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문화일기 159 노랑머리 (1999-10-20)

작성자  
   achor ( Hit: 6982 Vote: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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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문화일기


『칼사사 게시판』 34657번
 제  목:(아처) 문화일기 159 노랑머리                                
 올린이:achor   (권아처  )    99/10/20 03:17    읽음: 34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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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머리, 김유민, 픽션뱅크, 1999, 영화, 한국
        
        워낙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이기에 꽤나 관심이  많
      았었다. 몇 달 전에도 비디오가게를 찾은 적이 있었지만  구
      하지 못하고 일반 에로물만 보다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단적으로 평가하자면 영화 자체가 갖는  의미는 
      별로 없다는 느낌이다. 다만  한국 영화계에 성적인  진보를 
      가져옴으로써 뭇 에로매니아들로부터 칭송을 받을만  하기는 
      했다. 트리플섹스나 동성애 같은 성적 진보로  조금씩조금씩 
      한국 에로계, 더 나아가 한국 영화는 발전하는 거라 믿는다. 
      --;
        
        영화의 핵심은 사랑의 일반적이지 못한 소유욕에 관한  것
      이었다. 노랑머리, 그들의 사랑은 상당히 독특한 면이  많았
      는데,
        
        네가 없는데 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해줬어,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친구, 잘했어,라고 감정없이 말하는 애인. 트리
      플섹스를 하는 그들은 서로간에 집착이 없다. 물론 그  집착
      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낙태로 할 수 없었을 때  친
      구에게 손으로만 하라고  말하는 모습은 아직  애인공유제를 
      이루기엔 멀었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들은 타인에 대해선 깊은 사랑의 집착을  갖고 
      있다. 하루 돌아오지 않았다고  은미를 살인하는 유나와  상
      희. 영규의 마음 속에 은미가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바로 죽여버리는 그 절대적 집착.
        
        아마도 감독은 노랑머리로 대변되는 이탈되어 있는 자들을 
      버려진 농가에 모아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준 후  적당히 
      그들의 몸을 보여주면서 야금야금 씹어주려 했나 보다.
        만약 진정으로 감독이 이탈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대변해 
      주려 했다면 결코 영화를 스릴러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게다. 
      채도 없는 겨울 배경 속에 너무도 튀는 노랑머리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한 후 테크노바에서 춤을 추는 모습, 그건 분명
      한 비난이었다. 노랑머리,  나아가 삐뚤어진 사랑의  집착을 
      소유한 여성을 무기력한 남성과 대비시킴으로써 惡女의 이미
      지를 짙게 나타낸 듯 했다.
        
        그런 점에서 다시금 진보적인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비교하게 되는데 두 편의  영화 모두 결국은 여성의  독특한 
      진보가 실패로 결말짓게 되지만 소유한 의미는 상이하다. 노
      랑머리,와는 달리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는 적어도  불완전
      하나마 해결책을 마련해 두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이 영화는 특별히  별 볼일 없는 한낮  에로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게다. 오직 그 의미를 찾으라면  다시금 
      말하는 에로매니아의 희망, 한국 영화계의 진보뿐. --+
        
        다만 괜찮았던 부분은 내던져버리기,를 통한 상징이었는데 
      극중 인물들은 하나하나  내던져버린다. 담배도, 빈  맥주캔
      도, 그리고 끝으로 죽은 남우 영규도. 애초에 유나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애인이었던 형식의 부재로 모든 사건이 발생하
      게 되는데 형식을 표현한 건 피아노 치는 뒷모습과 기차  속
      에서 맥주캔을 밖으로 던지는 게 아니었던가.
        
        그럼 그들은 왜 노랑머리를 택했는가. 영화 속에서는 어리
      숙하게 보이는 게 싫어서, 그리고 상희는 유나를  표절,했다
      고 말하지만 속시원한 답변은 아니다. 게다가 전혀 아름다운 
      색깔로 아닌 샛노란색. --; 아마도 현실 속에서 그런 경우라
      면 색맹정도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영화에서는 하나의 구분이 
      아니었나 싶다. 일반적인  사람들, 곧 검정머리들과  그리고 
      검정색과 확연히 구분되는 노랑색의 노랑머리. 이 경계로 감
      독은 독특한 그들만의 삶과 생각을 구분 짓고 싶었나보다.
        
        영화 전체적으론 영규 역을 맡은 김형철이 부러웠고, 다소 
      어이없긴 했다. 그다지 쌈박하진 않지만 그래도 여자 둘, 아
      니 은미까지 셋을 한 번에 소유하는 남성으론 너무나도 매력
      이 떨어졌다. 자, 분석해 보자. --; 우선 유나의 사랑은  얼
      굴이 나오지 않았던 형식과 아주 닮았다거나 아님 유나의 노
      랫가사에 나오는, 소유물과 같은 입장에 기인하겠고, 상희의 
      사랑은 매일 접하는 情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은미의 
      사랑이라면 보답, 혹은 모성애 정도가 아닐까 싶다.  부단히 
      기술을 연마해야지. --;
        
        일반 극장상영물로는 진했던 부분이 많았지만  이재은이든 
      김기연이든 여주인공이 워낙 별로여서 그다지 눈요기감은 되
      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는 역시 시나리오가 중요하단 생각을 했다.
        
        
                                                            98-9220340 권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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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