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agooni판 부산 여행기, 희희희 (4336. 10. 1.)

성명  
   Keqi ( Vote: 197 )

요일 오후.

"빠져나와 보려고 갖은 지랄을 해봤는데 말이야"

기어이 불가능하다니.
2주전, 부산행을 제안했을 때 부터 예상하고 있던 일이라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늘상 일에 매달려있으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데다가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는 객기 생각을 할 때면 늘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 그럼 다녀와서 보자구"

통화를 짧게 마치고 IDC로 돌아와 보니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한참 돌아다닌 후라 몸이 땀에 젖고 매연 냄새가 났지만 씻지 않았다.
펜과 종이, 카메라도 없이 갈아입을 티셔츠와 속옷 양말 스킨로숀만 달랑 넣어 1분만에 꾸린 가방을 매고
사무실에다가는 월요일 아침에 봅시다, 라고 일방 통보한 후 슬렁슬렁 서울역으로 움직여갔다.

지난 대선, 객기와 함께 이브닝 프로젝트 진행차
투표마감 후 개표방송을 보는 서울 시민의 반응을 사진으로 담으려 찾아왔던 이후 올해들어 서울역은 처음이다.

주중이라 그리 붐비지 않는 것과, 커다란 전광판, 해병대 출신이라던 걸인까지 모두 그 때 그대로이지만
나는 그 때완 변한채로 서울역에 서 있다.
지금의 나는 그 때완 달리 마음가짐이란게 없다.

시간, 소유, 능력, 관계, 여유,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출발 시각까지는 아직 멀어서 발권기를 이리 저리 옮겨 다니며
내 뒤에 줄 선 이유 없이 급해보이는 사람들을 조급하게 만들어봤다. 재미있다.

아무 생각이 없다가 갑자기 야간 기차 여행은 무지하게 지루할꺼란 생각이 머리를 친다.
간이 서점에서 에스콰이어 잡지 한 권을 샀다.
점원이 잔돈을 어서 주지않고 부시럭 거리더니 로숀 셋트와 함께 잔돈을 내준다.

미리 에스콰이어 잡지를 살 생각을 한 후 웹싸이트에서 로숀셋트를 부록으로 준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짐이 좀 더 가벼워졌을텐데, 라는 생각을 한다.

경부선 열차 [타는 곳] 으로 간다.
지하철에서도 역내 멘트로 수도 없이 들은 [타는 곳] 이라는 용어는 웬지 귀에도 입에도 익지 않는다.

'7월 1일 부터 이곳에서 흡연시 벌금 3만원을 부과' 하겠다는 경고 간판 아래에서
담배 3대를 연속으로 피워준 후 열차에 올라 10분여나 기다린 후에야 열차는 출발했다.
서울 시계를 벗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못견디게 지루하다.
첫번째 경유역인 영등포에 들어서려 열차가 속도를 줄일 즈음 엄마에게 전화를 해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전화기를 꺼내어 최근 통화목록을 검색한다.

엄마 전화번호는 다른 번호에 밀려 사라지고 없다.

PDA 를 오래 사용해온 나는 크래들에 꽂기만 하면 주소록과 자동으로 씽크뒈는 환경에 익숙해져
전화기에 전화번호 저장해두는걸 잊었었다.

며칠전 이 전화기를 개통해서 내게 건내줄 때 전화번호 저장하는 법을 시험삼아 보여주며
객기가 저장해준 객기의 전화번호가 유일하게 저장뒈어있다.

흠- 객기는 엄마의 전화번호를 모를것이다.

'부산에 떨어지면 고아가 뒈겠군' 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부산까지는 아직 지겨우리만치 긴 시간이 남아있다.

일단 객기에게 전화를 해 본다.
나는 놀러가는데 객기는 아직도 회사에 있다. 그래도 객기는 미안해한다.

"뭐 아직 시간 많으니 어떻게든 연락할 수는 생기겠지만, 그래도 엄마 비지비에 나한테 전화하라고 한마디 남겨놔"

객기가 괜희 오바할까봐 급하지 않다는 얘기를 먼저 한다.
나중에 엄마 비지비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객기는 '사타군에게 [급히] 전화 요망' 이라고 써놓았다.
그리고 역시나 엄마는 [급히] 라는 단어를 보고서도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 두 성격 다 재미있다.

엄마의 전화번호를 알 만한 사람 중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가 뭘까, 잠시 생각해 본다.

없다.

