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qi] 오래간만의 소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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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칼의 노래'를 접하게 된 건 단지 우니구니의 권유만은 아니었다...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작품이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소설은 가급적 보지 않는다는 내 어느 정도의 터부 역시 많이 작용했다...

버스 안에서 한두 장 넘기던 책장은 어느새 수십 장을 훌쩍 넘기고...
급기야는 도서관에서 '원균 그리고 원균'을 빌리게 만들어 버렸다...
2권을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이순신, 그리고 원균...

칼의 노래가 이순신을 옹호한 것이라면...
원균 그리고 원균은 원균을 옹호한 것이었다...

그러나 둘을 동시에 읽어내려가면서...
난 둘 중 어느 쪽도 편들 수 없음에 치를 떨었다...

선무 1등공신이라는 권율, 원균, 그리고 이순신 (가나다 순)...
그 세 사람 사이에 빚어진 권력 사이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대립...

권력의 무상함...
그리고 라이벌을 인정하고 서로를 어루만지는 대신...
서로를 헐뜯고 짓밟기만 하는 이 땅의 풍토...

덕분에 세종로에는 충무공이 버티고 있고...
율곡로에는 충정공이 버티고 서 있다...

난세는 영웅을 만들었고, 영웅은 인간이기를 포기하였다...
나는 영웅이고 싶지만, 또한 인간이고 싶다...


본문 내용은 8,434일 전의 글로 현재의 관점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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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8/23/2021 11:4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