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41 the Contrabass (199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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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사사 게시판』 32479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41 the Contrabass                          
 올린이:achor   (권아처  )    99/05/13 19:54    읽음: 20 관련자료 있음(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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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ontrabass, Patrick Suskind, 1984, 열린책들, 독일, 소설

        이 책은 희정을 생각나게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기억에 
      의하면 희정과  떠난 기차여행에서  희정이 이 책을 봤던 것 
      같은데, 또 곰곰히 생각해  보면 희정과 여행을 떠난 기억이 
      없다. 어쩌면 여행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책은 희
      정과 여름, 그리고 낯선  지방으로 가는 열차와 연관되어 내
      뇌리 속에 남아있다.

        참 털털한 책이었다.  까닭없이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지도 
      않았고, 유달리 관념적인 이야기들로  폼 재지도 않았다. 그
      저 평범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소시민을 등장시켜 홀로 
      독백하는 형식은 이웃집 아저씨가 나지막히 이야기하는 것처
      럼 소탈한 느낌을 줬다.

        그의 콘트라베이스는 자기  자신이기도 했고, 그가 사랑하
      는 '세라'이기도 했다. 오케스트라의 구석에 쳐박혀 그 누구
      의 이목도 받을 수 없는 콘트라베이스는 그를 그렇게 소심하
      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래서  때론 그 덩치만 큰 '괴물'을 
      구박도 해보지만, 그건 이상과 다른 현실 속 자신에 대한 아
      쉬움일 뿐, 또 때론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평생 먹고 살아
      갈 길을 준 콘트라베이스는  사랑스런 세라와도 같은 존재이
      다. 그는 마치 세라를 다루듯 콘트라베이스를 더듬거리며 흥
      분하곤 하는 변태적 성향을 내보이기도 한다. --+

        콘트라베이스 하나로 현실과 이상, 자신과 세라, 소심함과 
      대담함을 모두 표현해 낸  Patrick Suskind의 공력은 놀라울 
      뿐이었다. 그 은연중에 풍기는  고백적 은유야 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렇지만 또다시  Patrick Suskind를 읽어보고  싶은 만큼 
      그의  작품이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결론내리며  Patrick 
      Suskind를 접는다...

        끝으로 부디 그가, 음악당에 소리를 질러 그간의 소심함으
      로부터 벗어나던가, 아님 침묵하여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박
      하게 살아가던가, 어쨌든 이번만큼은 그의 소신대로, 자신있
      게 행동하길 빌어본다.




990512 18:30 소박한 삶의 수수한 매력을 느꼈다.











                                                            98-9220340 건아처 

# 1999년 5월 13일 19시 조회수 0

  독일어 원제를 알 수 없어서
  또 막상 알아보려니 귀찮은 마음에
  대강 영어로 해둔다. --+

  언젠가 알게 된다면 바꿔놓을 것을 약속하며...





                                                            98-9220340 건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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