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하다 막차를 놓쳐 택시를 타려는 내게
야혼은 배불렀다고, 뛰어가라고 농을 건넸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갈 거라고 말했지만
이미 지하철은 끊긴 지 한참이 흐른 시간.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웃고 지나친 야혼의 농담에 쉽게 택시를 타지 못했다.
예전에 나나 야혼은 라면 살 돈이 없어서 엄청 굶기도 했고,
차비가 없어서 신촌에서 신림까지 걸었던 기억도 있으니 말이다.
걷던 중에 졸려서 마포, 지하상가 바닥 위에서 신문지 깔고 자기도 했고. --+
그러나 버스도 끊겼던지 오지 않고,
나는 그냥 한 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 걷기 시작했다.
경찰청에서 충정로를 거처 서울역,
시원한 밤공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시청까지 갔다가 다시 경찰청. --;
걷던 중에 길을 잃어 다시 경찰청 앞에 도착해서야
허무해 하며 택시를 잡아 타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말머리를 단 친구들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
말머리를 인터넷에서 보는 건 참 드문 일이다.
예전 PC통신 시절에는 누구라도 말머리를 썼고,
또 어느 게시판에는 말머리 사용을 의무화 해놓기도 하였지만
인터넷에서는 말머리를 쓰는 일이 아주 드물었으니
새삼 오래 전 기억이 났던 게다.
정영이도, 객기도 모두 옛 PC통신 시절의 인물인지라
아직 말머리를 붙이고 있나 보다.
그리고 고마워졌다. 내 소중한 친구들이.
학교엔 친구가 딱 두 명 있는데,
그 두 명, 용민과 정영은 학교 잘 나가지 못하는 나를
항상 신경 써주고 있고,
컴퓨터 잘 하는 친구, 야혼과 사타구니는
종종 내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시험을 대신 봐주고 있고, --;
여기저기 발 넓은 객기는
내게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게 새삼 고마워졌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삶에 만족했다.
천성적으로 성격이 괴팍하고, 이기적이며, 난폭하고, 드러운 나와
놀아주는 친구들,
게다가 얼마 없는 이 친구들이 내게 이토록 잘 해주고 있으니
진심으로 고마워졌다.
어떻게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을까...
고맙다. 얘들아. ^^;
- achor WEbs. ac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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