우선 쑥에게 전화를 해본다.
목소리가 귀에 익을텐데도 낯선 전화번호라 그런지 두번 정도 "누구세요" 라고 한다.
수화기 너머로 왁자한 소리가 들린다. 역시 쑥은 어디에 있으나 파퓰러하게 잘 어울린다.
쑥이 주쓰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생소한 전화번호다. 걸어 본 적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

신호가 가지만 받지 않는다. 몇개월 전 번호이니 번호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뒈겠지, 하고 전화기를 뒷주머니에 찔러 넣은 순간
구두부터 온 옷이 다 블랙인 20대 여자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영등포역에서 탔나보다.

나는 에스콰이어를 펼치고
그 여자는 검은 가방을 무릎 위에 놓고 검은 CDP를 꺼내어 검은 이어폰을 하더니
볼륨을 아주 크게 키우고는 동작없음 모드에 들어간다.

곡은 람스타인이다.

싫어하지는 않는 밴드지만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소리만으로는 완벽한 소음이 뒈는 밴드라는걸 알게뒈었다.

갑자기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으나 소음을 내며 눈을 감고 동작없음 모드에 들어간 그 여자와 앞좌석 사이엔 공간이 없다.
가방을 건드려 눈을 뜨면 조금만 틈을 만들어 달라는 손동작을 하려했건만
화들짝 놀라며 이어폰을 빼고 CDP를 조작 한 후에야 나를 빤희 쳐다본다.

내가 창측에 있는 한 담배 피우기가 곤란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창측에 앉으실래요? 제가 자주 들락거릴겁니다"

그 여자는 말없이 짐을 옮겨 내 자리로 옮겨 앉는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으나 그 여자는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 앉자마자 전화가 온다.

주쓰다.

전화했던게 나라는걸 알자마자 무척 반가와해준다.
선유도에서 겪어본 바로는 매우 사려깊은 주쓰였기에 엄마에게 이러쿵저러쿵 전해달라는 잔소리는 하지 않고
내일 보자는 얘기를 한 후 끊었다.

열차는 느리고 더웠다. 어디에선가 코고는 소리와 이가는 소리도 들리고
옆자리 여자는 쉴 새 없이 람스타인, 킥스, 뫼틀리크루, 판테라 같은걸 들으며
단 한 번 지나가는 카트에서 건전지를 샀을 뿐, 거의 6시간동안 꼼짝도 않는다. 대단하다.

나는 에스콰이어를 다 읽고 담배 한갑 반을 피우고 서너번 세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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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 새벽 4시가 다 뒈어서야 열차는 부산역에 도착했다.

05시 30분에야 개장하는 허심청에 들어가는게 부산에서의 첫번째 계획이므로 더 일찍 도착해봤댔자 좋을게 없었지만
그래도 25분이나 연착해놓고서는 죄송하단 말은 쏙 빼먹은 안내 멘트에 약간 화가 났다.

[24시간 안마 시술소] 라는 간판과 편의점 말고는 모든 건물이 깜깜하다.

배가 고팠지만 편의점에서 녹차 한 병을 사 마시며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굳게 닫힌 셔터 앞에 웬 여자가 맨발로 웅크리고 앉아 울고있었고
동남아계 외국인 한 명이 그 여자를 집적대고 있다가 나를 흘끔거린다.

새벽 4시의 부산역 근처엔 볼 게 없었다.

택시를 잡아탄다.

"온천장역으로 가십시다"

택시는 좁은 골목 몇블럭을 빠른 속도로 통과하더니 이내 대로로 접어들었다.

"쪼메 늦었나보지예"

"예?"

기사가 갑자기 진한 사투리로 물어와서 알아듣지 못했다.

"열차가 쪼메 늦었나보지예. 이시간에"

"아 예. 25분 연착했더군요"

부산역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잡았음에도 택시기사는 내가 열차를 타고온 타지인임을 한 눈에 알아봐주었다.
눈치도 빠르고 운전 경력도 오랜 나이 많은 베테랑 운전기사.
내가 뭐든지 얘깃거리를 꺼내면 그걸로 걸쭉한 욕을 섞어가며 잠시도 말이 끊이지 않게 하는 재주를 가졌다.

왕복 8차선 도로 위에 [서면] 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또 무슨 얘기가 나올까 싶어 "이 길도 낮엔 엄청 막히겠죠?" 라고 물어본다.

"여가 남포동보다 더 맥히지예" 로 시작한 택시기사는
서울도 청계천 복개공사 때문에 길이 많이 막힐 것이며 하루 빨리 행정 수도 이전을 해야하는 필요성을 역설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노무현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얘기한다.

