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만에서 파티하기 위해 3시간 기다렸다는 경민의 이야기를 듣고
갈수록 파티지향적이 되어가는 리2가
그와는 다르게 나날이 파티하기 어려워진다는 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겠기에
한 번 생각해 봤으이.
아래에서 특정 직업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게임 전체를 위한 개인적인 생각일 뿐
특별한 반감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 먼저 생각해 줬으면 좋겠고.
2.
사실 경민이 하고 있는 프로핏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파티이건 결코 빠질 수 없는 필수 직업이기는 해.
그러다 보니 프로핏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많아져서
이제서야 문제가 되고 있는 듯 하고.
프로핏의 문제보다 사실 더 크게 부각되어 있는 파티의 문제는
격수들의 단검 집중 현상인데
크리 위주의 사냥 방식이 모든 파티의 중심을 이루다 보니
단검 이외의 격수들은 파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듯 해.
그렇지만 단검 하향을 주장하기 이전에
나는 9명 풀파의 구성 자체를 먼저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3.
대개의 9명 풀파는
몸빵을 맡는 나이트 혹은 단검,
블댄, 소싱의 공격형 버퍼,
프로핏 위주의 버퍼와 힐러 2명,
그리고 최근에는 바운티가 필수적으로 끼는 편이고,
나머지 2자리를 데미지딜러형 격수가 맡는 셈인데 대체로 이 격수를 단검이 차지하는 게 일반적이야.
문제는 여기 있다고 봐.
9명의 자리 중 프로핏을 포함한 메이지 자리가 셋이나 되고,
또한 블댄, 소싱의 버퍼형 자리가 둘.
곧 9명 중 전적으로 데미지딜러의 자리는 바운티를 뺀다 해도 고작해야 3자리 밖에 되지 않는 거야.
블댄이나 소싱, 바운티는 타 직업과의 어떠한 경쟁도 없이 확고하게 자신만의 자리를 갖고 있고,
메이지 계열 세 자리도 오버로드를 제외하곤 5직업 정도가 경쟁을 하고 있는 반면
격수는 나머지 수 십 직업들이 그 2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
그러기에 만약 단검이 하향패치 되어 그 2자리의 격수몫을 다른 직업이 차지한다 하여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어.
이를테면 글라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격수의 2자리를 모두 차지한다면
워로드나 디스, 타일런트, 궁수, 위자드 등
또다른 많은 직업으로부터 자리를 내놓으라는 거센 도전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거야.
즉.
문제는 현재 파티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자리배치이지
특정 직업의 상하향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는 거야.
(물론 격수 자리가 늘어났을 때 그것 또한 현재로서는 단검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건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 해보도록 하고, 이번엔 그저 파티원의 구성 문제만. ^^;)
4.
나는 오래전부터 힐러계열의 자리는 2자리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왔어.
실제로도 리2 공식 홈피의 캐릭소개란을 보면
엘더와 실리엔엘더는 프로핏과 비숍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멘트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
이 말은 애초에 엔씨는
9명 풀파 구성에 있어서 프로핏과 비숍, 그렇지 않다면 엘더와 실리엔엘더의 구성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한 증거가 될 지도 모르겠어.
물론 나 역시도
상기 2명씩 짝지어진 힐러계열의 구성이 다른 2명의 구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고,
또한 힐러인지, 버퍼인지, 디버퍼인지 구분하기 모호한 오버로드에 대한 대안은 전혀 안 되어 있을 뿐더러
가뜩이나 그 수가 너무 많아 암울한 프로핏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어쨌든 9명 자리 중 3자리나 힐러 계열이 고정적으로 가져가는 게
옳지는 않다고 보고 있는 거야.
5.
블댄과 소싱 문제도 나는 아주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데
사실 좀 더 과격하게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이들은 존재해서는 안 될 클라스라고 보고 있어.
이들의 버프는 너무나도 과도하게 위력적인 데다가
타 직업과의 어떠한 경쟁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독보적이야.
사실 버프가 사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까닭은
프로핏 버프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 버프의 문제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또 이것이 심각한 것은
이들의 버프가 너무 과도하게 좋다 보니 게임이 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몹들은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그것이 솔로잉을 어렵게 하는 한 이유가 되었다고도 생각해.
게임 내용적으로 볼 때도
전문으로 마법을 연구하는 메이지 계열보다도 더 좋은 마법형 버프를 쓴다는 게
그것이 비록 노래나 춤으로 가려져 있다 하더라도 맞지는 않는 것 같고.
6.
알다시피 나는 오픈 베타 시절부터 줄곧 어비스워커를 키워오며
거의 모의 엘더와 1:1로만 사냥을 해왔어.
물론 용던 이외의 대안이 전혀 없던 CH1 후기에는 풀파를 하기도 했지만
그 때 역시 자리가 있을 때면 비효율을 알면서도 1:1을 해왔을 정도니까 말야.
2차전직이 나왔을 때 프로핏의 놀라운 버프를 보며 어찌 나라고 부러움이 없었겠어.
또 블댄과 소싱의 어마어마한 버프를 보며 두려움을 느꼈더랬어.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버프가 강해질수록 몹은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그 놀라운 버프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냥하는 일은 더욱 힘들어질 테니 말이야.
다소간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건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고 봐.
MMORPG에서 타인과의 경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게임을 즐긴다고 생각한다면
좀 비효율적인 사냥이라 하여도 아무 문제 될 건 없을 거야.
CH1 시절 용던 풀파의 장점을 알면서도 굳이 1층에서 초록몹 1:1로 잡고 있던 것이나
아니면 지금의 오만이 좋은 걸 알면서도 굳이 전장에서 힘들게 엠탐하며 사냥하는 것이나
또 새벽에 아덴 엄청 써가며 솔로잉 하는 거나
결국은 모두 내가 원하는대로 게임을 즐겁게 즐기고자 하는 이유 외에는 없을 거야.
너는 요즘 가장 좋다는 단검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 라고 말한다면
나에게도 할 말은 있어.
이미 말한 적 있는 이야기지만
나는 67렙을 찍은 이후 근 1주일 간 10%를 넘어본 적이 없었어.
전장에서 매일 같이 죽어가며 사냥 방식을 고민해 왔었으니까.
그 결과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사냥을 하게는 되었는데
이건 분명 나와, 그리고 같이 하는 모가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자부해.
돈이 있었기에 장비나 문신 같은 걸 좋게 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다시 말한다면
역시 할 말은 있어.
내가 돈을 모은 건 알다시피 무정탄 사냥을 주로 했다는 이유야.
다른 사람들이 정탄 써가며 더 빨리 렙업할 때
나는 정탄 쓰지 않아가며 천천히 렙업하는 대신 돈을 모아왔던 것 뿐야.
결국 자신만의 게임 방식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어.
7.
오해하지는 마. --;
자화자찬 하려고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야.
가뜩이나 요즘 자리 없는데
메이지계열 자리 2개로 하자고 한다면 엄청난 욕을 먹겠지.
또 없어서 안달인 블댄, 소싱 버프 하향하자고 한다면
나와는 절대 파티 안 해주겠지. --;
참으로 치명적이고,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거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최선은 바꾸는 거라 생각하고 있고,
만약 현실적으로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게임을 즐긴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좀 비효율적인 사냥이라도
큰 문제 될 건 없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거야.
굳이 말은 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재수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것 같은 느낌을 지울 길이 없긴 하지만, --;
너무 미워하지는 말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