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11시 40분발 통일호를 타고
친구 2명과 조치원으로 향했다.
입석이었던 우리는 통로에 신문지를 깔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미 의지로 감정을 버렸던 나였지만
야경의 감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다.
시원한 바람, 반짝이는 불빛, 존재하는 사람들...
홍정욱의 대륙횡단여행도 이런 것이었으리라.
1시가 넘어 우리는 조치원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살기위한 여성들의 유혹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방향도 모르는 길을 갔다.
치밀한 계획이 없었기에 쉬운 여행을 바랄 수 없었다.
걷고, 또 걷고,
묻고, 또 묻고...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고대에 도착하였다.
이미 친구 집을 찾기를 포기한 우리에게
고대만이 우리의 안식처가 될 수 있었다.
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았던 조치원 역으로 다시 가서
술과 가벼운 안주를 산 채
고대의 운동장으로 갔다.
3명!
그리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우리의 얘기를 나누기에는 충분하였다.
밤은 그렇게 흘려갔고,
너무도 추웠던 우리는 빈 공중전화 박스 속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겼다.
새벽이 오고, 다시 친구 집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친구와 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미 우리 몸은 지치고 고팠기 때문에
결국 모두 거리에 몸을 마낀 채 쓰려져 자고 말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친구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 다시 친구를 찾아 나섰다.
다행이도 이번엔 전화가 되었다.
그렇게 친구네로 가서 밀린 잠을 자고,
라면으로 고픈 배를 달래곤
수많은 얘기를 나눈 채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