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Toilet,
조금 수준을 높이면 Rest Room...
토속어로 하면 '변소', '뒷간', 혹은 '똥뚜간 (?)'...
순수 우리말로 풀어 보면...?
똥 싸는 곳.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화장실을 찾는 주된 목적은 대동소이하다.
물론 이 말에 반박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화장실 변기 설치 업계에 계신 분들에게 이곳은
생리 욕구 해소 장소도 되지만 생업의 장일테니...
어쨋든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화장실에 대한 의미는 비슷할 것이다.
어딘지 몰게 은밀하고, 감추고 싶으며 되도록이면 티내고 싶지 않은 존재...
그게 바로 화장실인 걸이다.
나에겐 돌이키고 싶지 않은 추억...
같은 층을 쓰고 있는 회사 옆사무실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새로 들어왔다.
언제나 짧은 치마에 늘씬한 다리를 자랑하던 그녀...
짙은 쌍꺼풀에 긴 생머리가 매력적이었고
빛이 나는 듯한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찰랑거리던 그녀...
그녀는 진정 '내 안의 천사'였다.
어쩌다 엘리베이터에 그녀와 단둘이 탔을때,
그녀에게서 피어나던 짜릿한 베르사체 항수......
가끔씩 마주치며 눈인사라도 건네는 날엔 그녀 생각에 하루가 가는 줄 몰랐다.
언제부턴가 그녀에게도 나의 존재가 자리잡고 있었음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양동이에 물은 담기 위해 본의 아니게 여자 화장실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남자 화장실에는 세면대 이외에는 수도가 없었으나,
여자 화장실에는 물을 받는 수도꼭지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약간의 긴장을 했음은 물론이다. 엄격한 금남의 구역을 들어갔으니...
양동이를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수도꼭지로 향하는 긴장된 발걸음...
순간...!!!
엄청난 현기증과 함께 무언가에 충격을 받은 듯 몸이 휘청거렸다.
코를 찌르는 듯한, 아니 머릿속 전체를 후벼파는 듯한 엄청난 농도의 향기가
닫혀있는 화장실 문안에서 풍겨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다시 나와 충분히 심호흡을 하고는 다시 들어갔다.
거의 독가스와 맞먹는 생체실험의 현장에 있는 것만 같았다.
눈까지도 따끔거릴 정도였다면 심한 과장일까...?
도대체가 이건 사람의 몸에서 나올 만한 냄새가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이미 들어온 이상 물은 떠가야 되겠고, 하는 수가 없었다. 참을 수밖에...
수도꼭지에 손을 가져간 순간...!!!
"뿌우와아악...!!! 뿍뿍뿍...!!!"
거의 냄새의 수준과 맞먹는 레벨의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이것 역시 도대체가 사람 몸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었다.
만약 그 안에 있는 정체가 인간이라면 보통이 아닌 초인일 것이리라...
거기다가 여긴 'LADY'라고 선명히 쓰여진 여자 화장실이 아닌가...?
잠깐동안의 그 순간에 내가 받은 충격은 실로 엄청났다.
내 평생 화장실 생활 20여년동안 이런 초인은 처음 발견했으니...
그 뱃속의 엄청난 축적량과 저장 공간 확보, 밀폐능력,
그리고 가스와 내용물의 레벨을 적절히 조절하여 배출해 주는 괄약근의 운동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멍하니 서서 이러한 분석을 하는 시간 동안에도 닫혀 있는 문안에서는
경이로울 정도의 리듬의 파열음이 메아리쳤다.
처음과 끝의 소리가 절묘하게 교차되어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저 기술...
진정 초인이었다.
하지만 감탄의 시간도 잠시뿐.
파열음과 함께 번져나온 농도짙은 향기는 나에게 두번째 현기증을 가져다주었고,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
"아니, 그렇다면 이것은 순수한 가스만의 냄새가 아니란 말인가...?"
그렇다. 내게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의 농도가 코와 머릿속을 후벼팠다면 이건
분명 가스와 함께 내용물도 같이 방출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괄약근만으로도 상대방의 판단을 충분히 교란시킬 능력이 있다는 말인가...?
이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나이외에 김모군과 권모군을 제외하곤
한 번도 발견한 적이 없었다.
