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령(제2부)

작성자  
   이선진 ( Hit: 2078 Vote: 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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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친구는 여러번의 실패를 거듭하다가 군대를 더는 미룰수가 없게 되어서 입대를 하게 됬다.

그당시의 나는 고시의 꿈을 접고 소설을 쓰고 있었다.

나에겐 검사보다는 소설가가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군입대를 며칠 남기고 송별회가 있었다.

그 자리엔 대학때 자주 모이던 친구들과 혜선씨도 나왔다.

우린 허름한 술집에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을 지새고 있었다.



"임마 군대가면 금방이야 임마!!"

"남들 다 갔다오는 덴데 니가 못하겠냐!!"



친구들의 격려와 술로 우린 친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 머리속은 그 어느때보다도 복잡하였다.



'인제 곧 있으면 철진이는 군대엘 가게 된다.'



계속 내 머리속을 맴도는 건 군대에 친굴 보내는 슬픔보다는, 이제는 혼자가 될 혜선씨에 대한 나의 갈등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도 원망스럽고 답답하였다.



생각을 비우기 위해 잔을 비우고 또 비웠다.

너무도 많이 마셨는지 속에서 뭔가 올라오는 느낌에 밖으로 뛰쳐나가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군대가는건 철진씬데 민우씨가 왜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



언제 나왔는지 그녀가 내 등을 두드려 주고 있었다.



"친구 군대 보내는게 그렇게 서운하세요?"



난 말하고 싶었다.

내가 왜 이렇게 취했는지... 왜 이렇게 힘든지...

그녈 끌어안고 내 맘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는 없었다.



"아님 제가 고무신 거꾸로 신을까봐 걱정되서 그러세요? ^^"

"민우씨가 지켜주시면 되잖아요."

"제가 딴맘 못먹게 민우씨가 옆에서 지켜주시면 되잖아요."

"..... "



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1989년 (일생에서 가장 길고 긴 밤)



그녀와 함께 강원도에 있는 친구의 면회를 가게 되었다.



"추운데 안에서 기다리지 왜 나와 있어요?"

"괜찮아요. 금방 오겠죠".."



떨고있는 그녀에게 잠바를 벗어주었다.

곧 친구가 나왔다. 건강해진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야~ 군인 아저씨 되더니 정말 씩씩해 졌는데.. "

"오랬만이다. 정말 반가워.. 추운데 안에서 기다리지."



친구는 외박을 나왔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고 술자릴 가지고 밤이 되어 여관엘 묵게 되었다.

방을 두개 얻어 혜선씨는 혼자 있게 되었다.



잠을 자다가 내가 감기에 걸렸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뒤척이자 친구가 탄불 좀 올려달라고 말한다며 나갔다.



"난 괜찮으니깐 혜선씨방이나 신경써.. "



잠이 들었다.

잠결에 뒤척이다 옆자리에 친구가 없다는걸 알게 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문을 열고 나가 봤더니 그녀의 방문 앞엔 그녀의 신발과 친구의 군화가 놓여 있었다.

헛기침을 하며 인기척을 내보았지만 친구는 나오지 않았다.

그 방문 앞에서 담배를 피며 친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두갑은 피었던거 같다.

아침은 여간해서 오질 않았다.



************************************************************



2부 끝





본문 내용은 8,870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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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3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