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야기 (2000-12-08)

작성자  
   achor ( Hit: 2035 Vote: 36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Experience

나에 관해 이것저것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왜 그 이야기를 여태 안 하고 있을까, 하며 혹 궁금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어쩌면 내가 이제는 그런 사실들을
부끄러워 하거나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지레 단정지어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분명한 오해다.

나는 굳이 내 입으로 자랑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어렸을 적에는 사실 스스로 다소 멋져 보였다.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을 해봤다는,
옛부터 꿈꿔오던 다양한 삶에 대한 경험이 가장 극대화된 것 같아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재미있어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부끄러움이나 감추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오히려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굳이 내 입으로 자랑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곧 내게 있어서 그 이야기는 한 편의 영웅담이요, 자랑꺼리인 게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자신이 사회속에서 상품화 되어가는 걸 느낀다.
어느 면접관이 이야기하였다.
"좋습니다. 연봉만 맞다면 함께 일해 보죠. 얼마를 원하시나요?"
이제는 내가, 또 사회가 나의 가치를 매기고 평가하는 시대다.

나는 그 면접관에게 내 영웅담을 이야기하고픈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끊임없이 자랑을 늘어놓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적당히 미화하여 적당히 자랑을 늘어놓는 일은 아직 좋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나는 혹 대선에 출마한다 하여도
이번 미국 대선의 부시처럼 음주운전 사실에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에
자랑스럽게 내 영웅담을 늘어놓겠다.

나는 내가 행해온 추억들을 그 무엇보다도 사랑한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75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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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