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컴퓨터에는 내 옛 자료들이 참 많이 있다.
잃어버리고 지워진 것도 물론 억수로 많지만
꿋꿋이 살아남아 있는 자료들도 꽤 된다.
집 컴퓨터에는 하드가 세 개 달려있는데
정리는 거의 되어있지 않아, 또 최근에는 집 컴퓨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
무언가를 찾으려면 한참을 헤매야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다보면 새록새록한 자료들이 나오곤 하여
혼자 키득키득 웃게 된다.
가끔은 초등학교 시절의 GW-Basic산 어설픈 프로그래밍도 나오고,
또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의 글들도 발견된다.
오늘은 하루종일 옛 사진들을 찾았는데
크크. 내 어설픈 모습들도 재미있었지만
친구들의 모습들도 정말 나를 미치게 했다.
아직도 내 곁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친구들의 사진 속에는
씽씽하고도 젊은 그 모습이 역력하여 신기했고,
쌍까플 수술을 하고 변한 친구, 머리가 아주 짧은 친구의 모습들도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소식이 끊긴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나는 사소한 추억에 얽매어 지내는 사람이다.
별 것도 아닌 모든 것에 나름대로 의미를 달아놓곤
내 한 때를 기록해 주는 기억인양 소중하게 방 구석에 쳐박아 두곤 한다.
그리하여 내 방에는 벼라 별 쓰레기가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
때론 내 삶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도 큰 의미였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와 동떨어져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나는 미련이 애초에 많은 사람인가 보다.
완벽한 운명론자이기에 후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다 하여도
근본적으로는 아주 깊이 미련이 쌓여있었나 보다.
나는 오늘 옛 사진들을 보면서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내 한 시절을 아주 뜨겁게 맞이하였던 그 친구들이 그리워졌다.
- achor WEbs. ac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