"무혀이 글마는 대통령 그릇이 아잉기라예. 언론이 지만 머라칸다는 그기 대통령이라는기 공석에서 할 소린교. 을라도 아이고"

잔돈은 팁으로 준 후 온천장역에서 내렸다.
엄마 말대로 온천장은 여관 이름이 아니라 그 일대 유흥가를 이르는 말이었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곳곳엔 술취한 사람들과 불켜진 술집, 포장마차가 보인다.
'아가씨, 술' 등의 단어가 들어간 말을 하며 팔을 잡아오는 경우도 두어번 있었다.

이래서야 서울의 여느 환락가와 다를게 없다.
뭔가 재미있는건 없을까, 두리번거리며 계속 어슬렁 거리다가
불이 모두 꺼진 어느 골목으로 접어들게 뒈었다.

저 앞에 웬 남자가 서 있는게 보이고 오른편엔 상가들, 왼편으론 주차장이 있고 그 너머엔 호텔과 여관의 네온사인들이다.

남자와의 거리가 가까와진다.
남자는 기지바지에 쫄티를 입고 검은 백을 겨드랑이에 낀 채 전화기를 귀에 대고있다.

서너걸음 정도 거리에 이르자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머보노 씨발롬아"

아아아
아아아
슬쩍 웃음이 난다.
그렇군아. 여긴 부산이군아.

여정이 시작뒈지도 않았건만 서울과 다를게 없는 부산 밤거리에 벌써부터 약간 실망을 하려던 나에게
그 양아치 타입의 남자는 내가 부산에 와있음을 확실하게 일깨워주었다.

PC방에 들어가 객기와 엄마의 비지비에 부산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나와
이리저리 좀 더 걸으며 이 근방의 지리를 대강 파악했다는 생각이 들자 공복감과 피로가 심하게 느껴진다.

5시 15분. 이젠 허심청을 찾을 때다.

온천탕 허심청은 거대한 호텔인 농심호텔과 허공에 다리 하나로 연결뒈어있다.
직원들은 모두 제복차림에 극존칭을 구사하고
밋밋하게 생긴 열쇠를 꽂으면 accept 에 녹색이 점등하는 최신식 디지털 라커룸을 갖췄다.
열쇠는 어느 구멍에나 맞게 생겨서 옆 라커에도 꽂아봤는데
'니가 이짓 해볼 줄 알았다 요놈아' 라고 하듯 error 에 빨간 등이 켜지며 "찍" 하는 소리를 낸다.

탕 내부는 더 멋지다.
천정은 거대한 유리돔으로 새벽 하늘이 그대로 보인다.
탕마다 디지탈 온도계를 구비해서 들어가기 전에 손만 살짝 담궈보는 '소심한' 짓을 할 필요가 없고
아로마탕이나 청자탕 등 일부 기능성 탕 앞엔 TV도 있다.
48미터짜리 보행욕 코스는 마련된 길을 걸으며 각각 향기와 온도와 효능이 다른 탕에 한 번씩 빠져볼 수 있게 뒈어있고
목욕탕에 있는 것 치고는 꽤 큰 풀장 옆 출구로 나가면 노천탕까지 있다.

과연 엄마가 "온천 갈꺼면 꼭 허심청으로 가" 라고 강추할만 했다.

수십개는 될 법한 탕들에 다 들어갔다 나온 후 간이 침대에 나체로 누워 잠을 청했다.

부산에서의 첫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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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륵 하는 소리에 스르륵 눈을 떠보니 탕 안엔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다.

시계를 보니 10시 30분. 4시간쯤 잔 것 같다.
11시경에 엄마를 만나기로 했으니 적당한 시간에 깬 듯 하다.

급할건 없다.
뜨끈한 물을 충분희 즐기며 느릿느릿 몸을 씻고 더 느리게 옷을 주워입고 프런트 직원에게 열쇠를 건내준 후
태양이 작렬해 눈부신 토요일 대낮의 밖으로 나왔다.

11시 30분에 데리러 오겠다는 엄마의 문자가 와있다.

온천으로 피로는 가셨지만 배가 두웨게 고프다.
너무나 배가 고파 속이 쓰리고 머리까지 아프기 시작한다.
그동안 뭘 먹었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서울에서 7시경에 저녁을 먹고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녹차 하나
부산역에 도착해서 녹차 하나


지금보다 더 배가 고파도 정상일것 같다.

엄마랑 통화를 하고 농심호텔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누가 내 어깨를 탁 친다.
돌아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엄마가 웃으며 서있다.

"안놀라네"

안놀랐지만 엄마는 실망하지 않는다.

원래 엄마란 아들을 놀래키기 보다는 먹이게 뒈어있다.
엄마는 나를 먹여줄 것이다.
아아 너무나 안심이 된다.
Feed me, mom.

