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2001-12-28)

작성자  
   achor ( Hit: 861 Vote: 14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개인

기어이 이번 학기 성적이 나와버렸다.
여전히 엄청나다.

그렇지만 이번 학기 얻은 한 가지 커다란 소득이 있긴 하다.
나에게도 이제 약간의 안면이 있는 교수님이 생기게 된 것.
그간 나는 학교에서 외로웠다.
아는 동기, 선후배도 없는 데에다가
교수님이라면 안면 있는 분이 전혀 없기에 나는 학교 생활이 진실되지 못했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둘 다 전혀 보지 않았음에도
그 교수님은 B+이라는 내 인생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놀라운 성적을 주신 게다.
물론 수강생이 20명 이내여서 절대평가가 가능했다는 행운도 있었지만.
곧 내가 B+을 맞음으로서 다른 사람의 성적이 떨어지는 상대평가가 아니기에 죄책감도 없다는 것.

시험을 둘 다 못 본 후 교수님과 연락이 닿지 않던 어느 날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내가 자느라 전화를 안 받던 사이 교수님께서는 음성과 문자까지 남겨놓으셨던 게다.
자. 학생 하나하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시는 교수님이라면 살만 하지 않은가.

교수님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하셨고,
나는 여전히 시간에 쫒기다 결국 리포트는 작성하지 못한 채
그저 내 삶의 이야기나 몇 장 써보냈을 뿐인데,
무려 B+이나 주셨던 게다.
어찌 감동 받지 않을 수 있으리.

나는 내가 받은 은혜는 어떻게든 꼭 갚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아직까지는 힘 없고, 무지해서 잘 해내고 있지 못하다만.

경제학 교수님으로서 내가 아처웹스.를 잘 꾸려 나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내가 교수라면 내 제자가 차근차근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즐겁고 행복한 게 없을 것 같다.

나는 이제 다시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려 한다.
이번에는 성적을 구걸하는 그런 메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한 그 마음을 전하는 그런 메일을 말이다.

비록 그 과목에서는 B+을 받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성적이 안 좋아 특별히 나아질 것도 없겠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다.
B+ 맞았다는 것보다 내 삶을 이해해 주신 교수님이 계시다는 게.

아. 그리고 오늘 수강신청도 했는데,
다음 학기는 좆돼버릴 것 같다.
인터넷으로 전공을 들을 수 없어서 아무래도 서울, 수원을 왕복하며 학교에 많이 가야할 것만 같다.
최악이다.

이번 학기.
학고도 안 맞을 것 같고, 위험했던 F도 없을 것 같으니
그나마 만족한다.

지금은 학교가 나를 구속한다.
떠나고 나면 그리워할 것을 알고 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하루 빨리 학교를 벗어나야겠다.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299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diary/455
Trackback: https://achor.net/tb/diary/455
RSS: https://achor.net/rss/diary

Share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Login first to reply...

Tag


     
Total Article: 1957, Total Page: 272
Sun Mon Tue Wed Thu Fri Sat
            1
2 3 4 5
송미선 생일
사법고시
6 7 8
9 10
이번 주만 버티자
아처보드로의 변..
11 12 13
영화
14
기말고사 끝나는..
MBC100분토론
15
16
Cowboy Bebop [2]
17
자연
18 19 20 21 22
23 24
작은 파티
25
난타 [1]
26
결전
27
매경 시티라이프..
아침에... [1]
28
수강신청
성적
29
Saturday Afternoon 519
30 31
칼사사 송년파티
학업에 관련하여....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Poll
Only one, 주식 or 코인?

주식
코인

| Vote | Result |
First Written: 09/27/2001 13:51:56
Last Modified: 09/06/2021 17: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