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22 Ultra Girl (1999-01-02)

Writer  
   achor ( Hit: 699 Vote: 6 )
Homepage      http://empire.achor.net
BID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1060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22 ULTRA GIRL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1/02 22:58    읽음: 24 관련자료 없음
 -----------------------------------------------------------------------------
# ULTRA GIRL, でおせっか ご, 서울플래닝, 1992, 만화

이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ULTRA MAN]따위로 생각해선 안된다.
이 만화는 상상할 수 없는 철학이 담긴 위대한 名作이었다.

1999년 1월 1일,
새벽 힘겹게 집으로 돌아와 한 잠 자고 일어났더니
모두들 여행을 떠나고 집에 아무도 없던 거였다. --;

뜨아. 새해 첫날부터 라면이라니. !_!
남들은 다들 떡국 먹을 텐데... 어무이... T_T

라면도 없어서 결국 짜파게티 2개를 해치우고 난 뒤
뭘 할까 생각을 해봤더니 역시나,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만화책을 빌려볼 생각을 하곤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만화대여점으로 향해 빌린 만화가
바로 이 위대한 철학 에세이, [ULTRA GIRL]이었다.

이 만화의 가장 큰 위대함이라면
완벽한 善惡의 반전.

만화에서 주인공 설정을 귀엽고 섹시한 여고생의 모습을 갖춘,
세계정복을 꿈꾸는 마왕의 딸로 하였으니
惡에 대해 동조적 입장을 피할 길이 없었다.

결국 만화가는 이 시대 정의의 의미를 되집어보면서
과연 무엇이 진정한 정의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정의를 수호한다는 명목아래 무수히 쓰려져간 선량한 시민들의 모습,
그들, 거대한 힘에 희생을 강요당하는 소시민들의 삶을 그린
휴머니즘 만화...
...까지는 아니고. --;

그러나 아직 일본에서도 완벽한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지
작가는 어떤 외압에 의한 것처럼 보이는 듯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주인공이 마침내 선언하고 마는 것.
"나, 이제부터 정의다운 정의를 위해 싸울꺼야."

모든 게 깨지고 마는 듯한 이 강력한 허무감, 배신감. !_!

이후 작가는 스토리 전개를 어떻게 할 지 몰라 주저하며
주인공은 가수가 되었다가
장풍을 쏘는 초능력자도 되었다가
권법을 쓰는 격투사도 되었다가
이리저리 휩쓸린 후에 어정쩡한, 내가 본 文化物 중에서 가장 어정쩡했다,
결론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만다. -_-;

외압만 없었더라면 괜찮은 만화가 되었을 것을... (아마도 --;)
어쨌든 惡을 다룬만큼
하재봉의 [블루스하우스]만큼이나 최/악/의 만화였다. -_-;

오직 볼거리라면, ULTRA GIRL답게, 고등학생답지 않은 그 탱탱한 몸매!
하나의 꾸밈이나 가림없이 모조리 공개함! 완전 성인용. 허허. --;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연체료를 감당하기 위해
밤 늦게 대여점을 찾아 집을 나섰다.

밤 늦게 집을 나서는 건 매우 귀찮으면서도
사실 막상 집 밖으로 나오면 참 가슴벅찬 느낌을 준다.

필요한 건 담배와 라이터. 이게 빠지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한 대 쭉 빨고난 뒤
허허~ 하며 세상을 관조하는 재미, 그리고 멋.
이게 밤 늦게 집 밖으로 나올 때 느낄 수 있는 가슴벅참이란 말이다.

아마도 작년 이맘 때였지?
새벽에 집을 탈출하여 헤카를 만났던 게.
아. 그 때 진호만 없었더라도 멋진 역사가 탄생하는 거였는데. 허허. ^^;;

갑자기 새탈이 하고 싶어졌다.
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세상의 이면을 느껴보고 싶다.

그렇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음... 난 귀찮아 할 거야. --;
요즘은 많은 게 귀찮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니깐.
아... 죽음에 이르는 병... 무력함이여...



                                                            98-9220340 건아처


본문 내용은 9,578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202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202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Name
Password
Comment
reCaptcha



Tag

번호
분류
제목
작성일
조회수
추천
133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31 Papillon1999/03/0215276
132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30 쉬리1999/02/2811696
131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9 여간내기의 영화 교실1999/02/2517425
130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8 처녀들의 저녁식사1999/02/2319157
129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7 Il Nome Della Rosa1999/02/1816895
128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6 태양은 없다1999/02/0714525
127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5 속·죽은 시인의 사회1999/01/1916724
126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4 무한 육면각체의 비밀1999/01/1715423
125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3 Meet Joe Black1999/01/0912125
124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2 Ultra Girl1999/01/02234710
123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0 L'identete1998/12/26208417
122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21 홍어1998/12/2617659
121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9 やがて 哀しき 外國語1998/12/25209011
120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8 Lawrence of Arabia1998/12/2511657
119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7 영웅시대1998/12/2514686
118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6 きょこ1998/12/1623376
117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5 エクスタシ―1998/12/1616257
116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4 선택1998/12/12187714
115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3 Gone with the Wind 1998/12/10181213
114문화일기 (아처) 문화일기 112 외길보기 두길보기 1998/12/0619119
H 3 4 5 6 7 8 9 10 11 12 T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3/04/2025 12:3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