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사사 게시판』 31150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24 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1/17 22:37 읽음: 16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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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 육면각체의 비밀, 장용민.김성범, 둥지, 1997, 소설
이제 곧 영화로 개봉될 예정일뿐만 아니라
아직 내겐 약간은 경외의 느낌이 있는 이상에 관한 내용이란 점은
이런 류의 책에 그다지 손을 뻗지 않았음에도 유혹적이었다.
며칠 전 동아일보의 한 기고문에서 문화에 관한 얘기를 본 적이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대중문화와 순수문화로 나눈다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대중문화는 저속하고, 가벼운 이미지,
순수문화에는 인텔리적이고, 무게 있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기고자도 이 문제를 바꿔 보고자 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토로했었다.
하긴, 음악분야에서 클래식이 대중가요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절대 용납 못하면서도
문학분야에서는 이상하게도 대중소설, 이를테면 환타지물이나 미스테리스릴러물 등이
어쩐지 가볍고 읽고 나면 텅 빈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었다.
사실은 그게 아닐 것이다.
전체 문화가 꾸며낸 하나의 허상, 선입관일 것이다.
동일선상에 있는 각 분야는 동일한 가치를 지닐 거란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각설하고,
이 소설은 이상의 시, [건축무한 육면각체]를 시발로 하고 있다.
원체 난해한 이상의 시 중에서도 특히 난해한 그 시를 말이다.
그리고 초점을 일제치하에서도 건축부분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기던 김해경이
돌연 1930-31년 사이 자취를 감췄다가
1932년 이상이라는 가명으로 [건축무한 육면각체]란 시를 남긴 데에 두고 있다.
여기까지는 괜찮은 소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전개는 너무도 일반적이었다.
이런 소설에서는 항상 음모가 있기 마련이다.
즉 음모를 꾸밀 적이 존재해야 하는데
80년대 헐리웃 영화에서 소련이 등장했던 것처럼
한국 소설의 적은 역시 일본일 수밖에 없나 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전형적인 것은
무수한 비밀과 통제가 난무하던 박정희 치하에서
사건을 해결하려다 실패했었다는 이야기.
이건 김진명이든, 장용민이든 누구나 써먹는 수법이다.
소설이라곤 전혀 써 본 적 없는 작가답게
글재주도 별 볼일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건의 해결도 불명확하고
심지어 결말까지도 흐지부지했다.
뿐만 아니라 베네통, Win95, 코카콜라 등
특정상표를 고의적으로 드러내 표현한 부분은
마치 순수문학가 흉내만을 내고 있는, 내가 아는 최악의 작가
하재봉에 필적할 만한 거부감을 줬다.
차라리 영화가 이 책보다는 훨씬 나을 듯 한데...
그 어떤 감독이 만들던 말이다. --;
990117 21:25 이토록 괜찮은 소재로 이다지도 못 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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