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하릴없이 나릿나릿 앉아 있다가 새벽이 오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오늘도 아처는 통신 증후군으로 우리집
에서 한 참 통신을 하다 막 잠이 들었나보다. 창진도 그 옆에서
잠들어 있다.
사실, 곰(창진)은 5시간 전 즈음 홀연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셈이다. 그 때를 재현해 보자.
"따르릉"
"여보세요?"
"어? 정규니? 나 염하(주: 같은반 친구)야. 창진이 있으면 바꿔
줄래?"
"그래."
(창진 전화 받음)
"여보세요? 나 창진이야. 왜?"
"나 염하인데, 혹시 민욱(주: 같은반 친구, 아이디는 미틈달)이
못봤니? 같이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어."
그 이후 몇분동안 이들의 대화가 있었다.
그러더니 곰은 갑자기 학교에 가봐야 겠다며 툴툴대기 시작했다.
이유인 즉, 민욱이가 사라졌기에 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욱이를 찾으러 갔다가 곰도 길을 잃었는지 2시간이 넘
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새 아처는 계속 통신을 했으며 나는 잠도 안오고 해서 책 몇권
을 싸들고 학교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다음의 상황은 위에 쓴바와 같이, 둘다 엎어져 자고 있다는 것
이다.
* * *
집이 학교에서 가까운 이유로 나는 종종 밤에 잠이 오지 않으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오곤 한다. 대개 돌아오는 시간은 새
벽 4시나 5시 즈음이다.
그 시간에 대성로를 따라 내려오다보면 꼭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새벽 운동족(?)들이다. 그들은 4시만 되면 벌써 하루를 시
작하며 대강의 운동복을 차려 입고 대성로를 따라 어디론가 부지
런히 올라간다. 내 생각이지만 아마 그들은 운동삼아 학교 뒷산
으로 올라가는 것 같다.
한참 동안이나 나는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오히
려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