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3시경, 저는 7호선 남구로역 근처에 있었답니다.
아침부터 블루카멜 이실장님한테 시달렸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아주 좋았어요. 그래서 내내 실실 거리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믿을 수 있나요?
맑은 하늘에서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거예요.
물론이죠. 적당히 보슬보슬 떨어졌다면 이렇게 새삼 말도 꺼내지 않아요.
그게 아니고 맑던 하늘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만
폭우, 말 그대로 폭우가 순싯간에 세상을 뒤덮은 거랍니다.
거리에 있던 저와 친구는 어느 허름한 구멍가게 앞으로 피했어요.
그렇지만 어찌나 비가 굵게, 또 많이 쏟아지던지
바닥에 튀기는 빗방울에 벌써 옷이 흠뻑 젖고 말았죠.
우리는 이내 그칠 줄 알고 기다렸어요.
이건 지나가는 소나기가 뻔했거든요.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도 비는 그치지 않던 거예요.
계속 튀는 빗방울은 저를 완전히 젖게 만들었고.
그래서 친구에게 술 한 잔 마시자고 전화 걸고는
냅다 역을 향해 돌진했죠.
비오는 날은 술이 마시고 싶지 않나요?
남구로역은 지하고, 거기서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대림역은 지상인데,
정말 황당했던 건
저는 이미 흠뻑 젖은 채로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은 전혀 젖어있지 않던 거예요.
게다가 지상으로 나온 대림역의 서울 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양 맑기만 했답니다.
사람들은 저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어요.
이 후덥지근하고 맑은 날씨에 왜 저렇게 물에 젖어있을까 하구요.
저는 억울했어요.
분명 세상에는 아주 굵고 많은 비가 내렸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있다니!
오히려 그 비와 거세게 싸운 제가 이상해 보이다니!
이럴 수가 있나요! 훌쩍. !_!
그래서 술을 마셨어요.
알잖아요. 저는 술을 마시면 대개 그 다음 날 아침까지 마셔요. --;
빵빠라빵! 아침이 오는 소리와 함께
여기는 사무실.
아, 오늘도 이실장님한테 엄청 꾸사리 먹겠군. 끙. !_!
ps. 선진님 신청곡은 오늘 밤에 꼭 띄워드릴께요. ^^;
- achor WEbs. ac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