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냉정과 열정 사이.

성명  
   achor ( Vote: 41 )
홈페이지      http://empire.achor.net
분류      답변

1.
네가 그간 사랑 때문에 겪어온 일들을 조금은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진실을 잘 이야기 하고자
네 글을 출력까지 해서 두고두고 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대충 이야기 해.
까닭이라면 역시. 나야말로 사랑에 대한 환상만 가득한 사람이잖아. --;



2.
당신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의 연인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지만 흔한 이야기야,라고 생각했어.
대개의 남녀관계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의 연인은 아닌 관계이니 말이야.
알다시피 연인은 오직 한 명. 나머지는 그저 좋은 사람일 수밖에. --;

나 역시도 누군가를 그렇게 판단하였던 것 같고,
또 그렇게 판단 당해왔던 것 같아.

별로 억울하지는 않아.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꿈과 환상으로 자신의 결혼생활을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여도
내가 그것에 개입할 여지도, 까닭도 전혀 없어 보여.
나는 누군가의 허영까지도 사랑하고 싶지는 않아. (열나 섹시하다면 모를까. --;)

잔인한 이야기지만 잘 됐다,라고 생각해.
이상이 있는 사람이고, 그 이상이 내가 아니라면 내버려 두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
굳이 타인의 이상을 억지로 휘어서 내게 맞춘다 하더라도 결국은 순간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런 불완전한 사랑 때문에 더 좋은 사람, 더 네게 딱 맞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아. 물론 이것은 나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서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내 사랑에 대한 환상, 허영에 실망한다면 그것도 당연해 보이고.



3.
며칠 전 청소년들까지도 다이어트 열풍에 휩쌓여 있다는 뉴스를 보고
한 여인이 '너 같은 얘들 때문에 저렇잖아' 라고 핀잔을 준 적이 있어.

그렇지만 그것 역시 남자들, 더 작게는 나 같은 남자들 탓이 될 수는 없어,라고 생각했어.
인간은 무엇을 더 선호할 수 있는 자유가 있고, 자신이 원하는 걸 꿈꿀 수 있는 자유가 있잖아.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자유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여도 사회적인 책임으로부터 당당할 수는 없을 것도 같아.
비록 사회 문화 조성에 별다른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하여도
말과 행동으로 어쨌든 마른 여자가 선호되는 (행복한) 사회를 조성하는 데에 일조를 했다면, --;
그 사회적인 책임은 통감해야 할 것도 같아.
물론 법적인 책임으로부터는 완벽히 벗어나 있겠다만.

그렇지만 여성들 또한 가증스럽기는 마찬가지야.
돈이나 능력으로 남자를 판단하는 것이 외모로 여자를 판단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어.
심지어 어떤 이는 외모나 돈이 아니라
능력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데에 떳떳해 하기도 하던데 역시 우습기는 마찬가지야.
외모지상주의나 황금만능주의나 능력지상주의나.
편협하고,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4.
네 심금을 울리는 감성적인 글에 재미 없고, 따분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니 나도 한심하긴 하다. --;
그렇지만 최후의 한 방이 남아있으니 조금 더 참아주렴.

자. 좀 재수 없는 얘기야.

나는 말이지,
대개의 연인들이 별로 부럽지 않아.
타인이 사랑하는 것 또한 동경이나 질투의 대상이 아니고.

나는 너희가 사랑하는 정도의 사랑이라면 이미 1990년대에 다 해봤다, 라는 자존심을 갖고 있단다.
그것이 내 지난 2년간 솔로 생활의 원동력이었어. !_!

어쨌든 나도 보통의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전혀 색다르지 못하게 결혼하고, 살아가게 될 것은 알고 있지만
되풀이되는 비슷비슷한(불완전한) 사랑을 하기에는 내 지난 시간들이 너무 아까워.

가끔 생각해 주렴. 특히 재수 없는 여자를 만날 때면 잊지 말고 생각해 주렴. --;
너 따위를 만나 그 따위의 사랑을 하려고 내가 지금껏 솔로는 아니었다,고 자위해 주렴. !_!

- achor WEbs. achor

본문 내용은 7,993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Post: https://achor.net/board/freeboard/4328
Trackback: https://achor.net/tb/freeboard/4328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LINE it! 밴드공유 Naver Blog Share Button
annie
별 다섯개. 아처씨 글 중,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2003-04-10 19:15:11    
Please log in first to leave a comment.


Tag


 4388   220   209
No
분류
파일
제목
성명
작성일
228제안    고민이 많은 아처에게. [1] ggoob 2003/03/24
227경악    칼사사 데이터 이전 성공 [2] achor 2003/03/25
226추천    죄송합니다! [1] box 2003/03/27
225알림    야동, 채팅 전문가를 급하게 찾습니다. [5] achor 2003/03/29
224     코인 좀 주세요.. [2] 기침 2003/03/30
223환호Download: 309, Filesize:    삼국지9 남만 정벌 [3] achor 2003/03/31
222답변      Re: 카테고리 achor 2003/04/02
221         Re: Re: 카테고리 Keqi 2003/04/02
220답변          Re: Re: 카테고리 [2] achor 2003/04/03
219답변      Re: 몰라몰라 [2] achor 2003/04/04
218     똑똑.. [2] pupa 2003/04/06
217     냉정과 열정 사이. [1] Keqi 2003/04/07
216     오늘도;; [2] applefile 2003/04/08
215제안    로그인 [1] achor 2003/04/08
214답변      Re: 냉정과 열정 사이. [1] achor 2003/04/09
213     가볍게 퀴즈 조지다.. [4] bothers 2003/04/10
212     흐음. [1] vluez 2003/04/10
211     스킨 [6] vluez 2003/04/10
210     Love vs Infatuation [2] sugaJ 2003/04/12
209알림    4월 12일 토요일, 저녁 7시 무렵 KBS 알바 급구 [3] achor 2003/04/12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213  214     

  당신의 추억

ID  

  그날의 추억

Date  

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2/10/2025 21: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