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사는 이사인가 봅니다.
짐을 챙기며,
지난 1999년 겨울부터 시작되었던
이야기들을, 그 기억의 편린들을 접하게 되니 말입니다.
잡동사니들을 모아놓은 서랍을 정리하며
옛 사진들, 편지들, 선물들을 쌓던 포장지를 보았습니다.
언젠가
많은 시간들을 함께 했던 그 사람들은
지금쯤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지요.
상자 속에 파묻혀 다 녹아버린 초콜릿에 입을 대곤
이렇게 다 녹아버려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하며 불평을 해봅니다.
떠난 후에 그 가치를 안다.
지나 버린 그리움은 아무 소용 없다는 걸 떠올립니다.
컴퓨터 부품들을 모아서 TV로 쓸 컴퓨터 한 대를 만들었습니다.
Win2000 pro인 줄 알고 깔았더니 Win2000 ad_server가 설치되어
열나 버벅거리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이제 침대도 있고, TV도 있으니 됐는데,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는 게 문제네요.
집에 귀여운 냉장고가 하나 있으니 예전처럼 몰래
뽀려오던가 해야겠습니다. --+
아. 그리고 비디오도 가져와야겠고요.
그렇지만 세탁기.
야혼네처럼 세탁물을 대량으로 처리해 주는 곳도 없을 것이고,
돈도 못 벌면서 세탁소에 매번 맡길 수도 없는 일이고.
예전처럼 또 손빨래 해야하나 보군요.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무슨 캔커피 광고에서 옥탑방에 사는 남자, 혹은 여자가
발로 빨래를 밟으며 노래 부르는 장면은 멋있어 보였으니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빨래를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돈을 모아,
언젠가는 중고 세탁기도 하나 장만하여야지요. ^^;
사무실 이전하는 것을 아시는 어머니께서는
이것저것 집에서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편의, 사양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뚝딱 떨어져 존재하는 것보다
제 손으로 하나하나 모아가는 그 재미가 더욱 좋으니 말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고,
일하거나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들,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것들과 함께 시작하고 싶습니다.
벌써 만 2년 일한 게 다 되어가지만
별로 얻은 것이나 쌓아놓은 건 없네요.
그렇지만 이제 다시 시작인 걸요.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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