사실, 몇 번 보지도 않은 엄마지만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모 먹을래"

부산에 왔으니 웬지 해물을 먹고싶다. 좋아하는 아구탕을 먹자고 했다.
아구탕집을 찾아 들어가
아구탕 둘 얼크은하게 해주세요, 하고 주문을 하자
아구탕 둘 얼크은하게~, 라고 주방에 주문이 전해진다.

상에 차려진 아구탕은 생각보다 얼큰하진 않았지만 주린 배엔 무지하게 맛있었다.
먼저 공기밥과 아구탕을 뚝딱 해치운 나는 엄마에게 말을 시키며 엄마의 식사를 방해한다.

"아까 아줌마가 땡초 넣어서 맵다던데, 땡초가 뭐지?"

"청량고추 있잖아. 그게 땡초다"

앞으로 부산에서 몇가지 단어를 더 배우게 뒈는데, 그 첫번째 새 단어가 등장했다.

땡추도 아니고 땡초라니. 장난기 가득한 동자승을 연상시킨다.
[땡]중이 뒐 가능성이 농후한 [초]보 동자승. 희희희. 내 빡빡머리처럼.

식사를 마치고 나와 걸으면서 엄마는 주쓰에게 전화를 건다.
주쓰는 어제밤 늦게까지 작업을 해서 아직도 자고 있단다.
10월 3일이 마감이라는데 내가 괜한 시기에 와서 이들을 방해하고 있다는 미안함이 일지만
느긋한 표정의 엄마 얼굴을 보고있자니 이내 그런 생각은 없어진다.

부산에 대해 미리 공부한대로, 우선 태종대와 오륙도에 가보기로 한다.

지하철로 남포동까지 가서 버스를 타야한단다.

엄마는 나를 위해 부산 투어 가이드가 뒈는 법을 공부 했나부다.
이동중에 동양척식주식회사 터, 히스토리 등 부산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엄마에겐 말이 느리다고 내내 타박을 했지만, 사실은 군더더기 없는 엄마의 설명이 맘에 들었다.

태종대행 버스안에서 창박을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어디라고 딱 꼬집을 순 없어도 부산 느낌 짙은 간판들과 정박항의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들은
자연이 아니라 구조물임에도 경관이 훌륭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일부, 매미에 의해 쓰러진(듯 보이는) 크레인들도 보인다.

주말이라 그럴까, 작동중인 크레인은 단 한대도 없는데 꽤 오랫동안 달리는 버스 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크레인들이 불필요하게 많다는 생각을 한다.

토요일인데도 태종대 입구는 사람이 없어 썰렁하다.
호객행위도 없고 노점핸드카엔 포장이 덮혀있고 유원지의 상징인 각종 경품 따먹기 상점들도
모두 조용하기만 하다.
매미 탓이겠지만, 이런 고요함이 아주 마음에 든다.

택시 기사들이 차를 세워놓고 하품을 하고 있다가 우리에게 다가온다.

"걸어서는 1시간은 더걸리지예"

그래도 걷고싶어서 그들을 물리치고 오르막길을 슬렁슬렁 오른다.
다만, 엄마가 걱정이다.

엄마는 굽높은 에나멜 구두를 신고있다.

태종대에 갈껄 알았으면서도 어쩌자고 힐을 신고왔느냐고 잔소리를 했지만
정작 오르막을 오르다가 쉬어가자고 먼저 말하는건 늘 스니커를 신은 내쪽이었다.

매미의 상흔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태종대 정상 무렵에서 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엔
폭탄을 맞은 듯 완파된 등대의 복구 공사가 한창이다.

임시 철판 계단과 어지럽게 걸려있는 비계 곁으로 녹슬어 곧 부스러질 듯한 난간을 잡고
가파른 길을 조심 조심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해삼 멍게를 파는 아낙들이 우리를 반긴다.

"총각예 아가씨예, 어여와가 요좀 자시고 가이소"

다라이를 들여다보니 물이 좋아보이지만 식욕이 동하지는 않는다.

선착장엔 피곤에 찌들린 사람들 몇몇이 배 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관광객은 아닌게 분명하다.
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걸 지켜봤었는지 선장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이물의 밧줄을 풀어낸다.

삯을 치르고 배에 오르자마자 고물쪽으로 달려가 바닷물속을 들여다본다.
온갖 쓰레기들과 누렇게 뜬 해파리가 어디에나 눈에 띄지만 물은 너무나도 푸르다.
바람이 세어서 배가 심하게 흔들린다. 휘청이며 쇠기둥을 잡자 굵은 소금 덩이가 만져진다.

