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67 자전거 도둑 (1998-04-20)

작성자  
   achor ( Hit: 832 Vote: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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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28866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67 자전거 도둑                              
 올린이:achor   (권아처  )    98/04/20 02:02    읽음: 25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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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둑, 김소진, 강, 1996



김소진...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관심조차 없던 류의 소설가.

80년대 서울대 영문과 재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잠수함을 탔었고,
후에 한겨레신문사 기자를 거쳐 소설을 쓰다 젊은 나이에 사망.

분명한 건 내가 이 단편집을 보는 동안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종류의 소설에도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감상>

94년부터 96년까지의 9개 단편들의 묶음.

     1. 한국

내가 처음 이 책에서 이질감을 느꼈던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이미지가 풍겼었던 점으로부터였다.

나 같이 조국의 감사함을 느끼지 못한 채
반 R.ef적인 Cosmopolitan을 지향하는 사람에겐
한국적인 정서란 배척하고 싶은 것일 뿐이었다.

그의 어휘는 꽤나 독특했으며, 역시 한국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년기 시절의 추억을 되집는 부분들은
모조리 한국의 어려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곤 했다.

그리하여 난 처음부터 '이 작가는 나와 다르구나'라고
쉽게 단정내려 버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난 이 책을 읽는 동안
깊게 빠져들어 한 숨에 쭉 읽을 수 있었다.

항상 그는 이런 식이었다.
현재를 이야기 하다 과거 회상에 잡겼다가 다시 현재.

그는 내 관심사를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매혹적이었다.
마치 거리 위의 아름다운 퀸카정도라고 할까.













     2. 운동권

박일문이 그러했듯이, 또 공지영이 그러했듯이
김소진, 그 역시 80년대의 운동권이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투쟁했던 80년대로부터 살아남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들 나름대로의 방식을 갖는다.

박일문이 살아남은 자들의 방황과 고통을 이야기한다면
공지영이 그 시절 이념의 순결함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면
김소진은 보다 넓게 시대의 흐름으로 80년대를 이해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이념의 문제를 역사의 차원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념의 과잉이었던 80년대,
상실의 시대이었던 90년대.

많은 이들이 이렇게 바라보던 그 시절을
그는 한민족이 역사를 통해 겪어온 고난의 한 물결로 여긴 게다.

무엇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지식이 턱 없이 부족한 터.
다만 새로운 방향으로 시대를 바라보는 그의 안목에
조금 놀라웠고, 조금 동의하였다.

그렇게 80년대로부터 살아남은 삶은
나름대로 세상과 결합한 방식이 있었던 것이다.


     3. 경복여관에서 꿈꾸기

9개의 단편 중 내가 최고로 꼽은 것은
바로 8번째로 수록된 '경복여관에서 꿈꾸기'!
"[오늘의 문예비평], 1996년 봄"

이야기는 이렇게 말하면서 끝맺는다.

"하지만 불화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어찌 새로운 절망의 시작이 아닐 수
 있으랴! 왜일까? 내가 한때 뭔가와 불화했거나 적어도 불화하는 시늉을 했을
 때, 사실 거꾸로 세상과의 화목을 목마르게 꿈꾸었기 때문이 아닐까? 경복여
 관에서처럼. 하지만 이제 경복여관을 또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또 지금의 시대는 딱히 뭐라고 이름붙일 만한 시대도 아닐 뿐더러
또 그렇다 해도 그것에 관심을 기울일 念이 없으니
불화 운운하긴 어쭙잖다고 시작에서 그는 말을 한다.

이제는 투쟁할 대상을 잃어버린 채 허공을 향해 소리치고 있는,
그런 시대인가 보다.

변절한 대학 선배와 지겹다고 외치는 부인, 섹시한 이웃 여인.
학창시절 유일하게 자고 싶었던 동기 여학생, 학생 운동의 주동자.

불화!불화!불화!
어울릴 수 없는 것들의 인위적 결합.

그렇지만 알고보니 모두 진실이 아닌, 의식적인 것이었을 뿐.
공/허/감/

鯨服旅館
고래뱃속













분명 그가 하려던 얘기는 80년대 운동권의 얘기가 아니었을 게다.

그럼에도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것은
자신을 바쳐 싸울 수 있었던 그 80년대 대학의 이념의 신선함이다.

또 그렇게 스스로 희생을 하였던 정의로운 사람들의
현재의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삶.

어쨌든 김소진, 그는 80,90년대를 역사의 한 흐름으로써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정립해 놓고
다른 길을 걸어갔다.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무렵에는
처음 '나와 맞지 않는다'고 단정했던 그가
더이상은 없다는 점에 상당한 아쉬움을 주었다는 것.

괜찮은 작가임은 틀림없을 듯 싶다.
잘은 모르지만.






                                                 空日陸森 Fucking 우레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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