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돌아온 집인지 모른다.
잘 나지도 않는 수염이 얼굴에 가득하다.
참치와 오뎅을 사왔다.
이제 해 먹을 점심 생각에 기쁨이 앞선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요리가 되는 게 기쁘다. --;
사무실에 남겨놓은 낙지전골이 군침을 돋군다. 먹고 올걸. !_!
널널하게 시간을 축내며 이곳저곳을 누빈다.
나는 웹서핑을 싫어한다. 단호하게 싫어한다.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는 걸 줄기차게 보는 건 고역이다.
그래서 내겐 발전에 한계가 느껴진다.
내 홈페이지임에도 내가 문득 select 테그를 발견해 낸다.
LOVE란 문구가 보여 클릭해 본다.
사랑이야기로군. 지나간 사랑이야기.
사랑이야기들이다.
슬며시 달력을 보며 지나간 세월을 계산해 본다.
시간을 세어볼 수 있는 세상에 새삼 놀란다.
다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들이 되는군.
그랬나 보다. 나는 몇 년 전에 사랑을 했었나 보다.
사랑이랜다. 사랑.
흘러간 옛 가요처럼 느껴지는 사랑.
예쁘장한 편지지에 서툰 글씨로 쓰는 사랑도 아닐테고,
말 한 번 못 걸고 뒤에서 지긋이 지켜보는 사랑도 아닐테고.
아, 사랑이 무엇이더라.
나는 애인이 없어요, 사랑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애인을 구해요, 사랑을 갈구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사랑해,란 말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게다.
일전에 승주가 말했던 파트너.
그것만큼 가벼워도 좋고, 그것보다 조금 더 무게가 실려도 좋다.
굳이 연연하고 몰입하는 사랑만 아니라면 된다.
다들 몇 년 전 이야기가 되어간다.
지금 내 삶 속에 사랑은 없다. 단호하게 없다.
함께 있어 좋으면 그저 만족한다. 적어도 나는.
그것이 사랑이든 아니든.
몇 년 전 글 속에 들어있는 나는 사랑을 했었나 보다.
그랬었나 보다.
- achor Webs. ac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