".............네"
"그런데..모뎀이 고장이나서 어떻게 하죠? 제 편지를 못보셨겠군요..."
"네..참..현정님 전화번호좀 알려주시겠어요?"
"하지만..."
"연락을 할수 없잖아요..이제 곧 방학이 될텐데..."
"어떻하죠? 집에서 알면 큰일나는데..."
현정이가 어쩔수 없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럼 제가 성철님 댁에 전화를 드릴께요..."
"네...하지만..현정님 전화번호를 알려 줄 수는 없는 가요? 걸지는 않겠지만.
혹시 나중에 대비해서..."
현정이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단순히 집안일로 거부만 할 수 없었다.
"네...제가 적어드릴께요.."
현정이가 수첩을 찢어서 번호를 적고 성철이에게 건내주었다.
"현정님..철수는 정말 좋은 애입니다....."
"아니에요..성철님 그말에 신경쓰지 마세요..제가 괜한말 했군요.."
성철이는 현정이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현정이의 티없이 맑은 마음에 성철이는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어떻게 하던지 현정이를 소개시켜 줘야겠군..철수...정말 행복한 녀석이야...
내가 졌어'
"성철님 기분이 안좋으시나요?"
"아닙니다..현정님 철수와 한번 만나보실래요?"
"그럴 의도는 없었어요"
"만나주세요..전 상관없습니다. 철수도 현정님을 좋게 보던데..."
성철이가 심각하게 이야기 하자 현정이는 곤혹스러워 했다.
괜한 철수의 이야기를 한것 같았다.
성철이가 자기를 싫어하는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네...그럴께요..하지만..전 성철님이..."
현정이는 마지막 말을 못했다.
통신상에서 만나면 자연스레 나오는 말이었지만 직접 말을 하려니까.자신이 없었다.
좋아한다는 말, 그렇게 말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네..괜찮아요..전 상관없어요...하핫"
성철이가 웃으면서 말하자 현정이는 서운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
채팅에서는 그렇게 잘 이해하던 사람이던데..
" 그럼 현정님 내일 봐요..일찍 들어가시야죠"
"...네"
성철이는 마음이 개운하였다.
철수와 싸운 후로 쌓였던 감정이 아어 내린듯해서 신바람이 났다.
비록 서운한 느낌이 들었지만 철수와 다시 관계를 지속시킬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철수...이 자식.... 기뻐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파란불을 기다리다가 지친 성철이는 마음이 조급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음..어떻게 하면 다시 철수와 현정이의 관계를 발전시킬까?..
맞어..그냥 자연스레 소개시키주는 방법을 연구해야겠어..새로 시작하면 되지..
내가 교육을 단단히 시켜야겠는걸?..후훗 음냐..왜이리 오래걸리지...
앗 파란불이다.'
파란불이 들어오자 성철이는 재빨리 건너갔다.
그러나 성철이는 철수와 현정이 생각에 너무 골몰한 나머지 노란불을 보고
재빨리 지나가기 위해 가속을 가하는 트럭을 미처 보지 못핫다.
~~~~~키익~
찢어지는 듯한 바퀴의 마찰음은 떠들썩한 대학가 앞의 거리를 순식간에 경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