이 배는 잔잔한 호수 위에 낭만을 만들어내는 그런 류의 유람선은 아니었다.
80년대 가요 메들리를 늘어진 테입으로 틀어대며 온 배위에 바닷물을 뒤집어쓰는 쾌속정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태양은 작렬하고 얼굴이며 옷에 짠물이 연신 튀어대는데도
엄마는 소녀마냥 소릴 지르며 좋아한다.

좋다.

나는 늘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어느 방파제에 배가 잠시 서 현지인들이 모두 내리고
선장과 엄마와 나만 남더니 배가 다시 움직인다.

"저게 오륙도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엔 바위섬 다섯 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 더 너머엔 해운대가 있단다.

선장에게 물어보니 원래 오륙도도 경유하지만 오늘은 파도가 높아 짧은 코스만 돈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나도 맑아 수평선이 또렷하다.
사방에 컨테이너선과 예인선들이 수십척 떠 있지만 고기잡이 배는 한 척도 없다.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내리려고 보니 배 앞머리의 타이어와 부두의 바위 사이가 불규칙적으로 멀어졌다 가까와졌다 한다.
그래도 조심하라는둥의 안내 멘트는 없고 누구 하나 다치는 사람도 없다.

아직 대낮인데도 선창작의 해삼 멍게 파는 아낙들은 자리를 접고 있다.

태종대 전망대엔 중국인 관광객들이 왁자하게 떠들고 있다.

잘 닦인 도로변엔 한 가족이 차를 세워놓고 가드레일에 앉아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니, 기타인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만돌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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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름 저녁이 다가온다.

바닥에 동판으로 뜬 손바닥 음각이 줄줄이 박혀 있는것만 빼면, Piff 거리는 서울의 명동 거리와 판박이다.

인파는 활기가 넘치지만 어쩐지 답답하다.
영화제 기간(10월 2일부터)을 피해 온것이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좀 더 걸으니 국제시장이다.

밀리터리 룩에 머리를 질끈 묶고 군데군데 물감을 묻힌 주쓰가 합류한다.

포옹을 하고나서 주쓰가 먼저 씩씩하게 앞장선다.

셋이 걸음걸이가 모두 다르다.
엄마는 어딘가 균형이 안맞게 머뭇거리듯 걷지만 그 속도는 놀랍게 빠르고 지치지도 않는다.
주쓰는 보폭이 크고 씩씩한 성큼 걸음을 걸으며 머리를 살 살 흔든다.
나는 뒤에 쳐져서 주머니에 손을 지르고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희희희 웃는다.

순례자 같던 행렬이 주쓰가 끼면서 거리의 젊은이들 느낌으로 바뀌었다.

국제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남대문 시장을 '아주 잘' 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내가 보기에
국제 시장이 더 컸으면 컸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을 먹기 전에 시장을 좀 더 둘러본다.
나만 신기한 것일 텐데도 엄마랑 주쓰는 먼저 휙휙 제치고 나가는 내 습관을 잘 따라다녀준다.

자갈치 물이 좋지 않다고 주쓰가 걱정을 한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자갈치를 먹을 생각은 없었으니.

높은 신을 신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걷는 엄마랑 온종일 돌아다녔더니 뭘 먹어도 맛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전어회가 먹고 싶다.

자갈치 시장에 들어서서자마자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호객을 하지 않는 첫번째 가게 앞에 서서 먼저 말을 건다.

수족관에 전어가 그리 많지 않다. 몇놈은 뒤집혀 있고.

"전어 괜찮습니까?"

"아따, 즌어 찾으시네예. 태풍에 즌어가 비싸다아잉교. 쌀 때넌 거저 끼아드시락케도 본체도 안하시는게 즌언데"

"광어는 양식입니까?"

"요즘 광어는 다 양식이지예"

자연산이랑 양식의 맛 차이에 민감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물어봤다.
3만원이면 푸짐하다는 말에 전어, 우럭, 광어를 시키니 장어 처럼 생긴 누런놈 한마리를 끼워 바로 잡아준다.

상이 차려지는 동안 종이백에서 선물을 꺼내어 엄마랑 주쓰에게 줬다.
물감을 마구 묻희며 편하게 입어줬으면 좋겠다.

무채로 부피만 뻥튀기해서 모양새만 좋은 서울 횟집들관 달리
어린시절 아버지 따라 갔던 낚시에 갓 잡아올린 도미를 주머니칼로 바로 잡아 코펠 뚜껑에 담은 듯 솔직하게 담겨나온 회를
초장과 와사비에 흠뻑흠뻑 적셔 게걸스레 먹어치우고 소주 두 병에 매운탕과 공기밥까지 비운 후에야
배를 두드리며 횟집을 나섰다.

