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qi] 총엠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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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객기 ( Hit: 528 Vote: 84 )

1.

정확히 3년 만이었다...



가뿐히 셰익스피어에서 D를 받고 기분도 꿀꿀하던 차에...

이런 기회에 기분전환을 하고 싶었다...



새터와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그네들의 속내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생각보다 선배들이 많이 온 것도 놀라웠고...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로 인해서...

막판에 기분이 확 떨어지면서 기절하는 바람에...

역시나 이번 엠티에서도 잠돌이의 오명을 벗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2.

버스 안에서의 그 노래들...

내가 두 번째 1학년을 맞던 97년에 갓 나왔던 그 노래들...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내가 01학번의 얼굴을 보면서 97을 떠올리듯...

그 노래를 들으면서 첫 엠티때의 광분을 기억하는 건...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일런지도 모르지만...



처음에 내가 총엠티를 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그랬다...

01학번을 어떻게 해보려는 응큼한 속셈이라고...

애들이 바본가?



새벽에 잠깐동안 나눴던 그 이야기들...

내가 지켜야 할 약속들에 관한 것...

식언(食言)을 해서는 안될테니...



3.

솔직히 내 선배들에게서 얻지 못했던 것...

당시 그 분들이 내게 할 수 없었던 것을...

내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00, 01...

잘 안다...

나도 6년 전에는 그런 '전사'의 삶을 살았으니까...

전공이라는 족쇄에 매여 많은 것에 제약을 받는...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은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방법은 좀 다르지만, 함께 숨쉬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급증에 걸려 후배의 보고서나 베껴 낼 줄 아는 파렴치한...

일이든, 공부든,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불쌍한 인간...

그런 사람이 어찌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랴?



이야기를 좀 많이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솔직히 내 몸은 더 이상 밤샘을 견딜 여력이 없었으니까...



그들에게 내가 그저 그런 선배로만 비춰졌을까 두렵다...



4.

977...

명덕외고 프랑스어과 2기...



83년생이 들어오고, 7기가 졸업한 마당에...

난 참 나름대로 어느새 '대선배'가 되어 있었다...



잠든 상태에서도 오히려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살아왔다...

적어도 나를 엉덩이나 발로 가끔씩 밀어내서 그랬지...

그 사람들이 엠티에서 공유했던 이야기에 대해서는...

좀 잘 기억해두련다...



"아직도 01들 밥 사주세요?"



난 그들에게 밥만을 사주는 선배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조그마한 느티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차피 내 밥그릇은 내가 챙기니까...)

당신들에게 그늘이 필요하면 그늘이 되고...

당신들에게 땔감이 필요하면 가지를 주고...

당신들에게 몸통이 필요하면 몸통을 베어주고...

당신들에게 자리가 필요하면 기꺼이 의자가 되는...



난 적어도 선배들에게 그런 모습을 원했지만...

일상의 무게 속에서 많이 힘들어하는 그들을 보며 무척 안타까웠다...

그리고 지금 내 일상의 무게 또한 그리 만만치는 않다...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주기란 무척 어렵겠지만...



그걸 당당히 이겨내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그동안 꾸었던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나의 시행착오를 그들에게 보여주고...

나중에 그들이 나와 비슷한 길을 걸을 때...

그런 일을 겪지 않고도 자기 분야에서 어떤 성취를 이뤘으면 한다...



5.

문득 그들이 보고 싶다...

6년 전, 혹은 5년 전의 그 사람들...




본문 내용은 8,772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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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3/16/2025 19:4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