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밤의 꿈 (2003-07-11)

작성자  
   achor ( Hit: 1036 Vote: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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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개인

1.
오랜만에 마주보는 다이어리다.
날짜를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더 많이 흘러 있는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달력을 봤던 게 7월 초였던 것 같은데
벌써 7월의 중순이구나.



2.
요 며칠 뭣.
좀 열정적으로 빠져있었다.

아. 먼저.
노파심에 말하는 것이지만,
몇. 그간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작은답변 등으로 그것을 명확하게 해줄 필요는 없다.



3.
나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저 몸이 자연스럽게 흘렀을 뿐인데
지난 5년 간 나를 옆에서 지켜봤던 vluez는 제대로 지적해 주었다.

나는 매해 여름이면 그것에 열정을 불태운다고 하더라.

하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어김 없다.
매해 여름이면 왜 빠져들던 것일까.



4.
그러나 나는 결국 초토화 되고 말았다.
내 열망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러나 때론 다른 모든 걸 흡수해 버리는 늪적인 면 또한 조금은 있나 보다.

나는 다른 모든 것은 무시하거나 포기해 버렸었다.
그것이 학교든, 일이든, 인간관계든 말이다.

학교는 한 학기 더 다니게 되었고,
연신 업무를 독촉하는 전화에 시달릴 뿐더러
심지어 내일 모레면 이사를 해야하는데 그 준비 또한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물론 이에 관련된 사람들이
내게 쏘아대는 건 날로 그 정도를 더해가고만 있고. --;



5.
내가 깨어난 것은 그제다.
어디선가 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나는 어딘가로 분주히 가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는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것은 일본어였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더라.
그러나 그 확인되지 않은 아이는 내가 알든 모르든 상관 없이 연신 일본어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푸르른 산록 속에서 읽던 일본 소설이며,
또 지난 여름을 불태웠던 일본의 광경 등을 떠올렸다.



6.
다른 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야 한 학기 더 다닌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싶고,
일이야 이제라도 빨리 끝내주면 큰 문제는 없겠다.

그러나 손상된 인간관계는 아. 걱정이다. --;

어떤 이는 내가 무슨 말 못할 큰 걱정이라도 안고 있다고 생각했든지
나를 독촉하는 대신에 걱정이나 고민 있으면 말하라고 이야기 하고,
또 어떤 이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지만
너 어떡하려고 그러니, 라는 의사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에 비하면 독촉하는 사람들이야 편한 편이고. --;

요즘 나 때문에 속 좀 태운 이들이여.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득 갖고 있나니 너른 마음으로 관용과 이해를 부탁한다.



7.
쭈우욱. 기지개를 한 편 핀다.
좀 몸이 뻐근하다.
꽤나 치열한 모험을 한 번 하고 귀환한, 그런 느낌이다.

여름을 다른 그 어느 계절보다도 사랑하는 내가
겪을 수밖에 없는
열정, 이라 미화해 본다.

여름, 열정, 정열, 그리고 작렬하는 태양의 뜨거움을 사랑하는 내가
이 여름에 한 번쯤 마음껏 빠져보는 것,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그것이 무엇에 관해서든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 본다.

이것.
나에게는 한 여름밤의 꿈과 같다.

비록 가끔 나를 좆되게도 하지만. --;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807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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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gaJ2003-07-17 02:19:07
대체 뭘 한걸까 ... ㅡ_- ...

 美끼2003-07-17 14:02:53
무엇에 관해서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것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좆되는걸 알면서도 계속 행하는건 바보같아.. 하지만 아처스러운 일이지..
'아처스러운' ㅋㅋㅋㅋㅋㅋ 굉장히 오랜만에 써보는 말이닷..

 achor2008-07-11 00:18:15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난 대체 뭘 했던 것일까?

 achor2017-07-18 23:48:26
5121일 후의 시점에서 유추해 보건데, 아마도 그것은 그저 게임이 아니었을까...
굳이 밝히지 않았던 까닭은, 아마도 업무와 관련된 이들이 봤을 때 느낄 실망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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