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2015-03-14)

작성자  
   achor ( Vote: 2 )
분류      기술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1.
드디어 바바리안 킹을 찍었다. 음핫핫.
Clash of Clans 이야기.


COC는 Nokia 이후 가장 성공한 핀란드 기업이라 불리기도 하는 SuperCell이 개발한 게임으로,
(일본 소프트뱅크 51% 지분)

아시아권 게임들과는 달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유사 게임이 많은 상황에서 게임성 자체가 탁월한 것도 아님에도
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계에서 작년 10월 이후 여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도 물론 있지만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103&attrId=&contents_id=81437&leafId=1103
업계에선 욕을 단단히 먹고 있음에도 말이다.
http://www.thega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1533

언뜻 보면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게임을 두루 섭렵하기도 했거니와
한때 NC소프트 공식 게임 해설자까지도 역임했던 내 판단으로는, -__-;

그 해답은 탁월한 게임 밸런싱에 있어 보인다.

캐릭터의 유형 간, 유저의 레벨 간, 총 플레이 시간차 간 등 좋은 게임을 구현하기 위한
게임 내에서의 다양한 밸런싱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COC 밸런싱의 탁월함은
이러한 게임 내 밸런싱 뿐만 아니라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의 삶을 고려한 듯한 게임 외 밸런싱까지도 돼 있다는 점이겠다.

한 마디로
여유롭게, COC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유니티를 활용한 당대 최고의 모바일 게임이라 일컬어지기도 했던 엔도어즈의 영웅의 군단,과 비교해 보자면,

영군은 하루라도 게임 내 친구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관계가 끊긴다거나
월 2회 변경되는 배수 캐릭터를 현금이나 시간투자를 통해 확보하지 않으면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등
플레이 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유발시키는 면이 있었다.

이는 물론 반대로 생각해 보자면
적극적인 소셜 플레이를 통한 자발적 확산 견인, 적절한 게임사 수익 창출과 과금 외 대안 설계, 동시접속자 확대 장치 등
영속적인 게임 운영을 위한 필수적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생산자 관점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던 것이고,
그것이 바로 게임 외 밸런싱이 제대로 설정돼 있지 않다는 반증이었다.


반면 COC는
소셜 플레이의 영향력이 다소 미비해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크지 않고,
일상 속에서 게임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로 플레이를 못 한다 하더라도 큰 영향 없는 등
게임과 삶 간의 밸런싱이 잘 갖춰져 있다.

이는 마치
우리 게임은 네 삶보다 중요하진 않아, 라는 당연한 겸손함이자
뭐 삶에 영향을 끼치면서까지 우리 게임에 접속하진 않아도 돼, 하는 당당한 자심감처럼 느껴진다.

결국 SuperCell의 COC는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일이든, 동접을 확대하는 일이든, 인기를 끄는 일이든.



3.
이는 최근 연예계에서의 서장훈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농구선수였음에도 평판은 그에 미치지 못했기도 했고,
아나운서와의 이혼, 결벽증 등의 이미 알려져 버린 프라이버시 영역들도 그닥 호감적이지 않았음에도
서장훈은 근래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이 역시도 그가 조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연예계가 아니더라도
건물주로서, 혹은 농구계에서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기에
그는 조급하지 않을 수 있었고, 그리고 치열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게다.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조급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TV 속에서도
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아둥바둥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닐 수도 있으리라.



4.
근래 업무 상 MS의 Turn10이나 EA, 넷마블, 셀바스, KOG 등 국내외 많은 게임사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들과 간간이 예의 밸런싱 이야기를 나눠 보면 답은 결국 대동소이 하다.

이는 결국 결정권자 결단의 영역이라는 것.
그럴 수도 있겠다.


회사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용역을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게임사와의 제휴를 통해 간접적으로 게임을 만들곤 했었는데,
COC를 보며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게 있다.

마케팅 목적에서 괜찮은 게임을 직접 만들려는 시도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


이왕 만들 거 COC 정도의 밸런싱을 갖춘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건 당연할 것인데,

그것은 물론 결정권자 결단의 영역이기도 하겠고,
또한 실제로 탁월한 밸런싱 설계를 할 수 있는 담당자의 전문성도 있어야 하긴 하겠다.


게임의 기획 전문가가 아닌 내가 그런 탁월함을 갖출 리 만무하고,
용역을 수행하는 게임 개발사의 기획자가 그러한 의지 혹은 역량을 갖기도 쉽지 않을 터.

굳이 마케팅 목적으로 게임을 필요로 한다면,

(1) 좋은 게임 개발사와 제휴를 하되
(2) 탁월한 기획자의 탁월함을 저해하려는 결정권자의 결단을
(3) 계약이란 정당한 절차를 통해 막아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 achor


본문 내용은 3,66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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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hor
2015-03-15 22:35:06
내가 너무 쪼렙이라 설익은 오판일 수도 있겠다.
원래 쪼렙엔 그저 즐거운 법이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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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