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작성자  
   achor ( Hit: 1723 Vote: 82 )
분류      잡담

아처웹스.는 주위의 건물들 때문에 햇살이 잘 스며드는 공간이 아님에도

오늘 아침은 이상스레 찬란한 햇살에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그 오랜만의 축복을 가득 누리고 있었다.



이 햇살은 1990년대 후반의 햇살과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 겨울날.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를 새하얗게 빛나게 했던 그런 햇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먹을 생각을 했는데,

어젯밤에 남은 밥과 게맛살, 계란 등을 모조리 먹어치운 덕에

남은 거라곤 라면과 콘플레이크뿐이었다.

라면은 여전히 지겨우니 그렇다면 콘플레이크.



우유를 사기 위해 밖으로 나설 때

나는 아주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대체로 남자들이 입는 그런 길다란 반바지가 아니라

무릅 위 족히 50cm는 넘어보이는 그런 숏반바지였다.

거리 쇼윈도에 비친 내 다리는 아주 섹시하다고 생각을 했다. --+



아침 햇살 하나는 나를 아주 기분좋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간 전혀 하지 못했던 빨래며, 청소며, 또 밀린 일들까지도

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지금 이 콘플레이크를 다 먹고 나면

나는 빨래를 할 것이고, 청소를 할 것이다.

어지럽게 늘어져 있던 것들이 다시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곤 학교에 간다.

어제는 힘들게 학교에 갔더니 개교기념일인지 뭔지

수업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해 하며 그냥 돌아왔던 터.

코메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내게는 현실이 된다.

오늘은 수업도 열심히 들어야지.



어지럽게 늘어져 있던 것들이 다시 제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나는 내가 해야할 일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게 아니다.

단지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을 뿐.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8,981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freeboard/1336
Trackback: https://achor.net/tb/freeboard/1336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4350   218   45
번호
분류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추천
3470답변     Re 1: 수색... achor 2001/09/2711799
3469잡담   마지막 밥을 하며... achor 2001/09/27151078
3468      Re 1: 마지막 밥을 하며... 윤아 2001/09/2711674
3467알림     Re 1: 왠지.... 이선진 2001/09/27141312
3466답변       Re 2: 왠지.... achor 2001/09/2712507
3465          Re 3: 왠지.... ggoob 2001/09/2716757
3464    안녕 sugar 2001/09/2661
3463답변     Re 1: 안녕 achor 2001/09/27162276
3462잡담   햇살 achor 2001/09/26172382
3461알림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오신 분들께. achor 2001/09/25171582
3460잡담   초등학교 동창 achor 2001/09/25185689
3459      Re 1: 초등학교 동창 ggoob. 2001/09/2511448
3458잡담   청첩장 achor 2001/09/25152564
3457답변     Re 1: 청첩장 이선진 2001/09/26128812
3456    고마워요. ggoob. 2001/09/24168569
3455답변     Re 1: 고마워요. achor 2001/09/2511359
3454    춥다. -__-; ggoob. 2001/09/21168576
3453답변     Re 1: 춥다. -__-; achor 2001/09/2213119
3452잡담   인터뷰를 했습니다. achor 2001/09/20161669
3451    오늘은 19일. young. 2001/09/19149064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Sitemap
자서전
다이어리
개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문향소
인생
산물
지식
커뮤니티
모임칼사사
혈맹칼사사
성통회96
眞사무라이
게시판
자유게시
질문답변
커버스토리
설문조사
to achor
서비스
MUD
오락실
코인
아처카키
App

  AI for Achor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