날은 완전희 저물었고 바람은 선선하다.

나는 진심으로 이 행위들을 즐기고 있는데
엄마랑 주쓰는 나를 더 즐겁게 해주지 못해 고심하는 표정이다.
어정쩡한 시간에 무얼 할지 이리저리 극장에도 전화를 해보지만 볼만한게 없나보다.

그럴 필요 없다고, 영화 보는거야 서울에서도 할 수 있는거라고 짜증을 버럭 내 볼 생각도 해본다. 희희

아까 국제 시장 돌아볼 때 엄마가 사 준 꼬냑을 마시고 싶다.
간단희 장을 봐서 주쓰네로 가기로 한다.

주쓰네는 현대판 마지막 잎새의 그리니치 빌리지 스럽다.
캔버스와 소품들이 가득한 작은 방과 다락(바퀴 소굴이라고 한다) 딸린 큰 방이랑
더운물과 찬물이 뒤바뀌어 나오는 천정 낮은 부엌이 있다.

내가 씻는 동안 엄마는 반바지로 냉큼 갈아입고 벌렁 드러누워 음악을 듣고있고
주쓰는 안주꺼릴 준비하나부다.

아늑한 집안에서 편한 옷을 입고 둘러앉아 향긋한 꼬냑을 마시며 하하하 웃고있자니
함께 오지 못한 객기 생각이 슬그머니 난다.

마음씀이 깊은 주쓰가 얼굴도 모르는 객기 걱정을 하기에 객기에 대하여 브리핑을 해주었다.

"객기는 나랑 열 살 차이고... 5개 국어를 구사하고... " 기타 등등

가끔씩 객기에 대해 솔직하게 생각해볼 때면 늘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눈치 없고 신뢰가 가지 않으며 웃기지도 않은 원칙을 만들어 스스로를 옭아맨다.
도통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녀석인 것이다.

엄마랑 주쓰는 객기를 모른다.
내가 하는 말을 100% 근거 삼아 그를 판단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에대한 험담만 늘어놓아야 정상일텐데 웬지 그런 소리는 하기가 싫다.

얘기가 끝날 즈음엔 엄마랑 주쓰는 객기를 몹시도 궁금해하고 보고싶어하는 것 같다.

언젠가 긴 여행을 떠날 때 객기가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엄마랑 주쓰가 자연스레 스냅으로 찍힌 사진도 한 장 얻고
새벽 3시가 다 뒈도록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모두들 잠이 든다.

부산에서의 두 번째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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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하는 여행은 모든 스케쥴이 내 의지를 따른다.

엄마는 먼저 교회에 가고, 나는 점심이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객기가 있었더라면 귀경하자고 생난리를 부렸을 테지만, 나는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똥을 싼다.

서울에서는 만성 장염으로 속이 부글거리고 냄새도 심했는데,
부산에 와있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탓인지 마지막 똥 한덩이까지 말끔하게 똑 떨어진다.

"시원하셔?"

주머니에 손을 지르고 느긋하게 걸어나오자 주쓰가 싱긋 웃으며 물어봐준다.

물론 시원하다.

숙취도 전혀 없고 뒷골 땡김이나 목, 허리 아픔도 없이 상태가 아주 좋다.

점심을 먹고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주쓰는 엄마와는 180도 다르게 빠른 말로 이것저것 얘기해준다. 뭘 물어봐도 전혀 망설임이 없다.

일요일 대낮. 교통 상황 원활.

시원한 버스 뒷좌석에 앉아 지나쳐 가는 거리 풍경을 관찰한다.

서울에 참이슬이 있다면 부산엔 시원소주가 있다. 시원해서 시원소주겠지만 표기는 C1 으로 한다. 웃긴다.

최대 규모의 지방 신문인 부산 일보 빌딩과 초량 외국인 거리, 부산의 차이나 타운인 상하이 거리도 보인다.

서면에서 경성대를 지나 해운대 쪽으로 더 가면 부산 컨벤션 센타, BEXCO 가 있다.
광장만 있으면 어디든 그렇듯 벡스코 앞 광장엔 인라인 동호인들이 바글바글 하다.

'부산은 축제의 도시' 라는 말처럼 부산엔 철마다 매 월마다 대규모 축제가 열린다.
달맞이 축제, 부산 국제 영화제, 자갈치 축제, 부산 맥주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롹 페스티벌,
부산 바다축제, 부산 비엔날레, 사상팔경 축제, 구덕골 예술제, 절영 축제, 기장 멸치 축제...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일정을 샥 샥 다 피해서 왔나부다.
벡스코 이벤트도 마침 그날만은 아무것도 없다.