나와 김모군, 권모군 이렇게 셋은 자타가 공인하는 괄약근 조절능력자로
지금까지도 파죽지세의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었다.
특히, 권모군은 방출되고 있는 내용물 기둥을 중간에 도로 빨아들이는
가공의 '흡착술'을 사용한다고 2년째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또 다른 한 명인 김모군은 같은 크기, 같은 무게, 같은 질량의 내용물을
자유자재로 리듬을 조절해 끊어 방출하는 고급기술 중 하나인
이른바 '절지법'의 수련에 박차를 가해 올 연말쯤 대권에 도전한다고는 하나.
이 또한 치질증세의 재발로 무기한 연장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나 역시 가공의 무기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절지법'과 같은 파벌중 하나인 '형상제조술'이라 불리우는 기술로,
최대 15가지의 추상형 반죽 덩어리를 끊어 일정한 배열로 물 속에 떨어뜨리는,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추가로 10종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하나
근래들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는 설사로 인해
신 모델 개발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차에 본의 아니게 여자 화장실에서 미지의 새로운 기술을 접하게 된것이다.
바로 '성향혼미술' !!! (소리와 냄새의 뜻의 한문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름)
정말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소리와 냄새만으로
최소한 내용물의 묵은 기간, 질량, 농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나조차도
이렇듯 공격적인 냄새 성분으로 혼미해지는 걸로 봐서
안에 있는 냄새의 주인공은
대단한 교란술을 지금 현재 벌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나의 끈기있는 분석력과 판단력을 초월할 수는 없었으니...
몇번에 걸친 '성향혼미술'은 점점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기어코 소리와 냄새의 밸런스가 깨어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순수 개스방출의 소리와 내용물 방출의 소리가
처음의 절묘한 조화와는 달리 분리되어 언벨런스로 들린 것이다.
괄약근의 이완수축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로
불규칙한 소리와 냄새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냄새의 농도 역시 급진적으로 옅어지고 있었다.
"크핫핫핫핫핫!!! 드디어 지구력에 한계가 왔군!"
이렇게 생각한 나는 사상 최대의 적이 출현한 줄로 알고
잠시나마 괜실히 긴장한 것에 대해,
최고의 강자만이 지을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물을 받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었다.
"쏴아아아아...!!!"
수압이 쌔서 굉장한 양의 물이 쏟아져 나왔다.
물론 그 물이 양동이에 부딪히는 소리 역시 굉장히 요란했다.
그러자...
"뿌아아아악...!!! 뿌우우우아아악...!!! 뿍욱뿍 풍더엉...!!!"
양동이에 부딪히는 파열음을 능가하는 엄청난 크기의 마찰음이 귓전을 때렸다.
"아니...!!! 이럴수가...... 아직까지 힘이 남아 있었다니..."
세번째 현기증이 몰려옴을......
앞서 두번에 걸친 냄새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버전업된 농도의 냄새가 콧속을 강타해 버렸다.
잠시 벽에 기대 현기증을 가라앉힌 후......
나는 그것이 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비록 지구력에서는 나만큼은 못되더라도
마지막까지 소리와 냄새를 교묘히 섞어 가며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술만큼은 흠잡을데가 없었다.
지금의 실력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 개발과 체력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문이 열리고 물이 가득찬 양동이를 들고 있는
내 눈 앞에 서 있었던 이는 다름아닌......
아름다운 그녀......
즉 "내 안의 천사"였던 것이다.
허어어억...!!!!!!!
그녀와 내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온 비명이었다.
홍조띤 얼굴로 순결을 빼앗긴 듯한 표정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장실을 빠져나갔고,
무언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럴 리 없어...... 그녀가......
나는 필시 건물 청소하는 아줌마나 4,50대의 풍만한 아줌마 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녀가 만들어 낸 마지막 파열음과 농도짙은 냄새는
한 게임에 140개가 넘는 경이로운 숫자의 볼을 던지고서도
마지막회 마지막 타자를 150Km대의 강속구로 삼진시킨
박찬호의 지구력과도 맞먹는 것이었다.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그녀의 모습은 이튿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다니...
하지만 그것 역시 나의 판단 미스였다.
일주일이 지난 후 나는 그렇게도 그리던 그녀의 모습을 다시금 볼수 있었다.
바로 위층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