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극도의 피곤함이나 초조함을 느끼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져서
평소에는 상상치 못했던 행위를 하곤 하는 것은 이미 학회에 널리 알
려진 사실이다. 이 학술적 진리는 훈성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뜨거운 한 여름 날씨를 참고 어렵게 찾아온 트액마을에서조차 경
윤의 문제는 풀리지 않자 훈성은 얼마 전부터 조금씩 신경질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판단력을 흐려졌고, 원태로부터 '즉시 떠나라'란 요구
를 들을 때 무렵에는 그녀는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언젠가 경윤은 훈성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언니. 죽음이란 뭘까?"
훈성은 그녀의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었으며 그리 짧지 않은 인생에
서 그 한가지조차 여지껏 깊이있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글쎄..."
그녀는 짧게 답해 주었으며 자신이 답을 하는 것보다는 그렇게 경윤,
스스로로 하여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훈성은 지금 그 죽음에 관해 생각을 해 보게 된 것이다. 죽음으로써
원한을 갚을 수 있다면, 죽음이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라면,
훈성 그녀는 그 죽음의 맛을 원태에게 보여줄 충분한 의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