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94] 後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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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노량진에서 처음 만났지...
그 때는 왜 그리도 만나기 힘들었던지...
(물론 그렇다고 지금은 만나기가 더 나은 것은 아니지만...)

정확히 2년...
꽤 오랫동안 함께 했었구나...
죽음조차도 너무 허무했어...
믿기진 않지만, 사실인 걸...

놀랍게도 오늘이 너를 처음 만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로구나...

버스카드의 죽음에 즈음하여...

/Keqi/

- 4331년 7월 1일 16시 08분 조회수 0 -

그 해 여름...
우리는 더위와 참 많이도 싸웠지...

살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우리를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5000원짜리 엠티를 치르면서도...
점심값을 남기는 탁월한 선택을 하기도 했고...

새벽엔 학생으로...
오전엔 조교로...
오후엔 선생으로...

그 해 여름...
우린 참 많이도 굶었던 것 같아...

하지만...
우리는 배고픈 것 잊고 살았어...
우리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했잖아...

컵라면 한 개...
초코파이 한 쪽...
우리는 결코 모자라지 않았어...
부둥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야?

그 해 여름...
우리는 참 욕심이 많았어...

왜 그리도 할 일이 많았던지...
왜 그리도 하고픈 일들이 많았던지...
왜 그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지...

그 해 여름...
우리의 얼굴은 티 하나 없었지...

화장 없이도...
절세미녀...
절세미남...

걱정이 없어서였을 거야...

우린 우리 삶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었으니까...

그 해 여름...
우리는 사랑에 빠졌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부둥켜 안고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지...
승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패자에겐 위로의 박수를...
그리고...
서로의 악수를...

그 해 여름...
우리에겐 참 일이 많았어...

늘 그러지 않았냐?
우리 때만 되면,
뭐든지 바뀌는 거야...

팔자려니 하고 넘기면서도...
왜 맨날 이러는지...
한숨을 쉬긴 했지만...

어쩌겠어, 우리 삶이 그러하다면...
열심히 살아 줘야지...

그 해 여름...
우리에겐 꿈이 많았지...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모자랄 만큼...
우리는 한국 안에 있었지만...
세계를 보고...
미래를 보았어...

우리는 하나였지만...
개체로 보아도 분명 대단했었지...

그 해 여름...
우리는 헤어짐을 알았지...

만남은 헤어짐을 기약하기에...
미련없이 보내면서도...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하기에...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었어...

그 해 여름...
우리는 맹세했어...

우리 자신에게 떳떳할 만큼 열심히 살자...
최선을 다 하자...
정정당당하게 살자...
약자에게 너그럽고, 강자에게 당당하자...
믿음을 잊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자...
서로 사랑하자...

그 해 여름...

그리고,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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