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처) Adieu 1999 (1999-12-31)

작성자  
   achor ( Hit: 3560 Vote: 15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Etc

『칼사사 게시판』 35264번
 제  목:(아처) Adieu 1999                               
 올린이:achor   (권아처  )    99/12/31 15:18    읽음: 23 관련자료 있음(TL)
 -----------------------------------------------------------------------------

        하나의 천년이 가고 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새천년.  모
      든 것을 새롭게 적어가야 할 새천년.
        사실 본성이 원칙주의적이고, 사회정의가 훼손되는 걸  인
      정치 못하는, 경직된 성격의 나는 새천년은 인정해도 세기말
      은 인정할 수 없다. 그리하여  지금껏 단 한 번도  세기말을 
      운운해 본 적은 없다.
        
        분명히 세기말은 이제부터다. 아무리 열린 사고를  지향한
      다 하더라도 이제 스물 넷,  적당히 나이 먹은 이  시점에서 
      본성을 무시하며 이성을 따르고 싶진 않다.
        사람들은 나이 먹을수록 교활해지고 계산적이 된다고 하던
      데 난 이제서야 거추장한 거죽을 벗어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예전 무엇 하나 쉽게 털어내지  못한 채 혼자 꿍 안고  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인위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만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난 神과 동일한 위치에 서고 싶다. 한낱 미천한 인간에 불
      과한 내가 감히 神을 종종 모독하게 되는 건 이와 같은 맥락
      이다. 난 초연하고 싶다. 감정의 흐름에 부자연스러움이  없
      는 편안함을 지니고 싶다. 난 즐거움, 슬픔, 쾌락,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 마치 조용한 개울물처럼 만물에 초탈하고 싶다.
        
        1900년대는 내가 태어난 시기로 기나긴 100년을 내 입으로 
      담기엔 너무나도 벅찬 세월이다. 다만 교육을 통해 많은  것
      이 변화하였다는 것을 배웠고, 또 많은 사건과 사람들로  획
      기적인 기록들이 남겨졌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감탄하지 않는 까닭은 앞으로 새롭게 다가올 100년, 또 1000
      년은 이보다 더욱 빠른 진보와 변화로 사람들에게  혁명적인 
      시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1999년은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1900년대의 마지막 해에 난 도전할 수  있었
      음에 만족한다.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없다 하더라도 난  스
      스로 대견해 하고 있는 중이다. 나이 스물 둘, 세상의  많은 
      진보를 청년들이 해왔듯이 나 역시 시대의 조류에  뒤떨어지
      지 않고 거친 헤엄을 쳐 나가고 있음에 만족한다.  그리하여 
      저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와 이곳
      이 내가 나아갈 곳이구나,란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지금 난 거물을 꿈꾸고  있다. 새천년, 그 이름만큼  내겐 
      새로운 기회의 시간임을, 깊은 희망의 환희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올해 성훈과 용민이 제대를 했다. 2년 동안 기다려
      온 날이었다. 2년 전  뜨거운 추억들을 뇌리 뒤편으로  넘긴 
      채 잠시 유보해야만 했던  시간의 빗장을 다시 풀어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자비로운 神께선 내가 권태로워 하는 모습을 안스러워  하
      셨는지 이제서야 최대의 시련을 주셨지만 굳은 결의가  쉽게 
      깨져버릴 것이란 생각은 결코 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시간은 
      해결해 준다. 난 시간의 그 불멸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사랑. 스물 셋의 사랑은 또 하나의 커다란  깨달음
      이었다. 사랑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임을 알게 된다.  하나하
      나 배워나가면서 사랑하는 법을  익혀가는 건가 보다.  올해 
      사랑을 많이 갈구했었고, 사랑에 많이 슬퍼했었고, 또  사랑
      의 가벼움에 철없이 도전했다 많은 시련을 겪었었다. 그리하
      여 이제서야 조금은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새천년의 내  사
      랑은 보다 나아질 거란 믿음을 가져본다.
        
        연말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혼돈스런  날들이었다. 
      세 가지 일을 하는 데에서 왔던 감당할 수 없는 피곤함에 패
      해 결국 반년이상 지속해왔던 학원생활을 포기하게 됐고, 하
      나의 커다란 기회의 시간이자 억압의 시간이었던 공익  역시 
      내 생활 속에서 잊혀지게 됐다.
        그리고 역시 사랑. 사랑은  역시, 감히 얕볼 대상이  아니
      다.
        
        새천년은 의미 깊게 맞이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난 부산에 
      갈 계획이었다. 부산에 가면, 모든 감정 - 갈등, 아쉬움, 안
      타까움의 감정들을 모두 날려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다
      를 붉게 적히며 힘차게 떠오르는 새천년의 태양을 보고 있으
      면 모든 걸 잊고 단지  진보에 대한 의지만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가지 못했다. 세상, 마음대로 되는 건 그다지 없으
      니 특별히 아쉬워하거나 억울해 하지는 않는다.
        
        이제 몇 시간 안 남았다. 저 가슴 벅찬 새로운 천년을  이
      제 난  맞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내 아름답던  시절들, 
      1900년대에 기록된 내 소중한 일기장을 이제는 추억의  책장 
      속에 소중히 보관해 두려 한다.
        
        아듀 1999, Adieu 1999.
        다시 보지 못할 아름다운 그대여...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9,09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310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310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Total Article: 1961, Total Page: 273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아처) 문화일기 16..
(아처) 문화일기 16..
(아처) 문화일기 16..
2 3 4
5 6
(아처) 초콜릿
7 8 9 10 11
(아처) 끄적끄적 84..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아처) Adieu 1999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