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부터 홈페이지 손 좀 봤다.
특히 swf, fla, asf 등 한때는 웹을 장악했으나 이제는 브라우저에서 지원조차 하지 않아 아무 짝에도 쓸모 없어진 놈들을 중점 손봤는데
다들 꽤나 오래된 파일들이었던 만큼 옛 추억이 마구마구 솟구치더라.
그 중에서도 flash로 만든 사랑의 짝대기를 보면서는
그 시절 내가 어떻게 이런 걸 만들었을까, 사실 스스로 조금 감탄하기까지 했다.
아마도 내가 거의 처음으로 만든 flash 게임일 게다.
독학으로 책 한 권 훑어본 정도였으니 그 시절 내 실력은 너무나도 형편 없었을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최대치를 뽑아냈을 듯 싶다.
2.
사랑의 짝대기는 flash로 제작된 swf 파일이다.
flash 제작사인 macromedia가 adobe에 인수된 지 오래고, adobe가 flash를 포기해 버린 지도 오래다.
그래도 혹시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살펴봤더니
ruffle이라고, flash player emulator를 오픈소스로 만들어 배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https://ruffle.rs/
Copyleft
모든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
권한과 권리가 무척이나 중시되는 지금의 시대엔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그 시절 Copyleft에는 멋이 있었다.
어쩐지 자유로워 보였고, 젊은 저항감이 느껴졌으며, 이 세상을 위해 행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kokids는 한국 Debian의 주역 중 한 명이었고, yahon은 술만 마시면 모든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고 묻지도 않았는데 외치지 않았던가...
좀 나중의 일이지만 나도 한때 IndieWeb Project에 몸 담았었고.
3.
아무튼 아처판 사랑의 짝대기는 겉으로 드러나는 허접함 속에서도 놀라움과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흥미롭더라.
flash가 되지 않아 죽여놨던 링크를 ruffle의 도움을 받아 다시 살려놨다.
https://achor.net/service/game/acmeet/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당시 어느 사이트에서 무료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줬던 덕에 칼사사 등의 친구들 각자가 만든 것이었는데
보고 있노라니 그 시절 서로의 캐릭터를 자랑하던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도 하더라.
https://achor.net/board/freeboard/2476
- achor : 구국의 프로그래머 / 야, 너 섹시하다
- yahon : 난 여자면 다 좋아 / 껄떡껄떡~
- satagooni : 난 남자가 좋아
- 김신갑 : 나는야 태권소년 얍!
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일요일 아침, 두런두런 옛 추억들을 살펴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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