벡스코 바로 옆엔 부산 시립 미술관이 있다.
메인 홀에는 백남준의 작품이 두 점 상설 전시뒈어있다.
20개도 넘는 관내 모든 갤러리에 다 작품이 걸려있어서
모두 돌아보고 나오면 인사동 전체를 돌아다닌 것 만큼이나 운동이 된다.

부산행 열차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블랙 여인은 내가 무서웠는지 귀 꼭 틀어막고 꼼짝도 안한데 비해
주쓰는 내 머리가 털 숭숭 난 고깃덩어리 같다고 재밌어하며 전투복 바지를 입고 씩씩하게 걷는다.

붙임성 있고 매력적이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더 돌아다니다가 대신동에 내려서 엄마랑 주쓰네 작업실이 있는 동아대 쪽으로 걷는다.
동아대로 올라가는 2차선 도로엔 차가 없어 사람이 한 가운데로 걸을 수 있다.

도로변으로 벚나무가 줄줄이 늘어서있다.
영화 '친구'에서 술취한 유오성이 상택이를 업고 그랜저 트렁크에는 어깨 둘이 타고 가면서
과속방지턱에 걸릴때마다 트렁크 문짝이 어깨들의 머리를 때리는, 바로 그 길이라고 주쓰가 말해준다.

동아대 예술대로 오르는 길은 유격 코쓰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가파른 산길이다.

이 길을 4년간 오르내렸다니, 엄마가 웨 그렇게 잘 걷는지 알만하다.

예술대 건물이 보일 즈음엔 숨이 턱에 닿았다. 땀이 줄줄 흐르고 헉헉 거리고 있는데
주쓰는 이쪽 저쪽 가리키며 이건 뭐, 저건 뭐, 하며 계속 얘기를 해 준다. 대단하다.

흰색과 금속성 빛깔을 내는 현대식 6층짜리 새 건물 전체를 예술대가 쓴단다.
1층에는 건물 밖에까지 찰흙과 철제 빔, 산소용접기와 온갖 구조물이 널려있다. 조소과 작업실이다.
2층과 3층도 조소, 공예 작업실. 흙 냄새와 목재 냄새가 진동한다.

4층에 오르니 비로소 익숙한 테라핀 냄새가 난다. 회화과 작업실.

주쓰가 "누구 있어요~" 하고 외치더니 어느 방으로 쏙 들어간다.
스윽 따라들어가보니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커다란 이젤이 잔뜩 있는 가운데 언늬들이 일요일 저녁에도 작업에 여념 없다.

현대 회화라 그런지 단지 물감만을 쓰는 작업은 아니다.
천조각과 석고, 한지, 뭔지가늠조차 할 수 없는 희안한 재료들이 널려있는 널찍한 작업실 사이를
샥샥 누비며 주쓰가 모두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준다.
어찌된 일인지 "이사람이 사타구니" 라는 말만 하는데도 다들 알아듣는다.

엄마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 봐서 낯익은 언늬들도 몇몇 있다.

회화과는 이 작업실을 떠날 일이 없다고 한다. 학사 일정이 다 이 작업실 내에서 이루어진다.
일부 이론 수업을 들으러 다른 강의실에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교수님이 직접 작업실에 와서 수업을 진행한단다.
수업도 과제도 팀작업도 개인작업도 모두 이 안에서 이루어진다.

누군가 씨디피로 신나는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놓았다.

작업실 안팎은 젊은 감각으로 칠해진 캔버스로 가득하다.

한 번 만져볼라치면 "건드리지 마세요" 라는 경고 멘트가 즉시즉시 튀어나오는 여느 갤러리완 달리
쌓여있는 캔버스를 하나 하나 들쳐가며 소품들을 감상해도 그 누구하나 뭐랄 사람 없다.
아니, 오히려 저 젊은 아티스트들은 그렇게 해봐주길 원할런지도 모르겠다.

기웃기웃하면서 작업실 안의 모두들과 한마디씩 해 본 나는 건물 전체를 한 번 돌아보기로 한다.

옆 작업실은 순수 미술 쪽인가부다. 유화물감만을 써서 그린 뭉크 풍의 그림들이 잔뜩 있다.
윗층은 동양화 작업실이다. 먹냄새와 프레스기 오일 냄새가 짙게 깔려있다.
저학년 작업실로 보이는 어떤 방에는 석고상(사실은 스티로폼) 뎃셍에 열중인 남학생이 서있다.
구경좀 해봐도 뒈냐고 물으니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이것저것 만져보는데도 전혀 경계심이 없다.

또 어느 작업실 출입문에는 '모델 수업중! 문열면 죽어!' 라고 쓰여있다.
문을 열어봤다. 희희희

그러고 있자니 교회를 마치고 엄마가 돌아왔다.

엄마는 조리로 갈아신고 앞치마를 두르고는 작업을 시작한다.
엄마 홈페이지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작품들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실제 작품은 사진에서 가늠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언늬들은 100호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를 스스로 번쩍 번쩍 들어 나른다.

14명 정도가 같은 작업실을 쓰니 서로의 아이디어 공유 때문에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봤으나
정작 그들은 그런 문제를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그들은 정말 즐겁게 작업하는 한 가족 이었다. 쑥스럽다.

서로 별명을 부르며(아무도 서로를 본명으로 부르지 않는다) 시끌시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작업을 한다.
별명들도 다 기발하고 웃긴다. 야동짱(본명:은진)은 이 작업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분위기 메이컨데,
나한테 차를 한 잔 갖다주더니 이내 친해져서 별명들의 유래를 설명해준다.

야동짱은 닭 껍질을 벗겨 석고본을 떠서 그 무늬를 라텍쓰로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헬레이져 처럼 라텍스 조각들을 꿰맨다.

"이거 보면 막 구역질 나고 그래야되요. 그게 작품 의도에요" 라고 말하며 능글능글 웃는다.

졸업작품전 마감일이 10월 3일이라 밤낮없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도 분위기는 정말이지 밝다.

나는 예대가 없는 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이런 모든 환경이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하다.

엄마 작품에 직접 붓질도 해보고
엄마들과 함께 옥상에 올라 부산 야경을 보며 감탄도 하고
기습 방문한 교수님을 피해 잠시 돌아다니기도 하다보니 밤 11시가 가까와 온다.

서울행 막차는 00시 20분.

아직도 못다본 부산의 볼거리가 산적해있지만, 졸작 마감이 닥쳐있는 이들을 더이상 방해해선 안뒈겠다.
축제 시즌에 다시 한 번 와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한다.

엄마는 4호쯤 뒈보이는 작은 소품 하나랑 판화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를 쥐어준다.
이로써 엄마 작품 3개를 소장하게뒈었다. 아주 기분이 좋다.

엄마는 떠나는 아들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주길 원한다.


12시 15분경, 아슬아슬하게 터미널에 도착했더니 막차 매진.



놀랄 틈도 없이 창구 여직원은 "막차가 매진이라 추가 배차 났습니다. 00시 35분입니다" 라고 재빨리 말해준다.

엄마랑 안녕 하고 차에 올랐다.

무궁화호 열차와는 달리 심야 우등 고속은 편안하다.
승객들은 모두 조용희 자고, 독서등을 켜놓은것도 나 혼자 뿐이다.

창밖을 보다가, 잡지를 읽다가, 휴게소에 내려 담배를 피우고 녹차를 마신다.

심야 우등 고속은 고속으로 달려서 4시간 30분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IDC 로 돌아와서 생각해본다.

내가 아니라 엄마와 주쓰 덕분에 유유자적할 수 있었던 부산이었다.

시간, 소유, 인간관계 같은걸 통제하고 컨트롤 할 수 있을거란건 어이없는 자만이었을음 깨닫는다.

지난 메신져 아이디 변경때 빼버렸던 주쓰의 아이디를 다시 추가시킨다.
다른 이들도 곧 추가시켜야겠다.
내 치기어린 통제를 당했던 그 분들이 너그러이 재 추가를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잠을 자야겠다.

세 번째 1박. 이 잠이 깨어나면 비로소 짐을 풀고 여행을 마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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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주스 (2003-10-02 04:09:21)
헑-;;; 당신은 여행기의 달인.........
여행을 마치면 색과 여렴풋한 그림들로 머리에 남기는 나완 사뭇 다르군요 역쉬.
설 가게되거들랑 꼭,,, 꼭..... 연락 안해버립죠 ㅋㄷㅋㄷ

naked (2003-10-02 04:27:12)
히히히-----결초보은하시라

ceaser (2003-10-02 04:56:20)
증말 긴데 안지루하게 쓴다- 글쓰기에 능했군아

naked (2003-10-02 15:18:46)
그러게 말이예요---두손두발 다 들었어여

장박 (2003-10-11 11:17:44)
사타는 정말이지 문학소년으로 진출했어야 했어.....이건모. 장편소설도 아니고 밥먹으러 가자고 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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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Written: 11/06/1999 04:17:00
Last Modified: 02/27/2025 10:19:48